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아 육아물 보고 싶다

 

 

W.래더

 

 

 

♥엄마의 밥상

(여러분 이건 다 지나간 명절 특집(...)입니다. 하하하.)

 

 

 

“우와 자기야. 이거 다 뭐야?”

“눈 감은 채로 그게 다 보이냐?”

“웅. 나는 눈이 다 안 감겨. 이거 봐 자기야. 눈꺼풀이 쪼꼼 짧은 거 같아.”

“얼굴 치워. 나 지금 칼 쥐고 있다.”

 

 

설 연휴임에도 돈을 더 벌겠다고 당직을 서고 온 김태형은 설 당일이 된 오늘 새벽에야 집에 들어왔다. 어스름한 새벽녘에 누가 침대 위로 꾸물꾸물 기어오는 걸 느끼고 놀라서 발로 차버렸다가 끙끙 앓는 익숙한 소리 듣고 정신을 차렸다.

 

피곤하긴 또 엄청 피곤했는지 나한테 차여서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져 놓고 그 바닥에서 쭈그린 채 자고 있는 김태형을 보니 괜히 코끝이 시렸다. 그래도 가장 노릇 하겠다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게 짠했다.

 

 

“그러고 서 있지 말고 가서 애들 깨워. 태은이는 일어난 거 같더라.”

“알겠어. 자기야.”

 

 

슬쩍 내 곁으로 다가오더니 볼에 입을 맞추고 총총 사라지는 김태형을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새벽에 옷도 안 갈아입고 바닥에 웅크린 게 짠해서 옷 갈아입히다가 죽는 줄 알았다. 맨날 나한테 맞고 살아서 팔랑대는 종이인형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실상 김태형 몸은 꽤 옹골찬 편에 속했다. 몸이 말라서 그렇지 골격도 있고 단단했다. 그래서 벗겨놓고 봤을 때 끝내주게 흐뭇하지만.

 

 

“엄마. 왜 침 흘리고 있어?”

“어? 무슨, 무슨 말이야. 아닌데? 침 아닌데 이거?”

“아빠. 엄마 입에서 물이 흘러.”

“엄마는 못 하는 게 없는 요정이라 그래. 금옥이가 이해해.”

 

 

김태형 벗은 몸 생각하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새 입안에 침이 고이고 밖으로 흐르기까지 했나 보다. 머쓱함에 고인 침을 삼키고 옷으로 대충 입가를 닦았다. 김태형은 그런 날 보면서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 쟤는 뭐 맨날 다 모르면서 이럴 때만 속을 다 꿰뚫는 거 같단 말이지.

 

괜히 뜨끔해서 날 쳐다보는 김태형을 째려보고 다시 칼을 고쳐 잡았다. 패 죽이네 말려 죽이네 해도 결국 이 집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존재였다. 남들 다 쉬는 연휴에도 못 쉬고 며칠 내리 일을 하고 온 게 안쓰럽기도, 고맙기도 해서 내가 특별히 인심을 쓰기로 했다.

 

 

“우와아. 아빠 음식 짱 많아.”

“오늘이 설날이라 그래.”

“설날? 설날에는 밥을 이렇게 많이 먹어?”

“응.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 거야.”

“태형아. 그건 추석이야.”

“구랭? 금옥아 아빠 말 취소. 그거 아니래.”

 

 

…이 집에서 가장 의지를 해야 할 존재가 쟤라는 게 가끔은 좀 두렵기도 하다.

 

어쨌든 언젠가부터 명절이 되면 양가 부모님들끼리 여행을 떠나시곤 해서 우리끼리 여유롭게 휴가처럼 보내고 있었다. 힘들게 애들 한복 입혀서 인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편했지만 문을 열지 않는 가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게 함정이었다.

 

미리 연휴 전에 음식을 사놓거나 여기저기 배달하는 데를 찾아 시켜먹곤 했는데 오늘은 특별히 내가 솜씨 좀 부렸다. 이 김가놈들 그동안 내가 솜씨를 안 부리니까 날 만만하게 봤지? 오늘 아주 깜짝 놀랄 줄 알아라.

 

 

“자기야. 이거 언제 먹어?”

“다 됐어.”

“금동이는? 금동이 거는 없어? 엄마?”

“금동이 것도 있어. 특별 제작한 이유식도 나갑니다.”

 

 

맛깔나게 부쳐낸 전들을 다 썰어서 접시에 옮겼다. 그릇을 들고 태은이용 분유도 챙겨서 식탁으로 향했다. 김태형의 진두지휘 하에 김가들이 얌전하게 식탁 앞에 앉아있었다. 내가 차려놓은 밥상을 보니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전과 튀김, 고기볶음과 잡채 그 외에도 온갖 음식들이 가득했다. 벌써 김가들 눈이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이 밥상 앞에 꿇어라 김가놈들아.

 

 

“여보야 이거 언제 다 준비한 거야.”

“뭐. 이까짓 걸로.”

“그래도 엄청 많은데? 우리 여보 진짜 멋있다.”

“먹어두 돼? 엄마?”

“어. 먹어. 태은이도 이유식 먹어보자.”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식탁 앞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일제히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언제 다 준비했냐고? 김가들이 점심시간이 다 지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 틈에 했지. 잠 많은 세 사람 덕에 나는 여유롭게 이 음식들을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박지민이야. 이게 뭐 어렵다고.

 

 

“맛있지?”

 

 

내가 차려낸 밥상을 보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기분이었다. 뿌듯함에 한껏 미소 지으며 김 씨 셋을 향해 당당하게 물었다. 근데 열심히 밥을 집어 먹던 애들이 일순간 행동을 멈추고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뭔데. 그 표정들.”

“여보야. 나는 튀김이 맛이가 없는 거 처음이야.”

 

 

김태형이 입 안 가득 고구마튀김을 물기만 한 채로 웅얼거렸다. 옆에서 고기를 집어 먹던 김금옥도 한숨을 푹 내쉬며 수저를 내려놓더니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진짜. 뭐 먹구 살아야대? 엄마두 아빠두 밥을 진짜 못해!”

 

 

아아. 아침부터 일어나 따스한 햇살 같은 마음으로 밥을 차렸던 그 시간들은 무엇이 되었는가. 김부자의 냉철한 평가를 받은 후 나는 마치 한식대첩의 마지막 심사위원의 프리패스권이라도 바라는 마음으로 태은이를 쳐다봤다. 내가 진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유식을 숟가락으로 퍼낸 태은이가 나 보란 듯이 내용물을 바닥에 버렸다.

 

나 너네 진짜 싫어.

 

 

“앞으로 너희끼리 잘 먹고 잘살길 바랄게.”

“여, 여보야?”

“엄마?”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김태형의 얼굴은 만년설처럼 적어도 만년은 나에게 먹힐 줄 알았다. 근데 김태형의 얼굴 세 개가 똑같이 ‘이걸 먹으라고 준 거야?’ 하는 듯이 날 보는 순간 정이 떨어졌다. 김태형의 얼굴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

 

이것들이 기껏 해줬는데 맛이 없어도 맛있게 먹어야지. 원효대사도 해골물 먹고 잘 큰 거야 이 새끼들아.

 

 

“가, 가지마. 여보. 이거 엄청 맛있다. 그치 그치 금옥아.”

“어어. 엄마 이거 최고야. 짱이야!”

“마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차키와 휴대폰, 지갑을 챙겨 든 채 현관으로 향했다. 그래 나는 니들 없으면 더 편하게 잘 산다 이거야.

 

벙찐 세 사람을 뒤로하고 쿨하게 현관을 열었다. 마침 엘리베이터도 가까운 층에 서 있어서 금세 잡아탈 수 있었다. 띵,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마지 얼음 땡의 땡이라도 되는 것처럼 얼빠져있던 김씨들이 그 소리를 신호탄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보야 안 돼!”

“엄마아!”

 

 

김태형과 김금옥은 맨발로 뛰쳐나왔지만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는 내 손이 더 빨랐다. 1층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걸 기다리고 있는데 문밖으로 우당탕탕하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안 돼!”

 

 

날 붙잡겠다고 계단을 달려 내려오는 김태형의 소리였다. 신발이나 신었는지 괜히 마음이 쓰이던 찰나, 손에 들려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지는 김태형. 헐레벌떡 김태형이 뒤어내려오는 모양새로 보면 직접 건 건 아니었다. 뭐 보나 마나 김금옥이 엉엉 울며 아빠 핸드폰을 붙잡고 있을 거였다. 1층에 내리니 창 너머로 빼액하고 우는 금동이 울음소리도 들려왔다.

 

 

“여, 여보야. 허억. 가면 안 돼.”

 

 

1층 현관으로 나서는데 뒤에서 누가 날 붙잡아 세웠다. 숨을 크게 헐떡거리는 김태형이 내가 도망갈세라 거친 숨소리를 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와 붙잡았다. 손에서는 핸드폰이 여전히 울렸고 우리 집 막내딸로 추정되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청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밥도 맛있게 못 해주는 여보 둬서 뭐해. 나 갈게. 너희끼리 잘 지내.”

“아니야. 아니야 자기야. 밥 못하면 어때. 밥 잘하는 사람들 되게 많아. 내가 그 사람들한테 밥 달라고 그럴게. 가지 마. 우리 두고 가면 안 돼.”

 

 

김태형이 나를 당겨 안았다. 귓가에는 크게 고르는 숨소리가 들렸고 마주 닿은 가슴께에서는 빨리 뛰는 박동이 느껴졌다. 날 놓칠세라 끌어안는 김태형의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엉엉 우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아. 가지 마아.”

 

“김금옥. 너.”

 

 

진짜 안 웃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몰라도 대충 담요로 등에 태은이를 둘러업은 채 슬리퍼를 신고 우리 아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었다. 뭐 저렇게 짠하냐. 우리 아들.

 

 

“금동이도 울었어. 아빠도 울잖아. 우리 버리고 가지 마라. 엄마아.”

“맞아 여보야. 우리 굶고는 살아도 자기 없으면 못 살아.”

 

 

내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서 옷깃을 붙드는 김 씨 셋을 보고 그저 웃었다. 그래 얘들 두고 어디 가지도 못하겠다. 도피는 여기서 그만두기로 했다. 어딜 가기도 전에 얘들한테 붙잡힐 거 같았다.

 

집으로 올라가면 다 식어버린 맛없는 밥들이 있을 거고, 배는 고프고. 김태형과 김은우, 김태은에게 둘러싸여 안긴 채로 가만히 골몰하다가 말을 꺼냈다.

 

 

“우리 놀러 갈래?”

 

 

 

♥결혼 말고 연애

 

 

뜬금없는 제안이었지만 단순한 김부자는 신이 났다. 맨발로 뛰쳐나온 김태형과 슬리퍼만 신은 김은우 때문에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 은우 등에 엉성하게 안겨있는 태은이를 안아 들고 집으로 가서 대충 간단한 짐만 챙겼다.

 

 

“자기야 어디로 갈까?”

“음. 바다 가자.”

“바다? 엄마 우리 바다 가?”

“빠다아!”

 

 

차에 탄 채 애들 벨트를 채워주고 앞좌석에서 내 벨트도 마저 채웠다. 바다로 가자는 내 말에 김태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이 신났는지 김 씨들은 엉엉 울던 것도 잊고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세 사람의 노래를 듣고 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화음도 엉망이고 가사도 제멋대로인 이 엉망진창 노래는 누군가에게 소음일지도 모르는데 나한테는 이상하게 안정을 주었다. 시끌벅적 관종 김 씨들과 사는 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서 어쩌면 나도 얘들 없이는 못 살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__

 

“바다! 바다다!”

“은우 조심!”

 

 

돌이 지난 태은이도 아빠 손을 잡고 몇 걸음 걸으며 방방 뛰었다. 앞에서 자기 오빠가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게 부러웠는지 자기도 몸을 가만두지 못했는데 그러다 넘어지기 일쑤였다. 저쪽으로 바다를 향해 뛰어갔던 은우가 뒤를 돌아보더니 넘어진 태은이를 발견했다.

 

 

“금동아!”

“으누우!”

 

 

태은이는 꼭 자기 오빠를 ‘오빠’라고 안 부르고 ‘은우’라고 불렀다. 뭐 은우가 그런 걸 신경 쓰는 애도 아니라 자기들이 편하게 부르고 불리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어쨌든 은우가 자기 이름을 해맑게 부르는 동생에게로 다가오더니 작은 손을 꼭 잡아줬다.

 

 

“나랑 같이 가자. 저게 바다야. 바다.”

“바다아!”

 

 

은우가 태은이 손을 잡고 걸어가니까 김태형은 잡고 있던 태은이 손을 놔줬다. 그러고는 가만히 서서 아장아장 걸어가는 제 자식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참 예쁘게 낳았어. 우리 애들.”

 

 

답지 않게 감상적인 말을 하는 김태형을 잠깐 쳐다봤다. 분명 아까 식탁에서 본 표정 때문에 저 얼굴에 대한 만년의 사랑이 식었었는데. 바닷바람을 맞으며 예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니 점점 기억이 미화되기 시작했다. 이 얼굴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만 남아가고 있었다. 조금 더 미워하려고 했는데. 진짜 이기적인 얼굴이 따로 없다. 괜히 심술이 나서 고개를 쳐들고 김태형의 말에 대꾸했다.

 

 

“내가 낳았어.”

 

 

심술 맞은 말이었는데 뱉어놓고 보니 마음속 깊이부터 이상한 자부심이 차올랐다. 김태형의 시선을 따라 쳐다본 자리에 내가 낳은 우리 애들이 있었다. 잘생긴 김태형을 닮아 잘생기고 예쁘고, 귀엽기까지 한 저 녀석들을 내가 낳았다. 어느새 심술 맞게 쳐들었던 고개는 바로 세워지고 흐뭇하고도 당당한 미소가 얼굴에 차올랐다.

 

 

“맞아. 우리 여보가 고생이 많았어.”

“…알면 잘해.”

 

 

따뜻하게 웃어주며 어깨를 감싸는 김태형의 행동에,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 처음 연애할 때처럼 설렜다. 뭐야, 얘랑 이런 감정 드는 거 되게 낯선데. 연애할 때도 자주 안 이랬다고.

 

 

“여보야.”

“어, 어?”

 

 

다행스럽게 너무 차갑지 않은 바닷바람이 불고 있었고 해는 어스름하게 지는 중이었고 적당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김태형은 감싸고 있던 내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으며 자기와 마주 보게 했다. 바람에 헝클어진 내 머리를 정리해주고 살짝 차가운 볼을 붙잡았다. 아, 이거 뭐야. 애들 있는 앞에서 이 양반이 대체 뭘 하려고.

 

 

“지민아.”

“왜 자꾸 불러.”

 

 

자꾸 부르지 말고 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해도 될 거 같기도 한데. 이상하게 뜸 들이며 애태우는 김태형의 행동에 자꾸 속이 간지러웠다. 짜증이 나야 했는데 이 바다에 김태형이 너무 잘 어울려. 잘생김이 극대화되는 바람에 짜증이 자꾸 삭는다. 김태형이 날 빤히 바라보며 얼굴을 천천히 숙여 나에게 다가왔다. 그 아찔함에 자연스레 눈을 감았다.

 

 

입술이 닿을 때가 되었는데도 닿지 않는 게 이상해서 흐릿한 눈을 천천히 뜨니 김태형이 여전히 날 보며 웃고 있었다. 고장 난 로봇이야 뭐야. 왜 저기서 멈춰있어. 배터리 다 됐냐? 하며 불만을 터뜨리려는 순간.

 

 

“나 잡아봐라!”

 

 

양손으로 붙든 내 볼을 한껏 찌부시키더니 김태형이 튀기 시작했다. …저 새끼가.

 

 

“나 이거 지인짜 해보고 싶었어! 우리 연애할 때 자주 이랬잖아! 나 잡아봐라!”

 

 

 

그래, 연애할 때. 처음 연애할 때 이거랑 비슷했지. 쓸데없이 애매한 발음으로 날 오해시켜놓고 튀는 너를 내가 붙잡았지. 그때 붙잡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도 늦지 않은 걸까.

 

신나게 도망가면서 뒤를 돌아보는 김태형을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좌우로 붕붕 흔들었다.

 

 

“가! 잘 가 태형아! 너 보내줄게!”

“어, 어?”

“안 잡고 보내줄게! 잘 가!”

 

 

저쪽으로 도망가던 김태형이 멍청이처럼 모래사장에 멀뚱히 섰다. 팔을 붕붕 흔드는 나를 보더니 얼굴 가득 물음표를 띄운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웃겨서 웃음을 빵 터뜨리니 김태형이 같이 웃으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그럼 내가 너 잡는다! 너 나한테 잡혀봐라!”

 

 

나한테 달려오는 김태형을 보다가 슬쩍 애들이 있던 자리를 쳐다봤다. 김은우의 리드 하에 남매가 나란히 모래사장에 앉아있었다. 다행히 관종즈답지 않게 얌전한 모습을 보고 다시 고개를 트니 김태형이 한껏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으악! 야 너 뭐야!”

“히히. 잡았다. 여보 나한테 잡힌 거야.”

 

 

금세 날 끌어안은 김태형이 몸을 붕붕 흔들었다. 내가 불편하지 않게 다시 고쳐 안더니 아까보다 안은 팔에 더 세게 힘을 주었다.

 

 

“내가 잡았으니까 어디 안 보낼 거야.”

“뭐래.”

“이제 도망 못 가. 가지 마. 지민아.”

 

 

날 붙잡아놓고 꽤 불쌍하게 애원하는 게 좀 귀엽긴 했다. 그런 김태형을 슬쩍 다독여주니 품에서 얼굴을 떼어내고 날 쳐다봤다. 그리고 곧 내 볼에 입을 맞췄다.

 

 

“야! 너.”

“우리 지민이 오늘 되게 예쁘네.”

“뭐래. 원래도 좀 그런 편이야.”

“자기야.”

 

 

지금 분위기 좋은데. 기분이 묘했다. 아니. 분위기 좋으면 안 돼. 태형아 지금 하려는 말 하지 마. 내가 경고한다. 내가 딱 경고해.

 

 

“너 아무 말도.”

“우리 셋째까지 함 만들어 보까?”

“야! 이 김태형 너 이 새끼!”

 

 

김태형은 전매특허 한 따까리 표정을 짓더니 날 품에서 떼어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셋째 같은 소리를 하는 김태형의 생식기관을 떼어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뒤를 쫓았다. 졸지에 김태형이 바라던 모래사장 위 ‘나 잡아봐라’가 시작됐다.

 

 

이따금 은우가 태은이를 향해 엄마 아빠는 원래 저런다며 가족관계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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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래더입니다. 

글을 너무 오랜만에 쓰죠?

뭐 이런 일이 있었다, 저런 일이 있었다 하는 말들은 다 핑계 같아서 하지 않으려 합니다. 누구나 무슨 일들을 겪으며 사니까요.


글 업로드가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네요.

준비하고 있는 글들이 준비 단계에서 끝나진 않을까,

맺지 못한 글들이 미완으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글 업로드가 너무 늦다고 저 미워하시면 안 됩니다.(ㅠㅠㅠ)



참고로 원래 아육보는 둘째가 나오면 끝내려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감사한 글이면서도 동시에 힘든 글이었거든요.

그래서 긴 휴식기를 끝내고 돌아오면 아육보는 연재종료를 해야지, 했는데!

읽어주시는 분들이 아육보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또 기다려주시고 있으신 걸 보고 조금 더 힘내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아육보 연재는 지금처럼 간헐적(..) 월간(..) 연재가 될 거 같습니다.

소재가 떠오르거나 생기면 그것들을 엮고 이야기로 만들어내는데 

이따금 그 과정이 까다로울 때가 있어서요.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지, 더 이상 못하겠다고 느껴지는 데까지는 해볼까 합니다.

가끔 제가 너무 지치지 않았을까 싶어지시면 작은 응원을 해주세요!

당근 같은 거랄까요.(참고로 저는 편식쟁이라 당근을 안 먹습니다....TMI였나요...)



저를 찾아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전해주는 당근이라면 잘 먹고 힘내보겠습니다!

언제나 좋은 말들로, 격려로, 응원으로 저를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으로 읽을 수 없는 응원일지라도 마음을 다해 받을게요.



앞으로도 저와 느리지만 함께 가자는 말을 이렇게 길게 합니다.

글쟁이라 그런가봐요. 긴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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