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육아물 보고 싶다

 

 

 

W. 래더

 

 

[뷔민]

 

 

 

부부싸움은 칼로  베기(?)

 

 

 

, , .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이가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다. 지금 시간은 새벽 1 10. 이건  의미하냐면 내가 김태형을 기다린  7시간이 되었다는 의미다. 애들은 할머니 댁에 보내놓고 같이 맛있는 외식하자고 그랬으면서 연락도 없이 늦으시는 중이다.

 

 

뻔하다. 분명 시간 맞춰 나오려다가 상사에게 붙잡혀 회식 아닌 회식을 하고 있을 거였다.  안다. 그런  김태형의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유들유들하고  부러지지 못하는 성격 탓이라는 것도 전부 아는데 화가 났다. 그래도 나랑 약속했으면  번만이라도  분명하게 거절하고 그러면  ?

 

 

 

김태형 오기만  진짜.”

 

 

 

소파에 앉아서 시계의 초침이 , 하고 움직일 때마다 손톱을 , 하고 물었다. 졸음이  그래도 두꺼운 눈두덩이를 뒤덮고 있음에도 잠들지 않으려  눈을 부릅떴다. 한계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육아로 인해  시간에 깨어있던 적이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그렇게 허벅지를 꼬집고 있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띡띡띡띡띡띡. 김태형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오는 소리였다.

 

 

 

왔어. 개자식.”

 

 

 

삐삐삐삐. 하고 울리는 경고음이 죽음의 문턱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얼큰하게 마신 건지  비밀번호도  번이나 틀린 김태형은 겨우 아주 느릿한 손길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왔다.

 

 

 발로 죽음에 찾아든 것을 환영한다. 어리석은 김태형이여.

 

 

 

. 여보야. 아직  ,  자구 있어써?”

지금이 대체  시야.”

그게. 여보야. 지민아. 인제 그게 약간 어떻게  거냐면….”

 

 

 

집에 들어오자마자 환히 켜져있는 거실 불에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보고 다분히 놀란 눈치였다. 비틀대던 김태형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먹고 제발 입은  그대로 잠들지 말라던 나의 잔소리를 기억하는  급하게 입고 있던 옷을 벗은 김태형은 연신  눈치를 봤다.

 

 

 

진짜 내가 설명을 약간  건데. 그게 어떻게  거냐면 이제 약간 부장님 눈치가 보여가지고.”

전화  번을  ?  회식 잡혔어, 라고 카톡 하나  보내?”

아니 이제 내가 그거를 하려고 전화기를 집으면 자꾸  따라주고  이제 약간 붙잡고  걸고 그래서. 내가 진짜 미안해 지민아.”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김태형이 소파 가까이 와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차마 나한테 손은  대고  옆에 있는 소파를 꼼질거리며 만지면서  눈을 조심스럽게 흘긋댔다.  김은우가 혼날  모습 같아서 어이가 없었다.

 

 

 

바보야? ? 그래.  회사생활 중요하지. 아는데. 나는  중요해? 나랑  약속은   어째도 되는 거야?”

아니야. 진짜 아니야. 자기야. 그거는 진짜 오해야. 그러면   속상해.”

? 속상? 나도 속상해. 내가 제일 속상해. 너랑 연락  됐을  처음엔 엄청 걱정했고, 나중엔 화났어.  밥도  먹었어.  기다리느라.”

. 자기 밥도  먹었어? 내가, 내가 지금 밥을.”

됐어.  필요 없어.”

 

 

 

정말 필요 없었다. 왜냐면 사실 아까 혼자 치킨시켜서  마리  먹었거든. 당연히 김태형이  미안하라고  뻥이다. 예상처럼 김태형은 안절부절못하고 꿇어앉은 몸을 들썩이며 어쩔  몰라하고 있었다.  모습이 자꾸 거슬렸다.

 

 

 

 가만히 있어.  진짜 내가 우습냐? 만만해? ? 맨날 그냥  넘어가주니까 이것도 넘어가겠지 싶어? 도대체 내가 언제까지! . 진짜.”

미안해. 진짜로 너무 미안해 자기야. 지민아. ? 나는 진짜 바로 전화하려고 그랬는데. 자꾸 부장님이  붙잡고 과장님이  걸고 그래서. 정말로 미안해. 근데 나는 진짜로 빨리 오려고 했고 자기 생각 진짜 계속했어 나는 ….”

 

 

 

김태형이 중얼중얼 핑계를 대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이 자꾸 한곳으로 쏠렸다. 나는 정말 너무 궁금해. 궁금해 미치겠어 태형아.

 

  오늘 얼룩무니 빤스 입었어? 그것도 삼각으로?

 

 

 

자기야 내가 잠깐만, 내가 아이구 집이 어지럽네. 이거 내가 가져다 놓을게. 부엌에. 자기야   말라?  떠줄까? 어어 이거 빨래.”

 

 

 

진짜 여기 무슨 사바나 초원 같으니까 얼룩무늬 빤스 입고  집안을 누비지 말아줄래? 집안을 배회하는  모습이 마치 김태형이 나를 놀리는 것만 같았다. 얼룩무늬 삼각빤스가 나를 보면서 ‘짐나~ 여기 ~’ 하면서 라이온킹 주제가를 부르는  같았다. 와중에 뒤태 뭔데. 엉덩이  탐스러운데  받게.

 

 

 나름대로 미안함을 토로하며 집을 정리하고 따뜻한 물까지 떠온 김태형이 다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꼴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꿍얼대는 말도, 취해서 비틀대면서 멀쩡한 척하는 것도, 차림새 그대로 다가와서  앞에 앉는 것도. 시발.  적나라하잖아.  상태로는 얼룩무늬 삼각빤스에 혼이 나가서 제대로 싸울  없었다. 김태형에게 바지를 입히는  시급했다.

 

 

제발! 김태형! 바지! 입으라고!

 

 

 

 김태형! 빤쓰나  입어!”

 

 

 

잠깐만. 내가 방금 뭐라고 그랬지.  분명히 바지나  입으라고 하려고 했는데.

 

 

 

아니 ,  빤스는 입고 있는데. 짐나….  빤쓰  입어야 ?”

망했어.”

 

 

 

 말에 김태형은 곧게  뻗은 잘생긴 손을 다소곳하게 모으고 자기 빤스를 가렸다. 손이 어찌나 큰지 빤스가  가려졌는데 그게  가관이었다. 이게 무슨 누드톤의 향연이야.

 

 

빤스나 입으라는 말에 벙찐 채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진짜 너무 웃겨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결국 얼굴을 가리고 낄낄대며 웃어버렸다. 진짜 짜증 .  오늘 진짜 화내려고 했다고. 엄청 무섭게!

 

 

 

, 지민아?”

 진짜 짜증 . 일단 바지나 입으라고! 가서 씻고 오고!”

어어 알겠어. 그럴게.”

 

 

 

 웃음에 안도한  한숨을  내쉰 김태형이 그대로 일어나 총총대며 화장실로 사라졌다. 다소곳하게 모은 손을 치우지 않은  뛰어가는  앞태며 뒤태 모두 웃겨서 소파 위에 쓰려져 자지러지게 웃었다.

 

 

 진짜 너무 빡치는데 너무 웃겨. 그래서 빡쳐.  얼룩무늬 삼각빤스 불태울 거야.

 

 

 

 

**

 

 

어제의 얼룩무늬 삼각빤스 사건으로 부부싸움이 흐지부지 끝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완전히 풀린  아니었다. 나는 끊임없이 김태형을 노려봤고 그런  비위를 맞추기 위해 김태형은 부단히 노력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니 김태형이 빵과 우유, 계란후라이와 햄을 구워놓고 어색하게 웃으며  반겼다. 밥을  먹고 나니 내가   틈도 없이 식기를  치우고 이어 커피 메이커에서 커피까지 뽑아왔다. 아주 뜨끈뜨끈하게.

 

 

 

. 김태형.”

어어. 짐나.  필요한  있어?”

. 나한테 용서받고 싶어?”

? …. . 나는 지민이가 나를 쪼꼼 봐줬으면 좋겠어.”

 

 

 

커피잔을 손에   불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김태형을 보고 있으니  안의 장난기와 변태 같은 가학성이 함께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입꼬리 한쪽이 스윽 올라갔다.

 

 

 

태형아.”

?”

 사랑해?”

당연하지! 나는 지민이를 언제나! 항상! 평생 사랑하지!”

그러면  커피 원샷해.”

“…?”

사랑한다며. 증명해봐.”

 

 

 

나는 정말 장난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김태형이  같은 표정 같은 목소리로 , 짐나아. 하며 다른 방식을 요구할  알았다. 그런데 김태형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바보였고 무모했다.

 

 

 

, . !”

, 댜갸. 나는 댜기를 사댱해. 으앗뜨뜨. , 샤댱이 너므 뜨거어.”

 미친 새끼가! 그걸 진짜로 원샷하면 어떡해! 돌았냐? 아오!”

 

 

 

그렇게 김태형은 입안에 화상을 입어버렸다.  터져 뒤지라고 고사 지내는 .

 

 

 

 

♥ DNA

 

 

엄마. 아빠  저래?”

몰라. 아프대.”

그렇구나.”

 

 

 

 입안을 커피에게 뜯긴 김태형은 밥을   없는 처지가 되었다. 회사에는 며칠 휴가를 내고 집에서 요양을 시작했다. 병원에 다녀와서 약도 처방받고  가지 주의사항도 들었다. 개중에 김태형이 아주 좋아한 병원의 처방이 있었다. 그거 뭐냐면.

 

 

 

! 김금옥 김금동 이거 그만 먹으라고!”

같이  먹자아!”

 먹보들아! 아이스크림 아빠 거라고!”

그런  어딨냐! 우리는  같이 살잖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으이씨, 김금옥   그렇게 늘었어!”

나도 이제 형아니까!”

 

 

 

아이스크림이었다. 말싸움에서 아들한테 밀리고 몸싸움에서 딸한테 밀린 김태형이 끝내 빼앗겨 버린  아이스크림 통이었다. 의외로 아이스크림이  데인 데에는  괜찮다는 이야기를 의사 선생님이 해주셨고  말을 핑계 삼아 김태형은 삼시 세끼를 아이스크림으로 때우고 있었다.

 

 

제발 밥이라도  먹으랬지만 그때마다 입안이 아프다며 칭얼대는 탓에 그냥 뒀다. 배고프면 자기가 알아서 뭐라도 집어먹겠지 싶었다.

 

 

자식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김태형은 바닥에 드러누워 아이스크림이 탈탈 털리는  보고 있었다. 그런 김태형을 가만히 지켜보니 얼굴에서 눈물이 또르륵 흐르고 있었다.

 

 

 

금옥아.”

왜애.”

아빠   떠다 주라.”

 싫어어.”

 

 

 

아이스크림에 혼이 팔린 김은우가 물을 떠다   만무했다. 그에 울컥했는지 김태형이 크흡, 하며 울었고 이어 팔을 들어 눈물을 닦아냈다. 다시 심기일전하는  목을 가다듬더니 이번엔 자기 딸을 불렀다.

 

 

 

금동아.”

네에.”

아빠 .”

시러. 아빠 니가 떠먹어.”

 금동아아.  떠줘어.”

아니야! 아빠 너가 먹는 거야!”

 

 

 

요새 2인칭을 배운 태은이의 말버릇이  저랬다. ‘아빠 ’, ‘엄마 부터 시작해서 보는 사람에게 말을  때마다 ‘  넣었다. 그게 너무 민망하고 당황스러워 ‘라는 말에 대해 알려줬고 이제는 어른들한테는  쓰지 않았다. 자기 아빠를 제외하고는.

 

 

태은이에게마저 물심부름을 거절당한 김태형이 아예 엎어져서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입안이 데여 얼얼했고,  먹지 못해 배도 고픈데 아들, 딸이 심부름 하나 해주지 않는다는  서러운 모양이었다.

 

 

 

  하나 떠주는  그렇게 어렵냐고오! 김금옥 김금동 아빠  주라고오!”

아빠 시끄러워!”

물을 떠줘야 아빠가 조용히 하지! 김금옥도 시끄럽거든? 너도 조용히 !”

! 아빠 너만 조용히 !”

 

 

 

도대체 누굴 닮은 성질머리인지 떼쓰는 아빠를 좀처럼 참아주지 않는 태은이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얼굴이 벌게진 채로 씩씩대는 모습이 낯선데 낯설지 않았다. 뭐지  기시감.

 

 

아무튼 아빠를   째려본 태은이는 다시 자기 오빠까지 옆으로 밀어버리고 아이스크림을 퍼먹었다.  모습을 보다가 김태형을 쳐다봤더니 끅끅대며 울고 있었다. 아유 짠해라.

 

 

 

너나 조용히 하래…. 우리 딸이 너나 조용히 하랬어.”

.  김태형.”

짐나. 어떻게 저러지? 나더러 너나 조용히 하래.”

아니야. 그렇게   했어.”

정말?”

. 너만 조용히 하랬어.”

“…그거나 그거나잖아! 자기 미워!”

 

 

 

, 하는 소리를 내고는 다시 엎어진 김태형이  다리를 방방 굴렀다. 엎드려 울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조금 갖더니 이내 진정했는지 슬금슬금 몸을 일으켰다.

 

 

 

너네 진짜.  아이스크림도 아빠가  건데 그러기 있냐?”

모가!”

아빠가 열심히 벌어서 아이스크림 그거  건데 아이스크림도 뺏고 물도  떠줘!”

나는 자식이자나.”

 

 

 

여전히 아빠는 보지도 않고 말하는 태은이가 웃겨서 입을 틀어막았다. 은우가 저만했을 때는 저렇게   했던  같은데. 유려한 말빨에 못이겨 웃어버렸다. 웃는 채로 소파 밑을 쳐다보니 김태형이 심히 상처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태은이를 빤히 쳐다보는 눈에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누구 자식인데. 누구 자식인데 김금동!”

 자식이잖아!”

? 누구 자식?”

 자식!”

 

 

 

자꾸 묻는  짜증 났는지 손가락으로 자기 아빠를  찝은 김태은이 도도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여전히 이를  깨물고 있었다. 진짜 얘들 보고 있으면 TV 필요가 없다. 그냥   셋이서 둘러앉아 노는  구경하면 그렇게 재밌었다. 소파 위에서 깔깔대고 있는 나를 신경도    김태형은 다시 자기 딸을 톡톡 건드렸다.

 

 

 

금동아.  그런  누구한테 배웠어?”

몰라!”

 

“…엄마가 알려줬어?”

귀찮게 하지 마아!”

! 김태형!”

 

 

 

엄마가 알려줬냐는 말에 태은이와 동시에 화를 버럭 내버렸다. 그에 놀란 김태형이 고개를 돌리며 나를 쳐다봤고 곧이어 다시 태은이를 쳐다봤다.  번을 그렇게 도리질을 하며 우리를 비교분석하던 김태형이 결론을 내렸다.

 

 

 

승질 진짜 너무 똑같아….”

? !”

미워!”

 

 

 

소리를  지른 김태형이 벌떡 일어나서 방으로 향했다. 화났다는  표현하려는  쿵쿵거리며 걷는 꼴에 내가 뭐라고 하려던 찰나, 태은이가 선수를 쳤다.

 

 

 

밑에서 욕한다아!”

김금동  진짜!”

아빠  조용히 해랬어!”

 박지민 판박이!”

 

 

 

.  닮아서 똑부러지고 좋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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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래더입니다. 오랜만이에요.

아육보가 아임보 때에도 그랬지만 시간이 아주 훅훅 갑니다.

애들이 눈 깜빡하면 자라요.

아무래도 엄청 어릴 때 이야기는 첫째들을 통해 했기 때문에

둘째들이 난 이후에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로 이루어지는 거 같아요.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괜찮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참, 이번 에피소드는 저희 조카님의 말버릇에서 따왔어요ㅋㅋㅋㅋㅋ

늘 저를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면서

'고모 너는~?' 하고 묻는 게 일상적이라 꼭 소재로 녹여봐야지, 했거든요.


'너만 조용히 해!' 역시 조카님의 어록입니다.

저희 아버지에게 버럭 소리지르며 했던 말이거든요.

아니 어떻게 저런 말을? 했지만 어릴 땐 다들 저런다더군욬ㅋㅋㅋㅋ

저도 그랬대요. 2인칭이 아주 매력적인 말인가봅니다. 고맘 때 친구들에게.



즐겁게 읽어주셨길 바라고 있어요.

느림보 래더이지만 그래도 찾아주시고 반겨주시는 여러분이 있어 글을 씁니다.

읽어주시고 티스토리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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