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아 육아물 보고 싶다

 

 

W.래더 (舊 새벽의덕후)

 

 

*여러분 드디어 둘째들이 태어났습니다. 제가 사라졌던 시간 동안 아이들이 태어나고 잘 자랐답니다. 그래서 (뜨든) 앞으로의 에피소드는 둘째들도 함께합니다!

 

 

[국민]

 

 

♥쌍둥이의 돌잔치

 

 

고개를 다 젖혀야 끝까지 보이는 높은 천장과 고급스러운 벽화, 그리고 번쩍이는 샹들리에가 정신을 다 아득하게 만드는 호텔이었다. 그곳에서 깔끔한 정장을 입은 채 나와 정국이는 인파에 묻혀 땀을 흘리는 중이다. 분명 아주 간단하고 단출하게 쌍둥이의 돌잔치를 하려고 했다. 레스토랑의 작은 연회장 하나만 빌려서 직계 가족만 초대할 생각이었는데.

 

 

“아, 이사님 안녕하세요.”

“정 상무님 바쁘신데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네? 어디요? 그 그룹에서 뭘 보냈다고요?”

 

 

난장판이었다. 분명 정국이가 김 비서님에게 작은 연회장을 예약해달라고 했는데 그 일이 비서팀 사이에서 전달되고 전달되다 보니 회장님 귀에까지 이야기가 들어갔다.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쌍둥이의 첫 생일을 그렇게 초라한 곳에서 보낼 수 있냐며 노발대발하셨다. 회장님께서 초라하다고 했던 곳은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도 자주 찾는 고급 레스토랑의 스카이라운지였다. 그곳이 스카이라운지인 것은 회장님께 중요하지 않았다.

 

회장님의 분노에 장소는 바로 옮겨졌고 계열사 호텔의 가장 큰 연회장이 예약되었다. 나와 정국이가 직계 가족분들만 오시면 되니 그렇게 큰 장소가 필요 없다고 했지만 우리의 생각과 현실은 달랐다. 전 회장 댁 쌍둥이 증손주의 돌잔치가 열린다는 소문이 업계에 쭉 돌았고 온갖 화환이며 선물 등이 몰아쳤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손님을 조금 더 받기로 했다. 그 결과 직계가 아니라 업계 사람들을 모셔두고 돌잔치를 열게 되었다.

 

 

“어어 정국아 리치! 도영이!”

“야야, 전도영 거기 가면 안 돼.”

“꺄아아아.”

 

 

몰려드는 손님에게 인사하랴, 애들 챙기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유독 발달이 빠른 리치, 그러니까 도영이는 조금 일찍 걸음마를 뗀 탓에 더 관리가 어려웠다. 그래 봐야 고작 열 걸음이 채 될까 말까 했지만 두 발로 서서 걷는 게 그렇게 좋은지 자꾸 우리 손을 놓고 혼자 어디론가 걸었다. 평소에는 우리가 줄곧 주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 다칠까 봐 애가 탈 뿐이었다.

 

 

“리치야. 도영아. 여기 앉자. 응? 이리 와.”

“빠아아!”

“어어 아빠 여기 있어. 아빠가 안아줄게. 이리, 아휴 왜 또 저리 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려고 잠깐 한눈을 팔면 어느새 몇 걸음 더 걸어서 연회장 안의 의자나 테이블을 붙잡고 있었다. 도영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주 건강하게 태어났다. 쌍둥이치고는 우량아로 태어났는데 배에서 나온 이후로는 더 성장이 빨랐다. 우량아였던 도윤이와 비교해도 그 성장에 있어서 뒤지지 않았다. 반면 그런 도영이와 한배에 있던 셋째 레몬이, 그러니까 도현이는 작게 태어났다. 전도유망한 베이비 전 씨들 중에 가장 작으며 개중에는 조용한 편이었다.

 

애들을 낳고 나서는 정말 놀랐다. 낳기 직전까지 엄마 닮아야 해, 를 중얼중얼 외우던 아빠를 무시라도 하듯 쌍둥이는 아빠를 똑 닮아서 태어났다. 정국이는 애들을 보고 난 후 슬쩍 나가서 눈물을 훔치고 들어왔다. 잘 태어나준 데에 대한 고마움이었는지, 결국 또 자기를 닮아버린 데에 대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나 역시도 건강하게 무사히 태어난 아이들을 보며 안도하다가도 정국이는 도영이와 도현이를 볼 때마다 당황스럽긴 했다.

 

 

“도대체 누굴 닮아서 저렇게 말을 안 들어.”

“정국아. 누굴 거 같아?”

“아. 쟤들은 나랑 얼굴만 똑같지 성격은 다르다니까? 형은 왜 자꾸 내 말 안 믿어요? 나는 되게 착했어!”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가서 얼른 도영이 잡아 와, 국아.”

“저 전도영 저거!”

 

 

정국이는 의자를 붙잡고 꽤 멀리까지 달아난 아들을 잡으러 떠났고 나는 품에 가만히 안겨있는 도현이를 고쳐 안았다. 불과 생후 12개월이 된 아기였지만 도영이는 내가 안을 수가 없었다. 저맘때 도윤이도 내가 안았던 거 같은데 내가 나이가 좀 더 든 건지, 아님 도영이가 지나치게 큰 건지 헷갈렸다.

 

 

“엄마. 아빠 어디 갔어?”

“어 도윤아. 아빠 도영이 데리러 갔어. 힘들지?”

 

 

내 질문에 도윤이가 고개를 저었고 씩 웃어 보였다. 그 얼굴이 하도 잘생겨서 몸을 좀 숙여 도윤이 이마에 뽀뽀를 해주었다. 도윤이는 동생들이 태어나고서 조금 의젓해졌다. 쌍둥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자기 아빠랑 내 사랑을 갈구하며 싸우고 곧잘 엉기곤 했는데 애들이 태어나고서는 그런 게 조금 줄었다. 그래도 가끔은 내 옆에 가만히 붙어서 나에게 기대있거나 안기고는 했다.

 

오늘도 쌍둥이 돌잔치를 한다고 아침부터 차려입고 준비해야 했다. 도윤이도, 쌍둥이도 한꺼번에 챙기려니 손이 모자랐다. 일단 언제 날뛸지 모르는 쌍둥이를 먼저 입혀야겠다고 정국이와 합의했다. 그래서 도윤이의 차례는 잠시 미뤄놨는데 그사이 도윤이는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놓고 장난감 자동차를 만지면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도 호텔에 와서는 온갖 사람들이 말이 안 통하는 쌍둥이들 대신 도윤이를 데리고 인사하고 이야기하느라 바빴다. 그저 예쁨 받고 칭찬 듣는 일이지만, 모르는 어른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건 도윤이가 감당하기엔 충분히 힘들 일이었다. 졸지에 맏형이 되었다지만 여전히 어린 도윤이가 아직까지 힘든 티를 내지 않고 잘 버텨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현이는 자?”

“아니 자는 건 아니야. 현아. 도윤이 형아가 현이 보고 싶대.”

 

 

몸을 좀 낮춰서 내 품에 안겨있는 도현이와 눈을 맞추게 해주니 도윤이가 동생의 작은 손을 붙잡았다. 현이도 형이 좋고 반가웠는지 꺄르르 웃는 소리를 내며 손을 뻗었고 형에게 안기려고 했다.

 

 

“어어, 현아. 도윤이 형 힘들어.”

“아냐 쪼끔은 안아줄 수 있어.”

“도윤이가 안아줄 수 있어?”

“응! 현아 형아가 안아줄까?”

 

 

도윤이가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묻자 도현이가 방긋방긋 웃으며 두 손도 방방 흔들었다. 양팔을 형에게 쭉 뻗어 안기려고 하는 찰나, 저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바아아아!”

“헉. 도영이다.”

 

 

아빠 품에 매달린 채 연행되는 폼으로 안겨있던 도영이가 형을 보고 반가웠는지 자기 팔도 쭉 뻗었다. 폼이 딱 도윤이에게 안아달라는 것 같았는데 그 모습에 도윤이 얼굴빛이 좀 창백해지는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한 게 도윤이는 둘째의 성장 속도를 버거워했다. 도영이는 형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잘 안기고 애교를 피우고 그랬다. 처음엔 도윤이도 그런 동생이 예뻐서 자주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하며 사이가 좋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동생은 더 이상 안아주기 버거운 상태가 되었고 어느 틈엔가 도윤이는 도영이를 슬쩍 피하기 시작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가벼운 도현이의 곁에 좀 더 있곤 했다.

 

 

“꺄아아아.”

“야야. 도영아. 너 그렇게 움직이면 아빠도 힘들어. 힘은 왜 이렇게 세.”

 

 

아빠의 품에 안긴 채 도윤이와 좀 더 가까워진 도영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몸을 펄떡거렸다. 동생이라 하기에 너무 큼지막한 애기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걸 보고 도윤이는 내 뒤로 몸을 슬쩍 숨겼다. 그런다고 숨겨질 몸뚱이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좀 피하고 싶었는지 아예 얼굴은 내 다리에 붙여 놨다. 형에게 안기려다 실패한 도현이도 소란스러웠다.

 

 

“우리 도윤이 동생들의 사랑을 엄청 받네. 어때? 기분이?”

“어? 음. 나는 조은데. 쪼끔 무서워.”

 

 

그렇게 다시 내 다리께에서 몸을 부비작대는 도윤이의 머리를 슬쩍 쓰다듬어줬고 고개를 들어 올린 우리 큰아들과 눈을 맞추며 웃었다. 아주 다행히 때맞춰 사회자의 목소리가 마이크 너머로 들려왔다.

 

 

“귀빈 여러분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잠시 후, 돌잡이가 시작될 예정이오니 귀빈 여러분께서는 자리에 앉아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직원들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앞쪽으로 안내했고 나는 도윤이의 손을 붙잡고 도현이를 고쳐 안았다. 정국이는 여전히 형에게 질주하고자 하는 도영이를 잘 붙잡고 있느라 진을 빼는 중이었다. 겨우 단상 앞으로 이동했고 돌잡이 물건들을 보았다.

 

분명 남들이 하는 것과 같은 물건들인데 그 빛깔이 좀 남달랐다. 판사봉은 왠지 노르웨이에서 귀하게 자란 나무를 원재료로 했을 것만 같았고 명주실은 누에고치에게 아주 귀한 뽕잎을 먹여 클래식을 들려주면서 뽑아낸 것 같았다. 그 외에도 많은 물건이 눈앞에 보였고 저마다 기품을 빛내고 있었다.

 

그렇게 물건을 보며 감탄하는데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지금 여기 나와 있는 물건이 많은데 딱 하나! 돈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이런 기업의, 이런 집안의 돌잡이 잔치에서 돈이 없다는 말이 가당키나 할까. 웅성거리는 소리가 조금 커져갈 즈음 사회자가 다시 분위기를 잡았다.

 

 

“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자 우리 귀빈분들 중에서 쌍둥이를 위해 용돈을 주실 분을 찾습니다! 지금부터 카운트를 세,”

“여기, 천!”

“저 사람이 소소하기는. 여기 오천!”

“예끼 이 사람아. 여기! 우리 주식 지분이 준비되어 있는데 어떻게 드릴까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회장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쌍둥이 용돈을 두고 경매가 벌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저마다 손을 올려 말도 안 되는 액수와 카드, 그리고 지분 등등을 꺼내 들었고 곁에 상주하던 비서진과 그 비슷한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사회자도 이런 상황에 퍽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겨우 장내를 수습한 후 종목별로 한 가지씩만 받기로 했다. 수표, 블랙카드, 주식 지분 증서 이렇게.

 

 

“원래 돈을 이렇게 많이 두던가.”

“소소하고 좋네. 형. 도윤이 돌잔치 때 건물 모형 들어오던 거 생각 안 나?”

“아 그랬지. 그러게 이 정도면 많이 소박해지셨네. 둘째라 그런가.”

 

 

끄덕거리며 말을 중얼거리자 날 가만히 보고 있던 정국이가 웃었다. 도윤이도 단상 근처에 올라서서 가만히 돌잡이 물건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도윤이도 쌍둥이들만큼 작았었고, 그때 아빠의 품에 안겨서 똘망한 눈으로 눈앞의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도윤이가 잡았던 게.”

“돈이었지. 하나도 아니고 그 상에 올라와 있는 돈이란 돈은 다 잡았지.”

“맞아. 그랬지.”

 

 

당시엔 지금보다도 더 많은 종류의 돈들이 종류별로 앞에 있었다. 돌잡이 상을 보며 눈을 빛내던 도윤이는 사회자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그 종류별 돈을, 돈만 싹 골라잡았다. 돈들이 모여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랬다. 얘는 절대 부를 놓칠 리가 없을 거라고 장내의 사람들이 웃고 떠들었다.

 

그랬던 도윤이가 이만큼 자라서 의젓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걸 보니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몰래 코를 매만지며 훌쩍이던 내 주의를 사회자의 목소리가 환기시켰다.

 

 

“자! 그럼 지금부터 돌잡이를 시작하겠습니다. 도영 도련님, 도현 도련님 시작하시죠!”

 

 

사회자의 신호에 손님들이 눈을 반짝이며 쌍둥이의 행동을 예의주시했다. 나와 정국이 품에 안겨서 주의를 두리번거리던 쌍둥이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내심 무엇을 잡을까 궁금했다. 도윤이처럼 돈을 잡진 않을까 싶었다. 이리저리 상 위를 둘러보던 쌍둥이들이 저마다 무언갈 하나씩 잡았다. 잡긴 잡았는데.

 

 

“윽. 도영, 리치야.”

“빠아아!”

 

 

도영이는 아빠의 멱살을 아주 야무지게, 세게 쥐었고.

 

 

“꺄아아.”

“응? 현아?”

“마아아!”

 

 

도현이는 몸을 틀어 내 얼굴을 붙잡았다.

 

 

“어, 쌍둥이들이 지금. 예 부모님 멱살, 아니 얼굴을 잡았는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하하.”

 

 

이런 일은 처음이었는지 사회자가 퍽 당황한 눈치로 땀을 닦아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손님들은 잠시 고요하게 상황을 관전하다가 갑자기 무언가 탁 터지듯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저놈들이 부모님처럼 되려고 그러나 보네.”

“기운이며 성격이며 꼭 닮긴 닮았어.”

 

 

웅성거리는 와중에 저런 말들이 들렸고 그 말에 사회자의 얼굴색도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사회자는 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다시 마이크를 붙잡고 말을 시작했다.

 

 

“네! 우리 쌍둥이 도련님들께서는 부모님처럼 성장하려나 봅니다! 저렇게 사랑이 넘치고 화목한 가정을 보니 제가 다 따뜻해지네요.”

 

 

말을 마친 사회자가 손을 들어 박수를 유도했고 그에 따라 연회장 안이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나처럼 자란다는 게 어떻게 자라는 건지는 잘 몰랐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거 같았다. 정국이도 사회자와 주변 어른들의 말에 어떤 반응이라도 표하고 싶어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켁. 도영, 도영아 아빠 죽는다. 뭔 돌잡이 애가 이렇게 손힘이 세.”

“빠아!

 

 

전도윤을 다 키워놨더니 전도윤보다 더 억세고 강한 전정국 주니어 넘버 2가 생겨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얼굴까지 벌게져서는 도영이의 손을 버겁게 떼어내고 기침을 하는 정국이가 안쓰러워 그 등을 살짝 두드려줬다. 내가 하는 걸 보고 도현이도 아빠의 등을 다독거려주며 웃었다. 도윤이도 연민의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보고는 한 마디 해주었다.

 

 

“힘내. 아빠.”

 

 

그 말에 감동을 해서인지, 목이 너무 졸려 힘들어서인지 정국이가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냈고 아빠 품 안의 도영이만이 신이 난 채 온 몸을 붕붕 흔들어댔다.

 

 

 

♥못 먹는 게 없는 쌍둥이

 

 

쌍둥이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정국이가 주문을 외우듯 ‘엄마 닮아서 나와야 해’라고 했었지만 전정국을 빼다 박아 태어난 쌍둥이들은 그 성장 속도도 아빠 혹은 도윤이와 똑 닮아 있었다. 전도윤이 전정국의 NO.2였다면 도영이와 도현이는 전정국의 NO.3와 NO.4라 할 수 있다. 내가 낳았지만 조금 소름 끼치기는 했다.

 

아빠와 형을 똑 닮아서 태어난 쌍둥이는 굉장히 잘 먹었다. 성장 속도는 먹는 데에서 오는 것만 같았다. 지금도 집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밥을 먹였다. 아무래도 그 채로 집에만 있으면 속이 더부룩할 것 같아서 소화를 시키게 할 겸해서 놀이터로 나왔다. 도윤이는 유치원에 등원하고 없었다.

 

애들은 신이 나서 모래밭으로 아장거리며 빠르게 걸어갔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해도 따뜻했고 애들을 한창 놀게 하기에 딱 좋았다. 기저귀를 차서 무거운 엉덩이들이 흙바닥에 앉는 걸 보면서 웃고 있을 때였다.

 

 

“어머. 안녕하세요.”

“어? 아 안녕하세요.”

 

 

옆에서 누가 인사를 건네오길래 돌아보니 회사에서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쌍둥이를 낳고 아예 일을 그만두었다. 조금이라도 애들과 함께 지내면서 내 손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내가 일을 그만둬도 충분히 괜찮은 환경이기도 했고. 어쨌든 오래간만에 회사 사람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그 사람과 대화를 조금 나누었다. 내가 일을 그만둔 사이 그도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했다.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가 그 사람이 시간을 너무 뺏는 거 같다며 자리를 떠났고 나도 손을 흔들어 배웅을 해주었다. 그리고 여유롭게 웃으며 도영이와 도현이가 있던 자리를 돌아봤는데 애들이 뭘 우물거리고 있었다.

 

 

“응? 도영아. 현아. 뭐해?”

 

 

애들한테 먹을 만한 걸 쥐여준 적이 없는데 대체 뭘 물고 있는 걸까 싶어서 벤치에서 일어나 애들에게 향했다. 자기들끼리 신나서 뭘 우물대는데 등골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애들을 불렀다.

 

 

“도영아. 현아. 둘이 뭐 먹니?”

“마아!”

 

 

내가 부르자 고개를 돌려서 날 쳐다보는 애들의 꼴을 보고 그대로 기절할 뻔했다. 쌍둥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농담처럼 얘들은 못 먹는 게 없어요, 가리는 게 없어요, 라고 해왔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못 먹는 게 없을 줄 몰랐다. 도영이와 도현이는 하다 하다 흙을 퍼먹고 있었다.

 

 

“퉤! 얼른 퉤 해. 이게 뭐야! 이게 뭔 줄 알고 먹어 너희!”

“히히. 테에.”

“에에-.”

 

 

내 속도 모르고 꼬질꼬질한 얼굴로 날 쳐다보면서 예쁘게도 웃는 쌍둥이들 때문에 한탄처럼 한숨이 흘러나왔다. 도윤이, 아니지 정국이 때부터 그랬지만 나는 이 얼굴에 너무 약하다. 하필이면 나를 둘러싼 모든 남자가 이 얼굴을 하고 있어서 언제든 분노가 최대치까지 올라가질 못한다. 웃는 얼굴이 이렇게 예쁜데 내가 뭘 더 어떻게 해.

 

 

“아휴, 정말. 너희들 때문에 못 산다.”

“헤헤. 마아.”

“엄마는 왜 불러. 다시 아, 해 이거는 다 털어내자.”

 

 

가지고 온 티슈와 물티슈로 손과 얼굴, 그리고 입 주변과 혀를 다 털어준 다음 애들을 일으켰다. 뒤뚱뒤뚱 잘도 걷는 쌍둥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엄마 손은 안 잡고 자기들이 알아서 걸으려고 앞서 걸어갔다. 그렇게 고집스럽게 걷는 쌍둥이의 둥그런 엉덩이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 엉덩이마저 사랑스러워서 온몸이 녹는 기분이었다.

 

 

“예쁘니까 봐준다.”

 

 

막내 도현이보다 몸집도 크고 힘도 좋은 도영이가 동생을 꼭 붙잡았다. 나름대로 자기가 형이라는 걸 아는지 종종 저렇게 동생을 챙기곤 했다. 그 모습이 기특했다. 유모차를 붙잡고 서서 나를 바라보는 두 예쁜이들 향해 걸어갔다.

 

 

“태워달라고?”

 

 

그 말에 둘이서 함께 고개를 끄덕거리며 아까처럼 웃었다. 나도 애들을 따라 웃으며 한 명씩 유모차에 앉혔다. 앉히기 전에 대충 엉덩이를 털어주긴 했다. 들어 올리면서 다시 한 번 느꼈지만 도영이는 정말 묵직했다. 돌잔치 때부터 못 안은 애가 이만큼 자랐으니 더욱 안고 다니기 힘든 건 당연했다. 문득 돌잔치 때가 생각나서 다시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유모차를 밀었다.

 

 

“얼른 가서 씻자.”

“가자아!”

“가아!”

 

 

유모차가 묵직하게 밀렸지만 쫑알쫑알 말이 많은 쌍둥이 덕에 힘든 줄도 모르고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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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올라가는 글에 붙이는 말은 모두 동일합니다.)


여러분 새벽의덕후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김에 이름도 바꾸었어요. ㅎㅎ...

이제는 '래더'라고 불러주세요!


바꾼 이유라고 한다면...

음...트위터에서도 서치라는 것을 좀 해보고 싶었는데

세상에는 '새(鳥) 덕후' 분들도 많으시고(...) 

새벽에 활동하는 덕후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하하.


그리고 제가 앞으로는 새벽에 활동하는 덕후가 되지 못할 거 같아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름 바꾸는 게 생각보다 되게 마음이 그렇네요.

뭔가 이별하는 느낌이에요(ㅠㅠ) 


이 티스토리를 찾아주시는 분들께서 '새벽의덕후'라는 사람을

사랑과 관심으로 이만큼 키워주셨는데! 개명을 하니까 여러모로 묘합니다.



그래도 저라는 사람과 제가 쓰는 글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앞으로도 저의 티스토리와 트위터를 많이 찾아주세요!

예. 이것은 떠나기 전에 했던 애원과 구걸의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그것입니다.


이 갑작스러움에 혼란스러우실 거 압니다. 

새덕과 래더는 한동안 혼용하여 불러주셔도 괜찮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 새벽의덕후/새덕 보다 래더가 더 익숙한 순간이 오겠죠!


천천히 그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글을 써보이겠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주시고 잊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티스토리를 찾아주시고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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