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짐총] 나는야 내일의 조선 우상꾼

 



W.래더



*이 글은 고전이나 어떤 고증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디 주의해서 읽어주세요.

*재밌길 바라고 썼는데 재미없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세요.

*큰 생각 없이 썼습니다. 부디 읽어주시는 분들도 아무 생각 않고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기로 마음 먹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제6장. 비밀이야!


 


“이제 제발 좀! 작작 하세요!”

“안 됩니다.”

“우리도 안 돼. 원래라면 진작 아침에 짐 싸서 나갔을 건데. 벌써 사흘 째 궐에 박혀서 이게 뭐하는 건데!”

“황자가 질리기 전까진 어쩔 수 없다.”

 

 

답답함에 소리를 질러버린 호석도, 뒤이어 박박 성질을 부리는 윤기도 참을 만큼 참았다. 역마살이 단단히 낀 사당패가 한 자리에 눌러 앉은 것도 벌써 한참이었다. 좁은 공간에 틀어박혀 있다는 것도 좀이 쑤시는데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도대체 누가 바닥에 비단을 깔아놓고 사당패 놀이를 하냐고!”

“황자님은 흙바닥을 밟지 않으신다.”

“그러면 저, 저 지붕만한 양산은 뭐야. 남의 집 지붕 뜯어온 거 아니야? 어떤 사당패가 그늘 아래서 판을 벌려!”

“황자님의 귀한 살결에 해가 온전히 닿을 수야 없지.”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호위무사 정국의 답에 윤기가 제 속을 세게 쳤다. 뒤집어져도 한참 뒤집어질 노릇이었다. 황자가 방에서 나와 마당까지 오늘 그 길에 전부 고운 비단을 깔아뒀고 몇 시진 뒤에는 아예 마당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놨다. 그 때문에 재주넘기를 하던 호석이나 지민이 몇 번이고 미끄러져야 했다.

 

게다가 정말 이 대궐 한 구석의 누각 지붕이라도 뜯어온 듯 커다란 양산을 든 채 황자의 주변을 얼쩡거리는 호위무사 때문에 안무 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 이거나 저거나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준다고 치자. 헌데.

 

 

“도대체 꽃 핀 봄에 솜이불을 저렇게 둘둘 둘러놓고 있냐고!”

“이 귀한 황자님의 옥체에 생채기 하나 나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될 시에 너희 모두 목을 칠 것이야.”

 

 

그래 뭐 때로 양반집 자제 애들이 사당패에 들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 사당패의 자유로움과 풍류에 반해 저도 우상꾼이 되겠다고 설치는 꼴이었다. 그런 애들은 목대를 꼿꼿하게 세우고 존심을 세우긴 했지만 집안의 부유함과 윤택함은 내려놓았다.

 

헌데 이번에 새로 들인 민사당패의 신입은 집안이 귀해도 너무 귀했다. 심하게 좋은 집 출신에 외국 출신이라 뭐 하나 통하는 게 없었다. 몸에 상처라도 날까 팔, 다리, 몸뚱이 전체에 솜이불을 둘러놓은 것만 해도 알만했다.

 

 

“저렇게 둔한 몸뚱이로 대체 뭘 하라고! 앞구르기도 못하는데 무슨 재주넘기를 배워!”

“네놈들 목을 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그냥 세게 치고 말았으면 좋겠네.”

 

 

참다못한 남준도 악기를 정비하다 한 마디 뱉었다. 그 말에 정국이 눈을 번뜩이며 남준을 흘겼다.

 

 

“세게 치고 그래야지. 어 뭐, 이 징도 치고, 장구도 치고. 해보자 사물놀이!”

 

 

유난 극성 호위대장의 서늘한 눈빛에 남준이 꽹과리를 들고 챙챙 소리를 내며 처소 뒤편으로 걸었다. 다시 화를 내려는 윤기를 막아선 건 지민이었다.

 

 

“몸으로 하는 건 됐으니 대사 뱉는 법부터 가르칠게요.”

“난 뭐든 좋다! 그러니 가르쳐다오!”

 

 

혼자만 사태파악 못하고 해맑은 태형을 보며 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지민이 그를 데리고 가 대청에 앉혔다. 몸을 둘러놓은 두툼한 이불 때문에 뒤뚱뒤뚱 걷는 모양새가 우스웠다.

 

하지만 그 꼴을 보고 웃어버린다면 이제 막 봄인데도 언젠가 찾아올 여름을 위해 목구멍에 대청마루 하나 거하게 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그 근처에 앉아있던 석진은 떡을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며 웃음을 꾹 참아내고 있었다.

 

 

“우선 우리가 전에 했던 대사를 알려줄게, 요.”

“응! 좋아!”

“사당패의 극에서 뱉는 대사는 느낌이 살아있어야 하고 우리말로 맛깔나게 씹어야 한다고 해, 요.”

“응! 근데 대사라는 게 먹는 거야? 뱉었다가 씹고 그러게? 으, 그건 좀 그렇다.”

 

 

인상을 찌푸리며 우엑, 하는 소리를 내는 황자를 보며 지민이 다시금 한숨을 내뱉었다. 석진은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자기가 처음 지민에게 대사 짓는 법과 뱉는 법을 가르쳤을 때를 떠올렸다. 마냥 아기 같았던 그 막내가 어느덧 자라서 새로운 일원을 가르치고 있다는 게 감격스러워 떡을 하나 더 집어먹었다.

 

 

“그냥 내가 하는 걸 잘 보고 따라 해봐, 요.”

“응!”

 

 

아직도 입에 붙지 않는 반말 때문에 어색한 존댓말을 쓰던 지민이 목을 가다듬었다. 자신도 석진에게 처음 배웠던 대사를 하기로 했다. 민사당패의 극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대사이기도 했다.

 

 

“조선이 청의 뒤나 핥아주는 줄 알았더니, 아 알고 보니 청 황제도 조선의 뒷…구, 멍….”

 

 

거기까지 말한 지민은 제 입을 닫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짓지 않은 대사 전문은 이랬다.

 

‘조선이 청의 뒤나 핥아주는 줄 알았더니, 아 알고 보니 청 황제도 조선의 뒷구멍을 살살 달래주더라. 저들끼리는 장단 맞춰 춤을 추고 신이 났는데 백성들만 그 가락을 모르네. 허니 우리도 우리만의 가락을 만들어 장단이나 한 번 맞춰보세!’

 

 

석진이 판을 짜면서 만든 주옥같은 대사였다. 본래 대사의 의도는 전쟁이 나든 창피하게 굴복하였든 좋은 놈들은 여전히 좋고 그 밖의 사람들은 뭐가 좋은 줄도 모르고 지낸다는 거였다.

 

극의 분위기도 띄워주고 이 대사 이후에 남준이 만든 경쾌한 가락에 호석이 만든 안무가 덧대어져서 극의 절정을 이끄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이 대사부터 알려준 거였는데. 지민이 대사를 읊자마자 떡을 씹던 석진이 목에 떡고물이 걸려 컥컥대기 시작했다. 떡고물에 죽을 고비를 맞이하니 생각이 아득해졌다.

 

 

“응? 청 황제? 우리 아빠?”

 

 

이 대사에 나오는 청 황제가 민사당패 막내의 아버님일 줄은 몰랐지…. 나는 정말 청 황제의 아들을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니까?

 

 

“…아닙니다.”

“우리 아빠가 왜? 뭐? 뒷구멍? 그게 뭔데?”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민은 계속 채근하여 묻는 태형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채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고자 엉덩이를 옆으로 밀며 도망갔다.

 

헌데 여전히 솜이불 차림으로 지민을 바라보던 태형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지민을 쫓고 있었다. 자꾸 지민을 향해 자기 아빠가 뒷구멍을 어찌한 거냐며 물어오는 탓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뒷구멍이 무슨 뜻인지 모르면 그냥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아빠가 조선에 왔었어? 나도 알려줘! 우리 아빠의 비밀 얘기야? 응?”

 

 

그냥 우리 모두의 비밀 얘기인 걸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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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저 민사당패 대사에도 역사적 고증은 없습니다.

지난 번 <길,전> 쓸 때 고증 때문에 힘겨워했던 시절이 있어

이것만큼은 그 어떤 고증도 넣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의복도, 말투도, 직책도 뭐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즐겨주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