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짐총] 나는야 내일의 조선 우상꾼



W.래더



*이 글은 고전이나 어떤 고증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디 주의해서 읽어주세요.

*재밌길 바라고 썼는데 재미없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세요.

*큰 생각 없이 썼습니다. 부디 읽어주시는 분들도 아무 생각 않고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기로 마음 먹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제9장. 귀염둥이 막둥이




“다들 들었는가! 어? 막 크와아앙! 하는! 짐승의 울음소리 같던 그 소리를 들었느냔 말이다!”

“알겠으니까 얼른 앉아서 밥 먹어.”

“나는 그저 벌이 윙! 하고 날아가기에! 눈을 깜빡였는데! 크와앙! 하는 소리가 났다질 않느냐! 그래! 이것은 윙크다! 윙크!”

“윙크건 뭐건 밥부터 먹으라고. 먼지 날려!”

 

 

여전히 환호성에 취한 태형이 밥상 앞에 앉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황자님은 여전히 신이 났는지 ‘크와앙’ 소리를 내며 제 얼굴 옆에 제법 위협적으로 손을 올렸다. 그러더니 이어진 환호 소리가 떠올랐는지 해맑게 웃으며 제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다.

 

오랜만의 놀이에 다들 신이 나서 좀체 가만히 있질 못하는 황자님을 봐주고 있었다. 대체 몇 시진을 저러고 있는 것인지 질리지도 않는 듯했다. 완전히 놀이패의 맛에 흠뻑 빠졌다. 아까부터는 자기도 진정한 우상꾼이 되겠다며 두 주먹을 꾹 쥐기도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다들 음식을 씹다 말고 웃었다.

 

이제부터는 함께 밥상에 앉는 정국이 그 모습을 가만히 볼 뿐이었다. 워낙 말수 없고 새초롬한 전무사기에 다들 그러려니 한 채 밥만 먹었다.

 

 

 

 

*

 

어느덧 더워진 날에 상의를 전부 벗고 무술 수련을 하던 전무사를 가만히 지켜보는 눈빛이 있었으니.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를 좇는 건 다름 아닌 윤기였다. 게슴츠레한 눈빛의 꼭두를 바라보던 호석이 가만히 한마디를 읊조렸다.

 

 

“꼭두 취향이 저랬냐?”

 

 

그 심드렁한 말에 옆에 있던 남준이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꼭두 취향은 헐벗은 전무사 보면서 침 흘리는 저 쪼꼬미지.”

“웸메? 우리 막둥이 턱에다가 바가지 하나 놔줘야 쓰겄네.”

“우리도 몸 관리를 좀 할 걸 그랬네. 우리 지민이가 헐벗은 몸을 저렇게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어느새 나타나 대화에 끼어든 석진을 두 사람이 함께 바라봤다. 그러다 남준이 그를 향해 비웃음을 날리며 말했다.

 

 

“입에 물고 있는 떡이나 좀 내려놓고 말해.”

“거 참 말 서운하게 하네. 자고로 이 사람이라는 게! 밥심이고! 그 다음은 떡심이고! 어? 그런 힘들이 모여 살아가는 것 아니겠어? 나한테 떡을 내려놓으라는 건 죽으란 소리나 마찬!”

 

 

가지라며 소리를 치던 석진의 입에 호석이 떡 여러 개를 물려줬다. 그 바람에 말문이 막힌 석진은 읍읍대며 뭐라 말하려다가 포기하고 입에 든 떡을 맛있게 씹어 먹었다.

 

무튼 동갑내기가 석진과 작게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돌려차기 및 공중 재주넘기를 선보이는 전무사를 빤히 바라보던 윤기가 몸을 일으켰다. 마당을 걸으며 여전이 입을 벌리고 있는 지민의 턱을 닫아주고는 정국에게로 향했다.

 

 

“이봐. 전무사.”

 

 

난데없는 부름에 바닥에 착지한 정국이 고개만 틀어 그를 바라봤다. 별다른 변화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만히 응시하는 얼굴을 빤히 쳐다본 윤기가 제 턱을 쓸었다. 이어지는 침묵에 정국이 제 몸을 일으켜 바지를 툭툭 털고 꼭두를 바라봤다.

 

 

“너도 들어와라.”

 

 

그 말에 이야기를 나누던 남준과 호석, 떡을 다 씹은 석진, 닫힌 입을 다시 벌린 지민과 양산 아래서 그런 지민을 보던 태형까지 한 곳에 시선을 모았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다들 눈만 끔벅였다.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뜻밖에도 정국이었다.

 

 

“좋다.”

 

 

이번엔 고개를 끄덕이며 윤기를 바라보는 전무사를 다들 의아하게 바라보는데 꼭두만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럴 줄 알았다. 잘해보자.”

“응.”

 

 

정국의 두터운 어깨를 툭툭 친 윤기가 몸을 돌려세웠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이리저리 눈빛만 교환하던 사당패 단원들을 보던 꼭두는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전무사도 같이 한다.”

“전정국.”

“어?”

“내 이름. 전정국이다.”

“아, 그러냐? 그래. 정국이도 함께한다. 그리고 지민아.”

“네, 네?”

“여기 정국이도 네가 가르쳐.”

 

 

매끈한 전무사의 몸을 구경하던 지민이 놀라 벌어진 입을 꾹 다물고 윤기를 쳐다봤다. 마당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그를 보던 눈빛에는 원망이 서려있었다.

 

 

“왜. 왜 또 난데여! 왜!”

 

 

다들 홀연히 사라진 꼭두와 그로 인해 절규하는 지민에 몰두하느라 마당 구석에서 수줍은 얼굴로 미소를 띤 정국을 보지 못했다.

 

 

 

**

 

 

“으어, 헉. 누, 누구. 누구세요?”

 

 

잠을 자다 눈앞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에 눈을 뜬 지민이 놀라 말을 더듬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어떤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저, 전무사님?”

“빨리 일어나서 날 가르쳐라.”

“아직 해도 안 뜬 거 같은데.”

“해는 곧 뜬다. 얼른 날 가르쳐라.”

 

 

말을 마친 정국은 지민의 대답도 듣지 않고 그를 어깨에 메고 방 밖으로 나섰다. 눈곱도 제대로 못 땐 채 남의 어깨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경험은 난생 처음해보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이런 시간에.”

“배움엔 시간이 없다.”

“가르치는 데에는 있어요.”

 

 

처음엔 매번 칼부터 들이대는 이 전무사를 퍽 무서워했는데 언제부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젠 칼도 잘 안 빼들었다. 지금처럼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어도 칼자루를 잡지 않았다. 전에는 표정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조금씩 미세하게 표정변화가 있었다.

 

지금도 자신의 말에 실망한 듯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보여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는 것이냐.”

“귀여워서요.”

 

 

그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 근육을 딱딱하게 굳힌 정국이 지민을 가만히 응시했다. 뭐부터 해야 하나 고민하다 찌뿌둥한 몸부터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몸부터 풀어요. 갑자기 앞구르기 뒤구르기 하면 다치니까.”

“좋아.”

“어어, 잠깐. 잠깐만요. 왜 옷을.”

“입으면 답답하다.”

 

 

그렇게 말을 마친 정국은 제 상의를 순식간에 벗어버렸다. 아침부터 탄탄한 몸을 보고 있으니 얼굴이 달았다. 아직 눈가에 매달려 있던 잠도 홀랑 날아가 버렸다. 일부러 정국의 앞에 자리를 잡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벗은 몸을 다시 보면 눈을 못 뗄 거 같았다.

 

그렇지만 자꾸 보고 싶어지는 몸이었다. 살다 살다 저런 몸은 처음이었다. 함께 하는 형들도 잘 빠진 몸을 하고 있었지만 정국은 조금 달랐다. 청나라 음식은 뭐가 다를까 한참 고민하다가 다시 그를 쳐다봤다. 무술 연습을 할 때 날래던 모습과 다르게 몸 풀기에는 영 재능을 보이지 못했다.

 

 

“원래 그렇게 뻣뻣해요?”

“무술과는 다르다.”

“에이. 날라 차기 하고 그러는 거 보면 유연하기도 해야겠는데 뭘요. 그러고 가만히 있어봐요. 내가 도와줄게요.”

 

 

가만히 선 채로 몸을 앞으로 숙이는 걸 가르치는데 손바닥으로 바닥까지 짚는 지민과 달리 정국은 발끝에도 손이 못 미쳤다. 웃으며 그에게 다가가 훤히 들어난 넓은 등을 꾹 눌러주었다. 손바닥 아래 성난 근육이 날뛰는 게 느껴졌다.

 

 

“…장난 아니다.”

 

 

저도 모르게 침을 꼴딱 삼킨 지민이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작은 손바닥을 등으로 느끼고 있는 정국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제 맨 살덩이 여기저기에 닿는 분주한 손바닥이 부드러워서 놀랐다. 바닥을 향한 머리 때문인지 자꾸 화끈거리며 열이 올랐다.

 

이 이상한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지민이 말을 꺼냈다.

 

 

“근데 전무사는 몇 살이에요? 나이를 아나? 황자님은 열일곱이라던데. 비슷해요?”

“…열다섯.”

“아. 열다섯이구…. 예? 뭐요?”

“열다섯이다.”

 

 

등을 꾹꾹 누르던 손을 떼고 가만히 정국을 응시했다. 저 몸뚱이가 열다섯이라고? 완전한 성장을 이룬 몸에 잠시 당황하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느꼈다. 줄곧 존대를 하던 자신과 처음부터 반발을 하던 정국…. 나 지금 열다섯한테 존댓말 한 거야? 박지민이 무려 열여섯 살인데?

 

 

“근데 왜! 반, 말….”

“뭐라고?”

“아니에요. 잘 크셨네요.”

 

 

몸을 일으킨 정국의 우람한 상체와 큰 키를 보며 지민이 시선을 피했다.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지. 문득 자신에게 청나라 황자와 무사를 떠맡기며 웃던 윤기를 떠올리며 작은 주먹을 꾹 쥐었다.

 

 

“나중에 나한테 무술 좀 알려줄래요?”

“무슨?”

“…사람을 좀 다치게 하는 무술이요.”

 

 

이왕이면 첩자처럼 아주 은밀하고 날렵한 방식이면 좋겠어요. 민꼭두. 가만 안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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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저의 일상이 갑자기 뒤틀리는 바람에 글을 쓰고 옮길 틈이 나지 않았어요ㅠㅠ

그나마 오늘 좀 여유가 생겨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진짜로! 정말로! 폭업할게요 폭업! 약속합니다!


이젠 누가 막둥인지 모를 민사당패의 이야기 앞으로도 남은 얘기들 많으니까

꼭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