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아 육아물 보고 싶다

 

 

 

W.래더(舊 새벽의덕후)

 

 


*여러분 드디어 둘째들이 태어났습니다. 제가 사라졌던 시간 동안 아이들이 건강히 태어나고 잘 자랐답니다. 그래서 (뜨든) 앞으로 아육보의 에피소드는 둘째들도 함께합니다!



[뷔민]

 

 

♥아기를 대하는 김금옥의 자세

 

 

“형. 수아가 지금 몇 개월이지?”

“16개월 됐지.”

“와 빠르네.”

“너 벌써 예정일이 코앞인 거 생각해.”

“그러게 시간 진짜 빨리 간다.”

 

 

오랜만에 호석이 형이 우리 집에 왔다. 호석이 형은 내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형이자 나와 김태형의 오작교 역할을 해줬던 사람이다. 우리가 결혼했을 때 가장 많은 축하를 해줬던 사람이었다. 물론 미안하다는 말도 가장 많이 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가끔 결혼 생활이 힘들 때마다 장난과 진심을 골고루 섞어서 형의 멱살을 흔들곤 했으니까. 형이 워낙 성격이 좋고 유들유들해서 그때마다 웃으며 미안하다고 해줬다.

 

평소에도 교류를 자주 했다. 특별한 날이어도 아니어도 내가 형의 집에 놀러 가거나 형이 우리 집에 놀러 와 밥도 먹고 함께 놀러 다니기도 했다. 그런 호석이 형이 오늘 우리 집에 온 이유는 다른 게 아니고 형의 집에서 쓰던 산후조리용품을 나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그거 겸,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해서.

 

 

“태형이는? 출근했나?”

“했지. 형은 요새 공연 기획하는 거 없어?”

“곧 공연 하나 들어가. 너 금동이 낳고 시간 되면 초대할게. 보러 와.”

“알겠어.”

 

 

형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금동이’라는 이름이 나오는데 좀 웃겼다. 금옥이와 금동이는 내 주변에서는 아주 유명한 애들이다. 단순히 태명만으로 유명해졌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아주 특별한 태명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좋아했다. 물론 그래놓고 아무도 그 태명을 따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위선자들 같으니. 아무튼 형이 가져온 물건을 꺼내 설명하고 보는 건 잠깐이었고 지금은 내내 수다를 떠는 중이었다. 은우는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는 수아가 신기한지 그 옆에 앉아서 곁눈질로 흘끗대는 중이었다.

 

 

“은우야. 동생 예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은우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호석이 형의 둘째 딸인 수아는 정말 예쁘게 생겼다. 호석이 형의 죽이는 콧대를 빼다 박았고 또 호석이 형 배우자의 이목구비도 아주 조화롭게 닮아있었다. 은우는 자그마하고 올망졸망 예쁘게 생긴 수아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수아는 되게 조용하네. 우리 은우는 옹알이 시작했을 때부터 한 번도 조용한 적이 없었는데.”

“왜. 은우 지금 되게 조용한데.”

“조금 있다가 수아랑 말 터봐 쟤 수다 떠는 거에 놀랄걸?”

 

 

내 말에 호석이 형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수아와 은우가 앉아있는 소파를 응시했다. 은우는 얌전히 수아를 관찰하는 중이었다. 흘긋대던 아까와는 달리 조금 대범하게 보고 있었다. 그런 은우를 보다가 고개를 돌린 형은 여전히 웃음기가 얼굴에 가득했다.

 

 

“아쉬워서 어떡하냐. 우리 수아 말이 좀 늦거든.”

“아 진짜?”

“응. 간단한 건 하긴 하는데 은우 입담 맞춰서 상대할 정도는 못 돼.”

“아. 그건 괜찮아. 쟤 옹알이할 때도 지 아빠랑 옹알이로 수다 떨던 애야.”

 

 

그 말에 형이 한 번 더 넘어가듯 웃었다. 말이 늦다던 수아는 정말 가만히 앉아서 눈만 도록도록 굴리고 있을 뿐이지 별 말이 없었다. 아마 은우가 수아를 신기하게 쳐다봤던 데에는 이 고요도 한몫했을 것이다. 워낙 말 많고 시끄러운 집에서 나고 자란 은우에게 고요하기 짝이 없는 수아는 신비한 생명체였을 것이다. 가만히 호석이 형과 내 쪽만 응시하던 수아가 그제야 옆자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홱 돌렸다.

 

 

“빠빠아!”

“어? 인사해준 거야? 안녕!”

 

 

가까이 앉아있는 은우를 보자마자 수아는 방긋 웃으며 손 하나를 쭉 들었다. 호석이 형은 은우가 언어적 감각이 있는 거 같다며 웃었다. 수아는 형이 출근할 때나 형 배우자가 출근할 때 ‘빠빠’하고 인사하는 걸 듣고 인사말을 배웠다고 했다. ‘빠빠’는 보통 헤어질 때 하는 인사인데 수아는 누굴 만날 때마다 반갑다는 의미로 그렇기 말한다고 한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아빠를 부르는 줄 알거나 갑자기 웬 작별인사냐며 궁금해하곤 한다는데 우리 은우는 그 인사를 단번에 반가움의 인사로 알아들은 거였다.

 

형의 설명 때문인지는 몰라도 왠지 수아가 자기 인사를 한 번에 알아 들어준 은우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거 같았다. 은우도 본격적으로 수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김금옥, 이 아니고 김은우야!”

“으누우!”

“어이고 우리 수아 은우랑 말하다가 말문 트이겠네.”

“거 봐 내가 뭐랬어.”

“수아야. 저는 수아예요, 해줘야지. 수아.”

“뚜아아!”

 

 

몸을 펄떡펄떡 움직이며 말을 하는 수아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얼굴이 무너지도록 웃었다. 어쩜 저렇게 예쁠까. 하긴 우리 은우도 엄청 예뻤지. 우리 금동이도 세상에 나오면 정말 예쁘겠지. 이제 정말 출산일이 얼마 안 남은 금동이를 떠올리며 배를 조금 매만졌다. 예전엔 뚱뚱해 보이고 둔해 보이는 이 부른 배가 정말 싫었는데 금동이를 임신하고 나니까 이 곡선도 꽤 마음에 들었다. 몸매에 대한 집착을 버려서 그러나.

 

배를 매만지며 괜한 옛 감상에 젖고 있었는데 은우와 수아가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말이 늦다던 수아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땍땍거렸고 그 말을 알아듣는 건지, 알아들은 척인지 알 수 없지만 은우는 척척 말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호석이 형은 핸드폰 카메라로 담으면서 계속 웃었다.

 

 

“수아야. 너는 몇 살이야? 나는 이거야!”

 

 

자기소개 시간인지 은우가 수아를 향해 자기 손을 쭉 뻗었다. 그걸 가만히 보고 있던 수아는 알아들은 건지 어쩐 건지 그냥 빵긋빵긋 웃기만 했다. 그리고는 자기의 손도 번쩍 들어서 앞으로 내밀었다. 양 손바닥을 쫙 편 채로 짧은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걸 가만히 본 은우가 자기 입을 틀어막았다.

 

 

“헉. 수아 십 살이에요? 아니. 수아 누나 십 살이에요?”

 

 

수아가 의미 없이 내민 손에 은우는 깊은 의미를 담아냈다. 수아는 은우의 속도 모르고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비명까지 지르며 웃고 있었다. 여전히 양손은 쭉 뻗은 채였다. 호석이 형은 핸드폰을 든 채로 꺽꺽 소리를 내며 울듯이 웃고 있었다. 나는 은우가 부끄러워 배를 쓰다듬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오직 은우만이 진지해서 심각한 표정으로 수아를 빤히 응시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은우는 수아가 쭉 뻗어놓은 손을 잡고 정중하게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전보다도 더 짙어진 이목구비로 인상을 딱 쓴 채로 수아를 쳐다봤다.

 

 

“누나 내가 미안해요.”

 

 

정말 어떻게 보면 은우만큼 편견 없는 애가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 호석이 형이 수아의 나이를 설명해주고 행동에 대해 이해시켜주기까지 은우는 수아를 누나라고 불렀다.

 

 

 

♥ 아기과자 뚜루루뚜루

 

 

“금동아 우리 까까 먹을까?”

“야 김태형. 내가 애 금동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금동이를 금동이라고 안 부르면 뭐라 불러!”

“애 이름 있잖아! 태은이라고 지었잖아! 그것도 네가! 태양계와 은하계의 아름다움을 다 끌어모은 우리 딸이라며!”

 

 

내 말에 김태형이 입술만 비죽이고는 다시 과자 봉지를 끌어안았다. 어휴 저거는 벌써 애가 둘이면서 도무지 철이 들지를 않는다.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 금동이, 는 김태은이라는 무난한 이름을 얻었고 이름에 걸맞은 예쁜 얼굴을 소유하고 있었다. 아마 김태형이 여자로 태어났으면 딱 이 얼굴이겠거니, 할 정도였다. 처음 태은이를 낳고 봤을 때는 다른 감상보다도 김태형의 유전자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컸다.

 

태은이는 은우 어릴 때만큼이나 김태형을 빼다 박았다. 그 말인즉, 김태은도 김태형과 김은우처럼 관종기가 넘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거다. 벌써 그렇다. 은우 어릴 때만큼 보채거나 피를 말리지는 않는데 말도 할 줄 모르면서 말을 많이 하고 무엇보다 아빠랑 잘 논다. 거기서 끝났다. 우리 집에 관종즈가 생겨버린 것이다.

 

 

“야 태은이 분유 여기 타 왔으니까 이거 먹여. 애 소화까지 시키고 시간 지나서 간식 줘라.”

“알겠어.”

“엄마! 금동이 우유 내가 줘도 돼?”

“조심히 잡아서 줘. 아빠한테 태은이 붙잡아달라고 하고.”

 

 

젖병을 김부자에게 넘긴 뒤에 나는 집안일을 하러 떠났다. 태은이가 태어나고 육아는 김부자가 전담해서 맡고 있었고 대신 나는 집안일을 좀 더 했다. 은우랑은 다르게 태은이는 내가 몇 발자국만 떨어져도 울거나 보채질 않았다. 오히려 자기 아빠나 오빠의 손길이 더 편한 것 같았다. 김태형도 은우를 한 번 키웠다고 손이 꽤 빨라졌다.

 

 

“헉. 아빠 먹는다. 먹는다!”

“그러게 우리 금동이 누구 닮아서 이렇게 잘 먹나.”

“나 닮았어! 나! 은우 닮았어!”

 

 

쟤는 지 이름은 은우라고 부르고 동생 이름은 왜 금동이라고 불러. 빨래를 털어 널다가 방에서 들린 소리에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은우는 태은이가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내가 처음 금동이 가졌을 때는 나한테서 안 떨어지려고, 엄마 사랑 안 빼앗기려고 그렇게 애쓰더니 태은이가 태어나고 나니까 이젠 동생 곁에서 안 떨어지려고 한다. 태어나고 며칠 지난 후에 은우는 태은이를 처음 봤는데 그때 너무 예쁘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었다. 딱 그 반응이 태은이가 태어나자마자 김태형이 했던 반응이라 좀 무서웠다. 얘들은 잘 통해도 너무 잘 통한다.

 

 

“헉. 으구구 우리 금동이 벌써 분유 다 먹었어? 기특하네!”

“금동이 등 톡톡 해주는 거야? 응?”

“그래야지! 그래야 금동이가 안 아파.”

“나도 톡톡 해줄래!”

“그래 대신 살살해줘야 해. 너무 세게 해도 아프니까. 알겠지? 우리 금옥이?”

“아 내 이름 김은우라고 했잖아!”

“너도 동생 김금동이라고 부르잖아! 금옥이 동생! 김금동!”

 

 

얼씨구. 잘 지낸다 했다. 태은이를 품에 안고 좀 사이좋게 지내나 했더니 금세 또 싸운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마저 빨래를 널었다. 어차피 저렇게 싸우다가도 금방 화해하고 태은이 보면서 웃고 있을 두 사람이었다.

 

빨래를 몇 개 더 널고 있으니 안에서 아웅다웅 싸우는 소리가 멎었다. 그럴 줄 알았어. 김태형 김금옥 육아를 이만큼 했으면 싸우는 소리에 신경 쓰지 않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그런데 뭔가 좀 그랬다. 세상에서 제일 말 많은 부자가 조용했다. 몇 개 남지 않은 빨래를 서둘러 널고 조심스럽게 아까 두 사람이 있던 방으로 향했다. 방에서는 김태형과 김금옥이 속닥거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빠 근데 이거 되게 맛있다.”

“그치. 이거 되게 맛있어. 너 어릴 때도 아빠가.”

“어?”

“아니야. 자 금옥이 하나 더 먹자.”

 

 

“니들 뭐하냐?”

 

 

머리를 맞대고 앉아서 바스락대던 놈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나를 쳐다봤다. 태은이는 아기 침대에 두고 김태형과 김은우는 과자를 먹고 있었다. 생후 6개월 이후의 아기들이 먹는 아기과자를.

 

나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김태형은 자기 손에 들려있던 과자 봉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가벼운 소리를 내며 떨어진 봉지를 슬쩍 보니 작은 부스러기밖에 안 남아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김부자의 얼굴에도 부스러기가 남아있었다. 입 주위를 혀로 훑으며 증거인멸을 시도했지만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있었다.

 

 

“지금 뭐 먹은 거야.”

“자기야. 그게 아니고. 이거는 그러니까 금동이 먹기 전에 한 번만 이제 맛을 쪼꼼 보고! 상했나 안 상했나 확인을 하고. 이제 이걸 먹어보니까 약간 쫌 이상한 거 같아서 몇 개만 쪼끔 더 먹어 보고. 그랬는데 이게 왜 없지.”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던 김태형은 과자 봉지를 들어 슬쩍 쳐다보더니 내가 보지 못하게 자기 뒤로 숨기며 머쓱하게 웃었다. 김은우도 뒤를 흘긋대며 아빠의 증거인멸 시도를 도왔다. 손가락만 꼼질대며 내 눈치를 보는 두 사람을 보며 속이 답답해지는 거 같았다. 깊은 한숨이 나왔다.

 

 

“도대체가. 어? 너 지금 애가 둘이야. 둘!”

“미안해. 아니 나는 진짜로 다 먹을 줄 몰랐어.”

“어어. 엄마. 은우도 같이 먹어서 그래. 잘못했어.”

 

 

그래도 누가 잘 맞는 소울 메이트 아니랄까 봐 은우는 자기 아빠를 도와주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때려서 뭐해. 이미 다 먹은걸. 다시 한 번 한숨이나 깊게 내쉬었다. 그러고 태은이를 좀 보려고 침대로 걸어가는데 침대 밑쪽에서 발에 뭐가 채였다. 나는 밑을 내려다봤고 옆 시야로 김태형과 김은우가 서로를 끌어안는 게 보였다. 뭐지. 되게 불길한데.

 

 

“어, 이거.”

“자기야. 잠깐. 그거는 있잖아.”

“엄마야. 그거는. 그게 아빠가 가지구 온 건데.”

“야! 너는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아빠가 가져온 거는 맞잖아!”

 

 

“둘 다 조용히 안 하지.”

 

 

나는 몸을 숙여 발에 채였던 그것을 들어 올렸다. 손에 들린 ‘그것’을 보면서 자꾸 헛웃음이 나왔다. 설마 지금 얘들.

 

 

“분유도 퍼먹었냐?”

 

 

내 말에 두 사람이 서로를 꼭 껴안으며 공포감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이것들이 진짜. 분유통을 쥔 손이 떨렸다. 분유통의 뚜껑은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힘없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뚜껑이 사라진 분유통은 그 처참함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아주 신이 나서 퍼먹었는지 분유통 위쪽은 가루가 범벅되어 있었다.

 

 

“도대체 이걸 왜 퍼먹었는데?”

“아니. 그러니까 그거는. 이제 금동이가 분유를 쪼꼼 맛없어하는 거 같아서. 분유를 이제 약간 넣으면 더 잘 먹을 거 같아가지고. 분유통을 가지고 와서 딱 떴는데 이게 쪼끔 흘러가지고 바닥에 버릴 수는 없으니까 입에다가 이렇게 넣은 건데 그게 왜 그렇게 됐지.”

 

 

김태형이 주절주절 설명하는 동안 김은우는 고개를 끄떡거리며 아빠의 발언에 지지를 표하고 있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분유를 바닥에 다시 내려놓고 그 옆에 떨어져 있던 뚜껑을 집어 들어 통 위에 단단히 눌러 닫았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들어 올려 김태형과 김은우에게 다가갔다.

 

 

“자, 자기야.”

“엄마아.”

 

 

나는 아무 말 없이 두 사람에게 일어나라고 손짓했고 서로를 끌어안은 채 덜덜 떨며 일어난 김부자가 그 커다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금 말없이 손짓으로 몸을 돌려세우라고 했고 천천히 몸을 돌린 두 사람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훨씬 크고 탐스러운 김태형의 궁둥이를 향해 찰진 한 방을 먹였다.

 

 

“헉. 지, 지민아.”

 

 

벽을 붙잡고 놀란 눈으로 날 돌아본 김태형을 향해 달려들었고 다시금 그 탐스러운 궁둥이를 올려치기 시작했다.

 

 

“으악 자기야. 자기야 잠깐만! 왜! 왜 나만 때리는데!”

“그럼 아들도 같이 맞았으면 좋겠냐?”

“아니, 그건 아닌데! 이제 이왕 금옥이 안 때릴 거면 나도 같이 안 때렸으면, 악!”

“도대체가! 나이가! 몇 갠데! 철딱서니 없게 구는데! 이쯤 되면! 어? 알아서! 좀! 잘해야지!”

“지민아! 자기야! 나 궁둥이에 불난다. 응? 악!”

 

 

그렇게 김태형의 엉덩이가 조금 더 둥그렇게 부어오를 때까지 매타작은 계속됐고, 그 모습을 방관하던 김은우는 자기 동생에게로 향했다. 엄마 아빠의 매타작 쇼를 보며 신나게 웃고 있던 태은이는 자기를 끔찍이 위하는 오빠 덕에 시야가 막혔고, 앞을 가린 오빠의 엉덩이를 찌르며 또 다른 엉덩이 쇼를 시작했다.

 

 

“아야! 금동아! 오빠 아파! 아프다!”

“빠아!”

“미안! 오빠가 과자 먹어서 미안해! 때리지 말아줘! 으앗!”

 

 

♥금옥이의 금동이 사랑(?)

 

 

“아아 아빠 이거 놔아!”

“아빠가 끌면 안 돼?”

“응. 안 돼.”

 

 

이상하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싶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내 앞에서는 김태형과 김금옥이 유모차를 두고 싸움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금순이의 유모차를 밀어주던 은우가 이제는 금동이의 유모차를 밀고 있었다. 그때 진짜 금순이를 달라고 떼쓰던 게 생각이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금순이 결국 얻었네. 김금옥.

 

 

“너 키 쪼끄매서 이거 밀기 힘들잖아! 금순이 유모차랑 다르거등?”

“아니야! 이거 봐 밀잖아! 다 보이거든?”

 

 

물론 금순이 유모차와 태은이의 거는 크기부터가 달라서 은우가 밀기에는 조금 힘들긴 했다. 그래도 기어코 유모차의 손잡이를 놓지 않으려는 걸 보면서 동생이 저렇게 좋을까 싶었다. 김태형한테도 잠깐만 자기가 끌도록 놔두라고 한 후에 유모차로 다가갔다.

 

 

“에? 뭐해?”

“응? 태은이 유모차니까 태은이 태워야지.”

“어? 아니, 아닌데.”

“은우야? 왜?”

 

 

김태형과 은우가 실랑이하던 때에는 태은이가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이제 은우가 유모차를 끌겠다고 했으니 태은이를 앉히려던 건데 은우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무슨 의미일까 싶어서 가만히 은우를 보다가 태은이를 마저 앉혔고 벨트까지 채워줬다. 그리고 은우가 밀기를 기다리는데 아까 신나서 밀던 거에 비해 속도가 좀 느렸다. 슬쩍 은우를 쳐다보니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엄마.”

“응?”

“금동이 내려줘.”

“어?”

“금동이가 타면 무겁단 말이야.”

 

 

은우의 단호한 표정이 나에게 닿았다. 아니 이럴 거면 유모차 욕심은 왜 낸 건데. 유모차도 차라고 지금 차 욕심부린 건가. 우리 아들이. 은우와 눈을 맞춘 채로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김태형을 한 번, 김은우를 한 번, 그리고 얌전히 유모차에 앉아있는 태은이를 한 번 바라봤다. 내가 가만히 있자 유모차 손잡이를 꽉 잡고 있던 은우가 앞쪽으로 가더니 태은이의 벨트를 풀었다.

 

 

“으누우!”

“태은이 내리는 거야.”

 

 

그렇게 태은이를 안아 든 은우가 김태형에게 자기 동생을 전달했고 다시 유모차로 돌아와 묵묵히 유모차를 밀기 시작했다. 나와 김태형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우리를 무시한 채 도도하게 걸어가는 김은우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쟤 진짜 뭐야?”

“야! 김금옥! 동생 태워줘야지!”

“아니야!”

“빈 유모차를 왜 미는데. 내가 미쳐 진짜.”

 

 

그 후로 몇 번 태은이를 태우려고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은우가 싫다고 화를 내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바람에 애먼 태은이만 공중에서 이동을 반복했다. 처음엔 얌전히 운명을 받아들이던 태은이도 나중엔 심술이 좀 났는지 아빠 품에 안긴 채로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기 오빠의 뒤통수를 가만히 내려다보더니 곧이어 손을 뻗었다.

 

 

“아, 아아!”

“아냐아!”

“그, 금동아! 아야 아파. 머리 아파!”

“어어, 태형아 태은이 잘 잡아. 넘어진다.”

“알겠어. 얘 힘 진짜 세. 자기 닮았나 봐.”

“죽을래?”

“아닝.”

 

 

그렇게 길거리 위에서 김금동의 김금옥 죽이기가 시작되었고 잔뜩 성난 태은이의 기합소리와 김은우의 우는 소리가 거리를 소란스럽게 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는데 이상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뭐지 저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그때 옆에서 태은이를 끌어안은 김태형의 말소리가 들렸다.

 

 

“우리 금동이는 진짜, 엄마를 많이 닮았네.”

 

 

…저 새끼가. 라고 잠깐 화는 났지만 딱히 부정할 수가 없어서 못 들은 척하고 길을 마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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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올라가는 아육보에 붙이는 말은 모두 동일합니다.)


여러분 새벽의덕후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김에 이름도 바꾸었어요. ㅎㅎ...

이제는 '래더'라고 불러주세요!


바꾼 이유라고 한다면...

음...트위터에서도 서치라는 것을 좀 해보고 싶었는데

세상에는 '새(鳥) 덕후' 분들도 많으시고(...) 

새벽에 활동하는 덕후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하하.


그리고 제가 앞으로는 새벽에 활동하는 덕후가 되지 못할 거 같아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름 바꾸는 게 생각보다 되게 마음이 그렇네요.

뭔가 이별하는 느낌이에요(ㅠㅠ) 


이 티스토리를 찾아주시는 분들께서 '새벽의덕후'라는 사람을

사랑과 관심으로 이만큼 키워주셨는데! 개명을 하니까 여러모로 묘합니다.



그래도 저라는 사람과 제가 쓰는 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앞으로도 저의 티스토리와 트위터를 많이 찾아주세요!

예. 이것은 떠나기 전에 했던 애원과 구걸의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그것입니다.


이 갑작스러움에 혼란스러우실 거 압니다. 

새덕과 래더는 한동안 혼용하여 불러주셔도 괜찮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 새벽의덕후/새덕 보다 래더가 더 익숙한 순간이 오겠죠!


천천히 그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글을 써보이겠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주시고 잊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티스토리를 찾아주시고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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