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육아물 보고 싶다

 

 

 

W.래더

 

 

[국민]

 

 

 

잔혹 동화

 

 

 

형을  안에 안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는 아주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그럴  있었다.   형제의  우당탕탕 싸움 소리만 없었다면.

 

 

야아! 이거 놔아!”

시러 니가 놔아!”

내가 형이거든?  형한테 너라 할래?”

너도 나한테 너라 하자나!”

나는 형이자나!”

그럼 나도 형이야!”

너는 아니야!”

 

 

 

쩌렁쩌렁 싸우는 소리가 귀를 댕댕 울렸다. 모른 척하려고 형을  끌어안았지만 그런다고 소리가 사라지는  아니었다. 저건 전도윤과 전도영의 싸움이 분명했다. 도현이는 형들과  싸우지 않았다.

 

 

현이는 나와  닮은 유전자  중에 그래도 지민이 형의 유전자가 섞였음을 증명하는 유일한 아들이었다. 형들이 싸우면  사이에서 고개만 이리저리 돌리며 이따금 맞장구나 치는 순둥이였다. 나를 어마무시하게 닮은 전도윤과 전도영이 문제였다.

 

 

 

쟤들은 누구 닮아서 저렇게 잠도 없어.”

그러게 정국이 너도, 나도   많은데.”

형은 애들 가졌을 때나  많이 잤지 평소에는  잤잖아.  닮은 거야.”

나가봐야겠지?”

형은   누워있어. 내가 나가볼게.”

 

 

 

잠에서   얼마 되지 않아 조금 부은 형의 눈두덩이 위에 입을 맞춰주고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밖에서는 투덕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때문에 그렇게 싸우나.”

 

 

 

전도영! 그거 이리 주라고!”

시러.  이거  거야!”

 글자 모르잖아!”

 너도 몰라!”

 알거든? 그치 현아. 형은 많이 알지?”

! 도유니 알아!”

아니야!”

맞다니까!”

 

 

 

형과 내가 결혼을  , 혹은 도윤이를 가졌을 , 아니 늦어도 도윤이가 태어났을   아무도 아들 셋이 있는 집이 어떤 모양일 거라고 이야기해주지 않았을까.

 

, 아니다. 아니야.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아들  문제가 아니라 ‘ 닮은아들 셋이라는  문제다. 전정국의 유전자 문제.

 

 

 나에겐 에너지가 넘쳤을까.  나는 우성 유전자를 가져서 지민이  닮은 자식 하나를  봤을까. 그래. 내가 문제다. 내가 제일  문제지. 전도윤에서 끝냈어야 하는데 결국  2, 3, 4 만들어낸  탓이다.

 

 

 

  싸워어.”

아빠! 전도영이 자꾸  읽는다고 하자나아!”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도윤이가 반가운 표정으로  돌아봤고 곧장 일러바치기를 시작했다. 전둥이가 태어나고 나서 도윤이는 나에게 약간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엄마의 사랑을 빼앗기는 , 무언가 양보해야만 하는 존재가 생기는  이런 기분이었냐, 하고 지난날의 나를 이해하는  같았다.

 

 

 

   이써어!”

 모른다고! 글자!”

알아!”

 

 

 

나한테 잔소리하던  형의 말을 듣다   도영이는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형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그에 지지 않고 도윤이도 눈을 부릅뜨고 으르렁거렸다. 저렇게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잠깐의 싸움이 끝나면 서로의 손을  붙들고 붙어 다닌다. 도무지 이해할  없는 애들이었다.

 

 

 

뭔데.  때문에 그러는데.”

 

 

 

내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자 다시 서로의 머리를 들이밀며 싸움을 시작하려 들었다. 가까이 달라붙은  개의 둥근 이마를 양쪽으로 밀어내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얘들이 이렇게 싸운다는  어떻게 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도윤이가 전둥이보다는 한참 형인데도  대등하게 싸웠다. 나는 그게 지지 않으려는 승부욕이 쌍둥이의 성장판에도 달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도영이의 신체발육은 남다르다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라 함께 태어난 도현이와 쌍둥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밖에 데리고 나가면 도영이와 도현이가 쌍둥이라는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아무튼 키는 도윤이가 훨씬 컸지만 도영이의 기운이라든가  같은  형과 맞먹을  했다. 지금도  기운을 바탕으로 씩씩대며 형을 노려보는 도영이의 머리를 헝클이며 사태를 파악에 들어갔다. 둘째의 품에 안겨있는 검은색  하나가 눈에 띄었다. 품에  감추고 있는  책으로 손을 뻗었다.

 

 

 

이러고 나면  좋아서 끌어안고 다닐 거면서  싸워. 전도영. 그거 무슨 책인데.”

이거! 이거야!”

 

 

 

내가 묻자마자 도영이는 해맑게 웃으며 자기 품에 숨겨두었던 책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안에 들어온 책을 가만히 보면서 나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해야 했다.

 

 

 

“…이거 읽을 거라고 그렇게 소리친 거야? 지금?”

!”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리는 전도윤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집에 멋으로 존재하기만 했던  책을 읽겠다고?  집에 있었던 건지도 모르는  책을? 무려 제목부터 ‘니코마코스 윤리학  책을? 심지어 지은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인 ? 전도영  아리스토텔레스 발음은   아냐.

 

 

 

아빠도 거기 앉아! 다들 모여! 내가 일거주께!”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책을 손에 쥐고만 있자 도영이가  손에서 책을 뺏어 들더니 자기 다리 위에  얹어놓았다. 모이라는 힘찬 목소리에 저쪽에 앉아있던 도현이도 무릎으로 기어 가까이 다가왔고 방금까지 동생을 노려보던 전도윤도 차분해진 표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일사불란함이 웃겨서 나도 쭈그리고 있던 몸을 고쳐 편하게 앉았다. 팔로 턱을 괴고 도영이가 책을 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가지를 물었다. 정말 궁금한  있어서였다.

 

 

 

   누가   알아?”

 

 

 

과연 전도영이 아리스토텔레스를 읽고 발음할   것인가.

 

 

 

도영이가.”

?”

도영이가 썻써!”

네가 썼다고?”

!”

 

 

 

그럼 그렇지. 나는 우리 둘째 아들이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들고 있길래 얘가 벌써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철학을 떼고 아리스토텔레스로 넘어와 강연이라도 시작하는 건가, 내심 기대했었다. 철학과 교수님의 리스트와 천재 교육 전문가  사람도 벌써 머릿속에 나열하던 중이었는데.

 

 

얘는 영락없는  씨였다. 뻥을  씨처럼 치고 언제나 당당하고 기품있는 태도를 보여줬다. 정말 태생부터 귀족 같네. 우리 아들들.

 

 

귀족가 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씨들이 모두 모여 앉았고 도영이가 말을 꺼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시작한다!”

그래!”

도영이 짜란다!”

제목! 늑대 공주님의 여행!”

 

 

 

.   이름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라니까. 그리고   거꾸로 들었어. 전도영.

 

 

 

옛날옛날에 공주가 있었어요! 그런데 공주님이 물에 빠졌어요!”

!  !”

 

 

 

이야기를 시작한  10 만에 공주님이 물에 빠지기 있냐. 전개 한번 속도감 있네. 작가를 시켜야 하나. 저번에 작가  분을 소개받았던  같은데. 번호가 아직 있나. 이따가  비서님한테 여쭤봐야지.

 

 

 

그런데 늑대들이 쫓아왔어요!”

늑대 공주님이라며.”

늑대와 공주님이야!”

아닌데  아까 늑대 공주님이라고 했는데.”

! 아빠 저리 !”

알겠어. 아무   하고 들을게.”

 

 

 

한마디  때마다 책의 종이를  장씩 넘기는 아들을 보면서 자꾸 장난을 걸고 싶어졌다. 그러나 승부욕도  빼다 박은 전도영이  태클에 쉽게 넘어질 리가 없었다. 씩씩대는 숨을 쉬면서 나를 밀어내려는  힘으로 버텼다. 아마 얘들이 조금  크면 힘으로도 바로 밀릴  같았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잠깐 흘겨봤던 도영이는 다시 목을 가다듬고 책장을 넘겼다. 거기 이야기꾼 아저씨?  페이지  읽으셨는데요.

 

 

 

늑대들이 공주님을 물어뜯었어요!”

갑자기?”

“…아빠.”

미안. 조용히 할게.”

 

 

 

이번엔 이야기에 한껏 집중한 도윤이의 핀잔을 들었다. 얘는 아까까지 자기 동생을 그렇게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이렇게 몰입하는 거지. 속을   없는 아들의 눈총에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배가 갈라졌어요!”

 

 

 

 얘기를 그만 듣고 싶어졌다. 동심 가득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돌아온  전도영의 잔혹 동화였다.

 

 

 

바다가 빨개졌어요!”

어뜨케.”

커다란 파도가 쳤고 다시 물이 파래졌어요!”

와아아!”

!”

 

 

 

이야기꾼 전도영의 잔혹 동화가 끝나자마자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래서 공주님은 어떻게  건데. 물어봤자 대답이 나올 리가 없는 의문만 쌓였고 이상하게  아들들이 무서워졌다. 얘들은  얘기에  이렇게 환호하는 거야.

 

 

 

! 이제 공주를 구하러 가자!”

늑대가 물어뜯었다며.”

그러니까 구하러 가야지! 출발!”

 

 

 

아직  찢어진 동심이 치료되지 않았는데 공주를 구하러  여정을 떠나야 했다. 오늘 하루가 언제 끝나게 될지 조금 두려워졌다. . 보고 싶어.

 

 

 

 

전가() 체력이란

 

 

 

으아악.    살려줘요.”

얼른 이리 . 숨겨줄게.”

 

 

 

외마디 비명을 내지른 정국이가 거실에서 다급하게 방으로 뛰쳐 들어왔다. 꺄르륵 노는 소리에 잠에서   얼마  됐는데 이어 비명이 들렸다. 질린 얼굴을 하고 덜덜 떨며 들어온 정국이는 내가 열어둔 이부자리로 들어와 몸을 웅크렸다.  위로 이불을  덮어준 뒤에 몸을 쓰다듬어줬다. 어떡해. 우리 정국이 마른  같아.

 

 

 

. 나는 쟤들이 진짜 너무 무서워.”

  빼닮은  아들들이잖아.”

진짜 놀리지 . 아니 쟤들은  공주를 찢는다니까?”

 

 

 

이불 안에서 고개만 살짝 빼든 정국이가 동그란 눈을 끔벅이며 말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주위에 귀여운  씨들이 넘쳐나지만 그중 최고는 아무래도 오리지널  씨였다.  얼굴이 귀여워 웃느라 광대가 아플 정도로 위로 올라가 있었다.

 

 

 얼굴을 보던 정국이가 품으로 파고들었다. 많이 힘들었는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도윤이만 있을 때야 일대일로 붙으면 그만이니 그나마 버틸  했다. 애들이 태어난 직후에도  먹이고 조금 뒹굴러주면 금세 잠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체력이 남다르게 올라서 정국이 혼자 놀아주기에는 벅찼다. 얘들이 제일 무서운  어린 나이에 비해 체격이 크다는 거였다. ,  아직도 아기인  아는 대형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는  씨들은 아빠에게 엉기기를 좋아했다.

 

 

 

저기다! 다들 저기로 출동!”

저쪽에 늑대가 있어! 다들  따라와!”

가자아!”

 

 

 

지금처럼. 예전에는 이불 안에 숨겨 놓으면  찾았는데 이젠  찾았다. 웅크리고 있는 아빠를 보면서 돌진하던 진격의  씨들은 금세 아빠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산을 등반하는 등산가 같기도 했다. 옆에서 , 하는 소리를 내는 정국이의 신음이 안타까웠다.

 

 

 

얘들아. 여기 아빠 있어. 그러면 아빠 아프다. 내려와. 내려오자.”

엄마! 조금만 기다려요! 늑대를 이기고 갈게요!”

엄마아아!”

아냐. 아니야. 그쪽 말고 저쪽이야. 엄마 구하려면 저쪽에서 와야 하는데?”

아니야! 여기야! 이야아아!”

 

 

 

고집도 세서   정한  좀처럼 바꾸질 않았다. 지금도 이미 정복당한 자기 아빠를 더욱더 짓누르고 있었다. 커다란 아들 셋에 깔린 정국이가 가만히 숨을 고르더니 으아아아 하고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던 산이 깨어나기라도  , 몸을 일으킨 정국이 곁에서 아들 셋이 하나씩 떨어져 나갔다.

 

 

 

으하하하. 아빠 ! 또오!”

꺄아아아! 다시 돌겨어억!”

아빠아 또오!”

 

 

 

잠시  곁에 엎어져서 체력을 비축했던 건지 정국이는 괴상한 소리를 내며 자기 주위로 모여드는 아들들을 하나씩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넓은 사이즈의 침대 곳곳에 아들들이 박히기 시작했다.

 

 

 

아유. 다친다. 아이고.”

꺄아아아! !  !”

으이이 전도혀언!”

으하하하 아빠아!!”

 

 

 

이리저리 침대에 나뒹구는  좋은지 사방으로 구르던 애들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깔깔대고 웃었다. 굵은 팔뚝에 핏줄을 세워가며 아들 셋과 놀아주는 정국이를 보며 짠하기도 하고  모습이 예쁘기도 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들 셋과 온몸으로 교감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며 정국이는 아예 개인 트레이너까지 고용해서 운동했다. 이전에도 자기관리의 목적으로 헬스를 했었지만 지금은 체력 관리를 위해 피티를 진행하고 있었다. 피곤함에 절어도 개인 피티만은 기어코 해내던 그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엄마아아.”

이번엔 엄마 잡으러 가자!”

으아아  !”

엄마 거기 서어!”

 

 

 

내적으로 박수를 쏟아주고 있을  정국이가 목표를 나로 틀었다. 세상에서 제일 단순한 아들 셋은 그새 눈길을 나에게 옮기고 눈을 번뜩였다. 팔을  펴고 나에게로 달려드는 아들들을  피해서 침대 밑으로 내려갔다.

 

 

 

엄마 잡는 사람한테는 뽀뽀해주지!”

 

 

 

늦잠을 자느라 찌뿌둥한 몸도 풀어볼  아들 셋을 도발했다. 근데 의도치 않은 사람이 도전 의식을 불태웠다.

 

 

 

 진짜지?  진짜 잡는다!   잡는다!”

나는  !”

나도!”

 

누구든!  잡으면 잡을 때마다 뽀뽀해주지!”

 

 

 

그래 누가 잡든 그게 문제일까. 그때부터 넓은 집을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시작했다. 근데 뭐랄까. ‘뽀뽀 걸린 이후로  씨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잡히면 큰일  것만 같은 죽음의 술래잡기가 펼쳐졌다. 그때부터 살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달렸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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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래더입니다! 반가워요!

조금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오랜만의 아육보라 긴장했나봐요.

고치고 좀 더 마음에 들게 정돈하다보니 늦어졌어요.ㅠㅠ

오래 기다리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온 거니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라고 있어요!

비록 월간 연재에는 실패했지만

이렇게 간헐적 연재로 찾아뵙도롤 할게요!

아마 이번처럼 늘 세 가족 모두 한꺼번에 업로드하긴 어렵겠지만요.ㅠㅠ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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