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짐총] 나는야 내일의 조선 우상꾼

 



W.래더



*이 글은 고전이나 어떤 고증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디 주의해서 읽어주세요.

*재밌길 바라고 썼는데 재미없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세요.

*큰 생각 없이 썼습니다. 부디 읽어주시는 분들도 아무 생각 않고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기로 마음 먹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제5장. 막내 황자 길들이기(?)



원래부터 사당패의 일원이었던 것처럼 자연스레 앉아 밥을 먹는 황자를 보니 사신단과 관료들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황자의 성미를 빤히 아는 청 관리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황제의 말도 들어먹질 않는 태형이 자기들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일단은 그냥 두기로 했다. 저래놓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하기 싫다고 냉큼 청나라행 가마에 올라탈 가능성이 컸다.

 

 

“자네가 남아 황자를 지키도록 하게. 수행원 몇도 남아서 황자의 시중을 들도록 하라.”

“예.”

 

 

청 관리가 남긴 말을 끝으로 모인 사람들이 흩어졌다. 호위인 정국과 황자를 위한 소수의 인원만이 민사당패의 처소 앞에 모여 있을 뿐이었다. 한, 서른 명 정도.

 

 

 

**

 

“깨워.”

“네, 네?”

“막내 깨워야지. 안 깨면 이걸로 패서라도 깨워라.”

꼭두.”

 

 

꼭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나요, 두목. 의 줄임말이 꼭두인 것만 같았다. 아침부터 대뜸 윤기가 지민을 찾았다. 그러더니 안무의 박을 맞출 때나 쓰는 나무 막대기 두개를 손에 쥐어주고는 황자를 깨우라며 처소 앞으로 저를 밀었다. 가벼운 몸이 윤기의 손길을 따라 조금씩 전진했고 황자가 잠들어있는 방 앞에 다다랐다.

 

 

“저 진짜 못하게써여.”

 

 

원래부터 저랬나 싶게 축 처진 눈꼬리와 비죽 나온 입술이 윤기의 마음을 내려앉게 했지만 사나이가 되어 말을 바꿀 수는 없었다. 둥근 머리통을 쓰다듬고 여린 어깨를 다독이며 방문을 대신 열어줄 뿐이었다. 조금 세게. 그냥 뭐 쾅! 소리가 날 정도로만?

 

 

“헉. 혀, 형.”

“신입 잘 깨워서 데리고 나와.”

 

 

이미 윤기가 세차게 문을 연 탓에 이부자리 속 황자가 몸을 조금 꾸물대고 있었다. 지민은 쩍쩍 마르는 입술에 침을 한 번 묻히고 숨을 크게 들이 쉰 후 방 안으로 걸음을 뗐다. 그랬는데.

 

 

“허, 흐억.”

 

 

느닷없이 목 가까이 칼날이 드리워졌다. 행여 그 날카로운 검에 베일까 눈알만 겨우 돌리니 황자의 호위무사라던 사내가 무서운 표정으로 지민을 노려보고 있었다.

 

 

“감히 어딜 들어가느냐.”

“네, 네? 아녀, 저는여. 그러니까 그게.”

“황자님의 잠을 깨우지 마라.”

 

 

서늘한 눈빛이라는 게, 검더러 차갑다고 일컫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몸소 깨달았다. 칼날과 정국의 눈빛이 한꺼번에 제게 닿자 온몸이 겨울은 맞은 듯 차게 식었다. 그 한기에 이와 이가 부딪힐 정도로 턱이 떨렸다. 손도 달달 떨렸다. 문제는 이거였다.

 

손이 달달 떨린 탓에 양손에 쥐고 있던 나무 막대기들이 흔들렸다. 흔들리면서 딱딱딱딱딱딱 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진짜 소리 내기 싫은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울고 싶었다.

 

 

“거기서 더 두드려 봐. 어떻게 되나.”

“아, 아, 아녀. 저는. 이, 이게 그러니까.”

 

 

목소리도 덜덜 떨렸고 말도 하나하나 끊어져서 나왔다. 더욱 더 살기를 내뿜는 정국 때문에 몸의 떨림이 멈출 줄을 몰랐다. 손의 떨림이라도 멈춰보려고 두 손에 힘을 꽉 주는데 그 바람에 나무 막대기의 마찰 소리가 더욱 커져버렸다. 딱! 딱! 따다다다다닥!

 

 

“사, 사, 사, 살려주세요!”

 

 

정국이 검을 고쳐 잡고는 정말 지민을 베어버릴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 질끈 감아버렸다. 옘병할 손은 여전히 나무 막대기로 신나는 가락을 만들고 있었다.

 

 

“뭐야아. 거기서 뭐해?”

아무 일도 아닙니다. 황자마마께서는 더 주무셔도 됩니다.”

“응? 그래. 헌데 거기 누구냐. 문 앞에.”

“곧 죽을 놈입니다.”

“아닙니다. 저 죽을 놈 아니구 지민입니다. 살려주세요.”

 

 

정국의 칼이 목 앞에서 빠져나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지민이 바닥에 엎드렸다. 방문 너머 마루에 몸을 낮춘 채 문 너머를 향해 소리쳤다. 곧 죽을 놈이라니. 남의 소개를 어찌 그렇게 한단 말인가.

 

방 안에서 잠과 싸움을 벌이고 있던 태형이 지민, 지민 하고 이름을 읊더니 눈을 번쩍 떴다. 그러곤 냉큼 방문 앞으로 달려와 엎드려있는 지민의 몸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너는 내 사수가 아니냐! 오늘 첫 수업인 것이냐?”

“예? 예, 예. 예에. 그, 그렇습니다.”

“헌데 왜 그렇게 떨고 있느냐? 추운 것이냐? 나와 함께 이불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느냐. 되게 따뜻한,”

 

“거기 황자님. 내 사당패에선 막내가 사수 만지는 법 없다고 했을 텐데.”

 

 

태형이 덜덜 떨고 있는 지민의 어깨를 은근하게 감싸 안으며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려는 때였다.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 낮은 윤기의 목소리가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그 건방진 말투에 정국이 칼의 방향을 돌리려는 때에 황자가 그 몸짓을 제지시켰다.

 

 

“아아. 미안. 그리고 너는 칼 좀 적당히 뽑아.”

“예. 황자마마.”

 

 

태형이 유난스러운 호위대장에게 한마디 건넨 후 마루로 내려서려던 때였다. 주위에 정렬되어 있던 수행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은으로 된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담아 황자님 앞에 대령했다. 그에 자연스럽게 몸을 숙인 태형은 세 명의 청국 수행원에게 수발을 받았다. 세안을 마친 뒤에는 새로 물을 가져와 목과 팔, 다리를 씻었고 남은 물로는 발까지 씻어낸 후에 보송한 비단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

 

그 모습에 마당에서 몸을 풀던 남준과 호석도, 대청에 걸터앉아 누룽지를 뜯어먹던 석진도, 가만히 서서 지민이 잘하나 못하나 지켜보던 윤기도 말문을 잃었다. 저렇게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면서.

 

 

“이제 나에게 가르쳐라! 춤부터 배우면 되겠느냐!”

 

 

도대체 뭘 배우겠다는 건지. 그렇게 호기롭게 배우겠다고 이야기할 거라면 제발 자기 호위무사 등에서 내려오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민사당패 단원 모두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말을 입밖에 꺼내진 못했다. 몰라 저 호위무사 좀 그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민사당패는 정말루 전무사가 무서운 게 아니라구!



(역시나 이번 편도 짧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