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짐총] 나는야 내일의 조선 우상꾼



 W.래더



*이 글은 고전이나 어떤 고증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디 주의해서 읽어주세요.

*재밌길 바라고 썼는데 재미없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세요.

*큰 생각 없이 썼습니다. 부디 읽어주시는 분들도 아무 생각 않고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기로 마음 먹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제2장. 조선 제일의 민사당패

 

 


 

“이, 이게 다 무슨 짓이냐?”

“분부하신대로 팔도의 사당패는 다 잡아들였습니다!”

 

 

관리가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며 진연 담당자가 이마를 짚었다. 진연을 준비하는 마당에는 수많은 사당패들이 줄에 묶인 채 죄인처럼 모여 있었다. 자신이 사당패를 전부 데려오라했지 언제 잡아들이라고 하였는가. 이 해맑은 멍청이를 당장 걷어차고 싶었지만 참았다. 보는 눈도 많은데 천박한 짓거리를 할 순 없어 꾹 참았다.

 

 

“어서 저 줄부터 풀거라. 당장!”

 

 

그 말에 관리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서 있던 관군의 대장이 당황했다. 잡아오라는 놈들을 싹다 잡아왔더니 다시 풀어주라니. 훌륭한 성과에 특진을 기대했는데 아무래도 일이 어그러질 것 같았다. 그래도 높은 분의 명이니 거절할 수는 없어 군졸들에게 고갯짓으로 줄을 풀라 신호했다.

 

영문도 모른 채 바닥에 엎어진 사당패들도 저마다 소란스러웠다. 처음엔 자신들이 왜 잡혀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는 한 무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바로 민윤기의 사당패였다.

 

 

“정말 저자들이 그 유명한 민사당패인가?”

“그렇네. 내가 사당패에 들기로 한 것도 저들의 놀이판을 보고부터야. 내 우상이지.”

“오오 맞아. 그래서 뭇사람들은 저들더러 조선 최고의 우상꾼이라 부른다면서?”

 

 

그 말에 주변 이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조선의 사당패는 유명했다. 팔도를 다니며 뭇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한 번 무대를 보면 자연히 경외와 감탄을 자아내게 해 많은 이들의 우상이 되었다. 사람들의 우상이 된 이들이라 하여 남사당패는 ‘우상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 우상꾼이라는 것을 대표하는 게 바로 민윤기의 남사당패였다.

 

 

“뿐인가. 팔도 곳곳 안 다닌 곳이 없다면서?”

“저들이 가는 곳마다 내기 노름을 조장하는 투기꾼들과 저들을 보러 온 어린 애들, 어른들이 많다하지 않는가.”

“아아 나도 들었네. 그래서 저들이 다니는 걸 투어라고 한다면서?”

“맞네. 안 다닌 투어가 없다고 하더만.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네.”

“껄껄, 그럼 이건 죄인 투어인가.”

 

“...그만두세. 재미없네.”

 

 

온갖 무리들이 다 민사당패의 이야기뿐이었다. 조선에는 유명하고 소문난 우상꾼들이 몇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윤기의 사당패는 그 인지도와 평판에서 과연 으뜸이었다. 그들을 동경하여 그 ‘투어’라고 불리는 것들을 따라다니는 이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제일 앞쪽에 묶여 화제의 중심이 된 윤기의 사당패는 조용했다. 꼭두인 윤기가 입을 꽉 다물고 있었고 시끄럽게 만담을 곧잘 하던 석진이나 호석도 말이 없었다. 자다가 웬 남자의 등에 업힌 채 깬 석진은 그야말로 기겁을 했었다. 묶여서 어디론가 호송되는 자기 동료들을 보고 자길 업은 덩치 큰 산적 같은 놈을 한 번 보고는 다시금 기절했더랬지.

 

 

“다들 주목하시오!”

 

 

포승줄이 거의 다 풀리고 더욱 소란스러워진 장내를 관리가 진정시켰다.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며 누가 왔는지 탐색하던 담당자가 눈을 흐릿하게 뜨고 사람들을 살폈다. 그러다 주위가 조용해진 것을 깨닫고 목을 가다듬었다.

 

 

“이곳에 모인 너희들 중 일부는 곧 있을 청국 사신단을 위한 진연에 서게 될 것이다.”

 

 

담당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금 장내가 왁자지껄해졌다. 그에 관리가 다시 목청껏 소리를 쳐가며 주의를 집중시켰다.

 

 

“너희 모두를 모으느라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이렇게 모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여 본래 너희들의 실력을 기반으로 무대의 설 이들을 겨루기로 하였으나. 진연일이 얼마 남지 않은 관계로 너희가 직접 다른 사당패를 선발토록 할 것이다.”

 

 

그의 말에 다시금 쑥덕거리는 소리가 공간을 메웠다. 담당자는 숱한 사당패들을 둘러보다가 자신을 따르는 다른 관리에게 손짓을 했다. 그는 작은 종이와 붓을 들고 앞으로 나왔다.

 

 

“지금부터 이 관리가 돌아다니며 종이와 붓을 나눌 것이니 각 무리마다 하나의 사당패만을 꼽아 제출토록 하라. 각 무리의 꼭두 이름을 작성토록 하라!”

 

“저 나으리! 헌데 저희는 글을 모르는뎁쇼?”

“무, 무어라? 언문도 모르느냐.”

“그저 바닥에서 구르고 날뛰는 놈들이 글자를 알아 무엇하겠습니까.”

 

 

갑작스런 말에 담당자는 당황하고 말았다. 그들이 글을 모를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던 탓이다. 이 조선땅에 언문마저 못 쓰는 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언문이 백성들에게 전파되고 시간이 이만큼 흘렀음에도 조선에는 까막눈이 많다는 것에 그는 약간의 씁쓸함도 느꼈다.

 

 

“이를 어쩌면 좋을꼬.”

“한 무리마다 돌아서 이름을 외치도록 함이 어떻겠습니까?”

 

 

그때 어느 한쪽에서 들려온 말에 수염을 쓸던 담당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거 좋은 방법이구나. 허면 지금부터 각 사당패별로 무리를 지어 자리를 정돈토록 하여라. 그리고 지목할 때마다 이름을 외치도록!”

 

 

 

*

 

사람은 여럿이었지만 막상 무리로 묶으면 몇 되지 않아 선발은 금세 끝났다. 압도적인 표수로 민윤기의 사당패가 으뜸을 차지했다. 다들 예상한 결과였으며, 일부는 부러워하기도 했다. 무려 청나라 사신을 위한 진연에 사당패로서는 처음으로 판을 벌이는 것이었다. 이는 영광중의 영광이었다.

 

민사당패 말고도 두 개의 사당패가 뽑혔다. 뽑힌 사당패들은 다들 환호를 질렀다. 흙바닥 출신들이 비단 장판 위에서 공연을 할 날이 있으리라 생각했겠는가. 헌데 정작 으뜸으로 뽑힌 민윤기의 사당패는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도 나름 기쁘고 좋은 소식이긴 하였으나 꼭두인 윤기가 하도 무섭게 입을 다물고 있는 탓에 탄성조차 지르지 못했다.

 

 

“으뜸으로 뽑힌 민윤기의 사당패는 지금부터 궐에 상주하며 진연을 준비토록 하라!”

“싫다면?”

“뭐, 뭐라?”

 

 

민윤기의 사당패라면 담당자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놀이패였다. 그들이 뽑힌 데에 만족하며 자리를 떠나려는 찰나 들려온 건방진 목소리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안 그래도 준비할 시간이 복잡해 모두를 채근해도 부족할 때에 이 무슨 딴지란 말인가.

 

 

“지금 무어라 하였느냐.”

“싫다했다. 왜.”

“저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냐!”

 

 

담당자 대신 이들을 포승줄에 묶어 대령한 관리가 목청을 드높였지만 윤기는 꼼짝하지 않았다. 되레 고개를 더 치켜들고 시건방진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 우리 막내 첫 살판 잔치를 열던 중에 끌려왔는데 고분고분 그쪽들 말 들어주게 생겼어?”

 

 

첫 살판 잔치라니. 그곳에 있던 모든 사당패 일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 살판이란 꽤 감격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그건 오로지 본인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다. 역마살이 낀 듯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당패에서 첫 살판에 뛰었다고 잔치를 열고 하는 일은 없었다.

 

그 잔치를 열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거절하는 명목이 살판 잔치를 방해했기 때문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뭐, 뭐?”

“우리 막내! 간만에 고기를 뜯고 맛보고 즐기려던 이때에! 당신네들이 청나란지 뭔지 하는 것들 진연해줘야 한다고 우리를 묶고 어떤 말도 없이 짐승처럼 여기까지 끌고 왔으면서. 이제 와서 뭐? 뭘 해? 임금이 청나라 사신한테 머리를 조아렸다고 우리까지 그래야 해?”

“이놈이! 감히 어디라고 망발을 하는 것이냐 망발이!”

“사당패들을 끌고 왔으면 이 정도는 예상했어야지. 우리가 판 벌리면 하는 게 나라님 희롱이랑 청국 조롱인데. 진연에서도 하라고 데리고 온 거 아니야?”

 

 

윤기의 말에 사당패들은 어느 정도 수긍을 했고 담당자는 답답한 가슴만 내려쳤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사당패라는 것이 보고 있으면 가락이나 율동이 흥겨워 즐겁긴 하나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 이 나라에 대한 비판이고 희화로 가득 차있었다. 이런 놈들을 궐까지 끌고 온 자신을 책망했다.

 

어째야 하나. 이미 사당패를 진연에 세우기로 하고 모든 순서를 정해 놓았다. 정말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지체할 수도, 바꿀 수도 없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정 우리가 필요하면.”

 

 

그때 다시 꼭두의 목소리가 들렸다.

 

 

“못한 우리 애 잔칫상 궐에서 내주든가. 혹시 압니까.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지면 우리도 그에 걸맞은 판을 짜올지.”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 보이는 윤기를 내려다보며 담당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 제안은 받고말고 고민할 게 아니었다. 저더러 덥석 물라고 내민 미끼였다. 어쩔 수 없었다. 당장 저들만큼 무대를 채울 인원이 없었다. 담당자의 표정을 가만히 보던 윤기는 아까보다도 더 활짝 웃어보였다.

 

 

“모쪼록, 잘 부탁합니다.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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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눈치채셨나 모르겠어요.

우상꾼의 뜻은 바로.....아이돌이랍니다!(ㅋㅋㅋㅋㅋ)


그렇습니다. 바로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조선의 전문 우상꾼 육성기를 함께하시는 겁니다.


매편은 제 고전답지 않게 짧을 겁니다!

이게 뭐야,,,싶을 때마다 ㅋ...하고 헛웃음 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제발 한 편당 0.5회정도만 웃어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