[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슈짐] 태양이 지는 바다

 

 

 

W.래더

 

 

 

5().

 


 

  

 

가자, 지민아.”

 

 

눈앞에 자신을 향한 손이 뻗어있었다. 지민은 고개를 들어 손의 주인을 쳐다봤다. 얼굴까지 닿는 내내 본 시뻘건 흔적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마침내 올려다본 흰 얼굴에도 벌건 핏자국이 역력한 그는, 반역을 맞이한 이집트의 파라오였다.

 

 

파라오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우냐고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지민에겐 질문하기 위한 목소리가 없었고, 그들에겐 한가롭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그저 주저 없이 그의 손을 잡을 뿐이었다.

 

 

 

 

반란이 일어났다. 하늘에서 왔다는 주술사가 백성을 현혹했다. 작금의 파라오 혈통은 다 거짓이며 실제 혈통이 따로 있다고 온 이집트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주술사가 나타나기 얼마 전, 이집트의 물이 다시금 말랐다. 생명이 하나둘 죽어가는 게 보였다. 메마른 땅이 주는 고통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백성들은 금세 두려움에 떨었다. 마을끼리 모여 대책을 마련하겠답시고 회의를 열었지만, 장내를 울리는 소리는 공포에 젖은 절규뿐이었다.

 

 

모두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비를 내리게 한다는 주술사가 나타났다. 그는 백성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었고 염원대로 비를 내려주었다. 백성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주술사의 초월적인 힘을 맹신하며 떠들어댔다. 그에 관한 소문은 마을과 마을을 거쳐 빠르게 돌아 이집트 전역을 휩쓸었고 끝내 파라오가 있는 수도에 닿기에 이르렀다.

 

소문의 주술사가 수도에 도착했을 때 그의 소문을 파다하게 들은 백성들이 몰려 겁에 질린 얼굴로 구원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신이 되어주길 바랐고 주술사는 그들의 한 가운데에 섰다.

 

 

민씨 일가는 거짓으로 파라오가 되었다. 감히 하늘을, 하늘의 태양을 놓고 장난을 했다. 하늘은 몇 번이고 민씨 일가에 경고를 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고통은 무고한 백성만이 받았다. 이에, 하늘은 그들을 직접 심판하고자 한다.”

 

 

모두가 그의 말을 믿었다. 그가 하늘의 대리인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커다란 광장 중앙에서 하늘을 닮은 머리색을 가진 이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짙은 검은색을 띠는 눈동자는 진실만을 말할 거라는 신뢰를 주었다. 그를 만난 모든 이는 눈앞의 신비로움에 몰입했다.

 

 

모든 백성은 민씨 일가에 의해 당했던 고통을 잊지 말라. 하늘이 그들을 벌하기 위해서는 그대들의 분노가 필요하다. 이 땅을 직접 일구고 키워낸 그들이 이 땅의 주인이 아닐 리가 있는가. 그들이 이 나라를 흔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정한 하늘의 혈통이, 태양의 주인이 왕좌에 앉도록 해야 한다.”

 

 

주술사의 연설은 며칠에 걸쳐 이어졌다. 소문을 뒷받침하듯 그는 가는 곳마다 물을 만들었다. 그가 있는 내내 수도에 물이 돌았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현상을 직접 본 백성들은 자신들의 구원이 왔음을 확신했다. 그가 곧 그들의 진리였다.

 

 

진정한 하늘의 혈통은, 태양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주술사를 향해 누군가가 외쳤다. 질문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주술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지난날 민씨 일족에 의해 기가 눌리고 변방으로 내쫓긴 이들을 기억하는가. 오직 그들만이 하늘이 인정한 태양의 주인이다. 그중 하나가 왕좌에 올라야만 이집트에 안식이 오리라.”

 

 

주술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백성들이 떠올린 인물은 하나였다. 주술사의 대답이 삽시간에 전역으로 퍼졌고 사람들은 한곳으로 몰렸다. 변방으로 내몰린 김씨 일족의 땅에 인파가 가득 찼다. 백성들은 진정한 태양의 주인을 맞이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누가 봐도 태양의 주인임이 분명한 김씨 일족은 백성의 염원에 처음부터 응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영토에 몰려든 백성을 보며 난색을 보였다. 그들은 완곡하게 이야기했다. 비록 변방으로 내쫓겼지만 단 한 순간도 하늘을 달래는 제사를 잊은 적이 없다고. 이 나라와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은 수도의 중심이었을 때나 변방으로 와있는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그러나 민씨 일족에 대응할 힘 또한 없다고.

 

완곡한 어투로 함께 하기를 거절했지만 자신들을 찾아온 백성들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표하기 위해 곡식을 베풀었다. 세상이 말라가는 이 시기에도 하늘을 잊지 않고 기린 대가로 얻은 비옥한 땅에서 난 것이라고 누군가 덧붙였다.

 

 

저희와 함께 해주십시오!”

우리를 살릴 존재는 오직 당신들뿐입니다.”

부디 민씨 일가의 파렴치한 행태에 함께 분노해주십시오!”

 

 

김씨 일가가 어려움을 토로해도 백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그들을 열망했다. 백성들은 곡식을 베푼 김씨 일가를 향해 다른 귀족과 달리 백성을 위할 줄 아는 품격을 지닌 귀족이라고 추앙했다. 김씨 일족은 좀처럼 자신들의 영역에서 떠날 줄 모르는 백성들을 보며 마음을 고치기 시작했다. 끝내 백성의 편에 서기로 한 그들은 단 한 가지를 요구했다.

 

 

우리의 편이 되어주십시오.”

 

 

지극히 겸손한 제안에 더욱 그들을 신뢰했다. 진정한 태양의 주인이 제자리를 찾겠다 선언하자 환희에 가득 찬 외침이 일대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김씨 일족은 하늘에게 선택받은 자라며 태형을 앞세웠다. 백성들은 가짜태양의 혈족을 향해 돌진했다.

 

 

가짜를 끌어내!”

거짓으로 백성을 고통스럽게 한 자 벌을 받으라!”

 

 

한번 의기를 투합한 백성들과 김씨 일가는 지체하지 않고 궐까지 밀고 들어갔다. 궐 안에서 시작된 싸움은 삽시간에 끝날 거라고 예측되었지만 생각보다 일이 더뎠다. 파라오의 최측근 정씨 일가가 짧은 시간 안에 방어선을 잘 구축해놓은 탓이었다.

 

궐군은 얼마간 치열한 항전을 펼쳤지만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태양의 주인을 앞세우고 백성들이 궐군을 밀어냈다. 궐이 백성들에게 정복당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최전방에서 반란군에 대적하던 호석이 몸을 틀었다. 궐군이 한참 밀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서둘러 파라오를 대피시켜야만 했다.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백성의 흉기에 큰 상처를 입은 몸을 끌고 궐 안으로 들어섰다. 이리저리 꼬여있는 비좁은 통로를 달렸다. 상처가 벌어지고 맞물릴 때마다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지만 뜀박질을 멈추진 않았다. 침실 근처 복도에서 궐군 몇과 함께 있는 파라오를 발견했다.

 

 

파라오!”

호석아!”

이걸, 어서 이걸 받으십시오.”

이게 무슨 꼴이냐. 상처가, 상처가 너무 깊다. 어서 안으로,”

이것을! 이것을 갖고 침실로 가십시오. 붉은 벽을 밀면 열쇠 구멍이 드러날 것입니다. 그곳에 이걸 넣으시면 됩니다.”

함께 가자. 너는 나의 충신이 아니더냐. 파라오를 보필하는 것이 너의 일이거늘!”

 

 

호석을 향해 호통을 치자마자 뒤에서 칼이 날아들었다. 그에 호석이 몸을 움직였으나 다친 몸으론 역부족이었다. 윤기의 어깨가 날아든 칼에 깊게 베었다.

 

 

파라오!”

 

 

어둑한 통로 끝에서 칼이 날아들자마자 이어 백성일지 사병일지 모르는 존재들이 수도 없이 밀려들었다. 윤기는 저 끝에서 달려드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 입술을 씹었다. 이 일의 주체가 영악하고도 악랄하다고 생각했다. 반역자는 이집트 백성을 자신들의 사병으로 만들었고, 윤기는 결코 자신의 백성에게 칼을 들이밀 수 없었다.

 

 

통로 중간에서 호석과 윤기, 몇몇 궐군이 끝없이 밀려드는 인파와 충돌했다. 제대로 무기를 갖추고 나오지 않은 윤기는 누군가 떨어뜨린 조악한 물건을 들고 흉기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그것으로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흉기를 막을 수 없었다. 호석이 다친 몸으로 방어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궐군의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파라오의 몸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호석은 무언가 결심한 듯 걸음을 뗐다.

 

 

호석아.”

끝까지 곁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다. 하지 말거라. 파라오의 명이다. 네가 어찌!”

도망치십시오.”

 

 

호석은 궐군들이 몸을 바쳐 막고 있는 혼란의 틈으로 뛰어들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그 순간에도 파라오를 침실 쪽으로 밀었다. 윤기는 더이상 애처럼 칭얼거릴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나 호석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파라오마저 끝내 수긍하게 만드는 그런 힘. 윤기는 호석이 쥐여준 열쇠를 손안에 세게 쥐어놓고 몸을 돌렸다.

 

 

호석이 기다란 창을 주워들고 좁은 통로를 가로막았다. 사방에서 날카로운 것들이 날아들어 온몸을 찌르고 할퀴었지만 버텼다. 호석이 만들어 준 시간 덕택에 윤기는 침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침실 문이 열리자마자 놀란 눈을 한 지민을 마주했다. 침대 위에 앉은 채 굳어버린 지민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어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은 채 윤기를 바라보았다.

 

 

 

지민은 기어코 눈앞에 쭉 뻗어진 손을 잡았다. 희고 잘생긴 손이 붉게 물들고 다 터져있었다. 메마른 몸에서 눈물이 비집고 흘렀다. 윤기는 잡은 손을 더 세게 쥐고 붉은 벽을 밀었다. 열쇠를 끼워 돌리니 단단한 벽이 문처럼 밀려났다. 문 뒤로는 윤기조차 한 번도 본 적 없던 어두운 통로가 있었다.

 

오로지 파라오만을 위한 피난길이며 그의 충직한 신하만이 알고 있는 길이었다. 최후의 방어 전선까지 뚫렸을 때 드러나는 아주 비밀스러운 통로. 통로를 벗어나면 키 작은 나무가 이따금 자라있는 너른 들판이 나타났다. 그곳에 서면 오직 태양의 혈족만이 길을 볼 수 있었다.

 

윤기는 자신의 손 안에 담긴 차가운 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어떻게든 지민만큼은 살려내리라. 자신이 이만큼 죽여놨으니 살려놓는 것도 제 몫이었다. 그때까지 넝마처럼 찢긴 몸이 버텨주길 바라며 걸음을 뗐다.

 

 

 

 

 

그새, 도망을 쳤겠다.”

지민, 지민이는? 지민이 어딨어!”

여기 없어.”

? ! 내가 당신을 도와주면 그 애를 살려주겠다 약속했잖아!”

망할 파라오가 데리고 도망쳤어.”

당장 찾아. 더 무리하면 박지민 정말로 죽어!”

소리 지르지 마. 반드시 여기로 데리고 올 거니까.”

 

 

말을 마친 태형은 목덜미로 흐르는 것을 옷 소매로 대충 닦아냈다. 그것이 피인지 땀인지 확인도 안 한 채 열린 벽을 쳐다봤다.

 

 

너희, 너희는 얘랑 같이 남아있어. 남은 궐군들 있으면 처리하고.”

.”

나도 가.”

앞도 안 보이면서 어딜 따라오겠다고. 전정국. 넌 여기 있어. 박지민은 무조건 내가 데려올 거니까.”

 

 

낮게 깔리는 태형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국은 불안한 제 손만 꽉 쥐었다. 아주 잠시 그와 한편이 된 것을 후회했다. 지민을 다시 보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정국을 휘감았다.

 

 

 

일전에 윤기의 침실에서 쫓겨나자마자 태형을 만났다. 궐 앞에 버려진 정국을 향해 태형은 서로에게 서로가 아주 필요한 존재라고 설득했다. 윤기에 대한 분노와 지민에 대한 원망과 애정으로 약해진 마음이 빈틈을 만들었다. 끝내 태형과 손을 잡았다. 그때의 정국에게는 그 손이 썩은 지푸라기보다도 절실했다.

 

 

아주 짧은 시간 그의 계획을 들었고 익혔다. 굉장히 오래 준비한 듯 계획은 촘촘했고 구체적이었다. 태형에게는 딱 하나, 백성들을 완전히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 핵심적인 사건이 필요했다. 그리고 때맞춰 정국이 나타나주었다.

 

 

계획대로 정국은 자신이 하늘에서 온 존재인 척을 했다. 사람들은 정국의 머리색이 바다와 닮았는지, 하늘과 닮았는지 구별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바다는 하늘을 전부 담고 있으니.

 

 

바다의 아이인 정국은 물의 흐름에 능통했다. 어느 곳에 물기가 모여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비를 내리게 할 수는 없었지만 어디에서 비가 내릴지 알았다. 그 능력은 태형을 위해 하늘이 내려준 것 같았다. 백성을 현혹하기에 매우 좋았다. 정국의 합류로 완벽해진 계획을 실행했다.

 

 

정국이 김씨 일족의 사람들과 이집트를 들쑤시고 다니기 직전, 태형도 바삐 움직였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이집트의 물을 막아야만 했다. 샘솟는 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서 군데군데 물길을 막기두기만 했다. 물의 흐름에 예민한 백성들은 아주 작은 변화에도 두려워했다.

 

이후의 모든 일은 예상 밖으로 흐르지 않았다. 파라오의 침실만을 제외하고.

 

 

 

이런 데 뒷길이 있을 줄이야.”

 

 

태형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벽 너머로 나섰다. 바닥을 따라 피가 흥건한 것을 보니 아주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서둘러라. 잡을 수 있다. 단 인어는 죽여선 안 돼. 반드시 살려서 데려와야 한다.”

 

 

태형의 명령에 사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좁고 꼬인 통로를 통과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바닥에 자리한 흔적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끝에 다다랐을 때는 드넓은 땅이 드러났다. 군데군데 잡초와 나무가 자라있는, 산이라기엔 부족한 땅이었다. 길은 보이지 않았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빤히 알 수 있었다. 한곳을 향해 핏자국이 늘어져 있었다.

 

 

이런.”

 

 

중간에 대량의 피웅덩이를 발견했다. 이 정도 피면 죽었을 거 같은데, 라고 중얼거린 태형은 아주 잠깐의 시선만 건넨 뒤 걸음을 재촉했다. 행여 이 피가 지민의 피일까 하는 불안함이 일었다. 분명히 이 근처일 텐데.

 

 

저쪽입니다!”

 

 

앞서가던 사병이 소리를 질렀고 뒤따르던 이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태형 역시 걸음을 재촉했고 이내 다급하게 내달렸다. 지민의 생사를 확인해야만 했다. 병사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발견한 건, 땅의 끝에서 웅크리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박지민.”

 

 

지민이 파라오를 품에 끌어안고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연약한 몸으로 기어코 다 죽어가는 파라오를 구하겠다고 그의 앞에 서서 병사들을 노려보는 눈빛이 더없이 강렬했다. 꼭 태양을 집어삼킨 것처럼.

 

 

태형은 두 사람을 향해 섣부르게 걸음을 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고요한 대치 상태에서 일정한 간격으로 소음이 들렸다. 절벽 밑으로 바다가 보였다.

 

 

이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사막의 끝에 펼쳐진 바다라니. 어디선가 들어본 적은 있었다. 다만 전설과 같은 것이어서 믿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눈앞에 버젓이 나타났다.

 

 

지민은 끊어질 것처럼 숨을 내쉬는 윤기를 쳐다봤다. 자신의 어깨에 기댄 머리를 쓰다듬고 팔을 둘러 그를 감싸 안았다. 윤기의 손도 지민의 허리를 감쌌다. 그에 더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절벽 아래로 몸을 내던졌다.

 

 

 

박지민!”

 

 

 

태형의 외마디 외침은 절벽 끝에서 사라졌다. 온몸에 힘이 빠져버려 자리에 주저앉은 태형을 병사들이 붙잡으려 했지만 내민 손은 매몰차게 내쳐졌다.

 

태형은 자신이 왜 이렇게 절망했는지 알 수 없었다. 갖고 싶던 것을 가지지 못하게 되어 허탈하여 그럴까, 지민이 없으면 사막에 물이 메마를까 그게 두려운 것일까, 지민을 데려가지 못해 인어인 정국마저 이집트를 떠나버리면 완벽한 파라오가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 탓일까.

 

 

그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 절벽 끝의 두 사람을 바라보며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다.

 

 

 

 

 

**

 

너의 공로는 충분히 치하할 거야.”

눈먼 인어가 무엇을 바라겠어.”

바다를 만들어 줄까?”

아직도 바다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이집트의 파라오야. 못할 게 뭔데.”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는 태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국은 이집트 파라오들의 멍청함을 떠올렸다. 바다에 대한 지식이 하나 없으면서 인어들을 멋대로 이용했다. 지민이 사라졌다는 얘길 들었다. 그럼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은 건 별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정국은 자신의 몸이 푸석하게 메말라가는 걸 느꼈다.

 

 

박지민. 이제 행복해?”

 

 

해가 들어오는 창문을 아예 열어버렸다. 역대 가장 강렬한 파라오가 세상을 떠났음에도 태양 빛은 여전히 뜨거웠다. 정국은 그 기운을 온몸으로 맞으며 창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런 뜨거움이 뭐가 좋다고 너는 그 사람 곁에 계속 붙어있었어.

 

메마른 몸이 더욱 버석하게 마르며 갈라졌다. 먼지 같은 숨을 뱉었다. 창 너머로 숨결이 흐르자마자 몸이 부서져내렸다.

 

 

바다는 태양의 아들을 삼키고, 태양은 바다의 자식을 부쉈다. 이 땅은 균형을 찾았으나 땅의 주인을 자처한 자는 균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 무엇이 살고 무엇이 죽을지는 너무도 자명했다.

 

 

 

 

바다의 아이는 그토록 갈망하던 물에 제 몸을 집어넣었다. 너무 오랜만에 바다를 찾은 탓인지 바다는 인간이 된 제 자식을 알아보지 못했다. 꾸역꾸역 밑바닥까지 지민을 삼켰다.

 

지민이 품에 안은, 타오를 듯 뜨거운 남자도 함께 삼켜냈다. 강렬한 열기에 바다가 크게 일렁였다. 그러나 곧 드넓은 바다는 태양의 열마저 집어삼켰다. 바닥보다도 더 낮은 곳으로 두 사람을 밀어 넣었다.

 

 

심해 한가운데서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다. 옅은 미소를 띠며 지민은 윤기의 얼굴을 붙잡았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보고 싶었어. 윤기야.”

 

 

 

바다가 잊은 아이와 태양이 잃은 아이가 일렁이는 심해에서 마지막 숨을 나눴다. 더없이 고요하고 성대한 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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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안녕하세요 래더입니다.

정말 오랜만이죠?

트위터로는 소식을 전했는데 혹시 트위터는 안 하고 들러주시는 분이 계실까 봐

말씀드려요. 저는 그동안 타지에서 일을 하던 중이었고 

그래서 글 업로드가 늦었습니다.


사실 글을 올리는 데도 긴장을 좀 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기도 했고 몇 번 다시 봤는데도 영 어색해서요.


새로운 글을 써보려고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 글을 다시 읽어봤는데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많고 부끄럽더라구요ㅋㅋㅋㅋ


그래도 어떻게 써 올려봅니다.

쓰던 것들을 마무리 지어야 새로운 걸 할 때도 마음이 좀 편하겠죠?


아우...너무 오랜만이라 앞의 내용 다 까먹으셨겠어요...ㅠㅠ

느릴 테지만 그래도...물론 빨랐던 적은 없던 거 같지만 그래도...

천천히 열심히 굴러가겠습니다!


<태양이 지는 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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