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짐총] 나는야 내일의 조선 우상꾼



W.래더



*이 글은 고전이나 어떤 고증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부디 주의해서 읽어주세요.

*재밌길 바라고 썼는데 재미없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디 이해해주세요.

*큰 생각 없이 썼습니다. 부디 읽어주시는 분들도 아무 생각 않고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기로 마음 먹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제8장. 반했나 봐요.



“지민아! 어딜 가느냐?”

“예? 저 부엌에….”

“같이 가자!”

“아니 왜….”

 

 

“으와씨! 깜짝아! 언제부터 여기 계셨습니까?”

“아-까부터. 너는 왜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느냐?”

“소변을 보는데 뒤를 돌아봐야 합니까?”

 

 

“어어. 지민아! 너 어디!”

 

 

벌써 며칠 째, 황자는 지민만 쫓아다니고 있었다. 궐 밖으로 나오면서 증세가 심해졌다. 어느 날부터인가 멍하니 제 사수만 바라보더니 또 어느 날부터는 그 뒤를 졸졸 쫓아다니고 있었다.

 

 

“애 좀 내버려 둬. 진짜.”

“힝. 윤기는 나한테 왜 그러느냐? 나는 그저 지민이가 예뻐서 그런 건데.”

“우리 다 지민이 예뻐하거든? 젤 늦게 예뻐하기 시작했으면서 왜 이렇게 난리를 피워!”

“시작이 무엇이 중요하냐! 마음이 중한 것이지!”

 

 

또 지민을 쫓아가려는 것을 윤기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총총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을 한없이 바라보며 윤기에게 대들다 속상한 마음에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태형에게도 이건 크나큰 근심이었다. 지민을 보면 자꾸 속이 두근거리고 설레고, 그 때문에 잠도 못 이룬 게 한두 밤이 아니었다.

 

 

“진짜 예뻐서 그러는 건데.”

 

 

바닥에 널브러져 앉은 태형은 괜히 제 발만 이리저리 뻗댔다. 일은 궐을 떠나기 며칠 전에 발생했다.

 

 

 

***

 

오줌이 마려워 바지춤을 붙잡고 급히 방을 나섰을 때였다. 이리저리 방방 뛰던 몸을 그대로 멈춰버리고 말았다. 제 앞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

 

 

지민이 달빛 아래서 춤을 추고 있었다. 본디 연습량이 엄청나던 지민이었다. 헌데 느닷없이 밑으로 막내가 생기면서 그를 가르치느라 정작 제가 해야 할 연습을 못하고 있었다. 형들은 언제나 칭찬만 해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에 만족하지 못했다. 하여 모두가 잠든 틈에 몰래 빠져나와 이렇게 달빛을 벗 삼아 연습하곤 했다.

 

 

물론 그런 사정이야 태형이 알 턱이 없었다. 그저 시꺼먼 밤에 쏟아지는 별과 달빛 아래서 손끝으로, 발끝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는 모습이 황홀할 뿐이었다. 어떤 가락도 없는데 모든 것이 풍부했다. 예술을 사랑하는 태형의 눈앞에 진정한 예술이 펼쳐지고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으어, 아? 화, 황자님?”

“어…. 어?”

“언제부터 거기. 어? 황자님 옷…!”

“응? 옷? 어, 어어! 내 옷!”

 

 

지민의 춤을 보고 소름이 돋은 줄 알았더니.

 

 

“야! 쟤 오줌 쌌다!”

“어디 어디! 웨메! 막내 한 건 했네!”

“아이고 누가 키 좀 가져와라.”

 

 

지린 것이었구나.

 

 

*

 

“이것을 왜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냐?”

“조선에서는 다 이렇게 해.”

“언제까지 쓰고 있어야 하느냐?”

“오늘 지날 때까지.”

 

 

키를 쓰고 대청에 앉아 발을 구르던 태형이 옆에 앉은 윤기를 보며 자꾸 물었다. 사신단이 준비해준 목욕물에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처소로 돌아오자 사당패 일원들이 해맑게 웃으며 자신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지금 제 머리에 씌워진 그 ‘키’라는 것이 있었다.

 

 

“진짜 이거 쓰는 것이 맞느냐?”

“어. 다 그렇게 해.”

“왜?”

“원래 그런 거야.”

 

 

윤기가 비싯비싯 웃으며 얘기하는 게 영 찝찝했지만 그저 그대로 있었다. 조선 출신이라는 전무사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청에서 자란 정국도 모르는 눈치였다. 조선말도 태형보다 아주 조금 잘할 뿐이지 그 역시 청나라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이상하게 이걸 둘러쓰고 있으니 주눅이 드는 기분이었다. 자꾸 자기를 보는 사람들마다 키득거리며 웃기 바빴다. 식사를 주러 온 조선의 궁인들이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웃음을 참는 것을 보았다. 도통 기분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데 마당 저쪽에서부터 지민이 걸어오고 있었다.

 

 

“지민아!”

“아. 황자님. 아직도 그거 쓰고 계시네요.”

“응? 응. 그렇다. 계속 쓰라고 해서.”

“잘 어울려요.”

 

 

하루 종일 놀림을 당해야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놀림을 당하는 것인지 분명하지도 않았거니와 중요한 건 지민이 저를 보고 웃었다. 처음으로 자기를 보며 웃어줬다. 그래서 좋았다.

 

 

 

***

 

그날 이후로 태형의 관심사는 놀이패에서의 놀이보다 지민이었다. 지민이 조선에 있는데 자신이 청국으로 가야할 이유가 없었다. 그 작은 몸이 눈앞에서 보이지 않으면 조바심이 났다. 이젠 정국의 등에 업혀 다니지도 않았다. 느렸다. 제 발로 쫓아다니는 게 빨랐다.

 

 

“지민아! 지민아!”

“따, 따라오지 마십시오!”

“너랑 함께 갈 것이다! 나도 갈 것이다! 데려가거라!”

 

 

지금도 지민의 뒤를 따르려던 것을 이번엔 석진과 호석에게 막혔다. 두 사람이 막아준 터에 지민은 제 갈 길을 무사히 잘 갈 수 있었다.

 

 

“도대체 뒷간은 왜 쫓아 들어가려고 이 난리를 부려!”

“지민이가 보이질 않는다! 지민아아!”

“아이고! 이 막내가 건방지게! 기운은 또 왜 이렇게 좋아?”

 

 

뒷간에 들어가 바지춤을 푸르던 지민은 한숨만 폭폭 내쉬었다.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바지를 끌어내리고 자세를 잡아 앉았을 때였다.

 

 

“지민아!”

 

 

뒷간 문이 발칵 열렸고, 놀란 지민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미안하구나.”

 

 

님아, 그 문을 닫고 그냥 가지 마오.

 

 

“으아아아!”

 

 

황자 진짜 짜증나! 지민은 주저앉은 채로 울상을 지었다. 대체 저 분은 나한테 왜 그러시는 건데. 왜!

 

 

***

 

“자. 진짜 오랜만의 판이다. 잘들 하자.”

“알았다!”

“황자. 지민이가 알려준 대로만 잘 해.”

“알았다!”

 

 

태형은 그야말로 흥분상태였다. 처음으로 놀이판에 서게 되었다. 정국은 민사당패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몰려든 사람들을 지키고 서 있었다. 정국과 몇 무사들이 공연이 있을 마당을 둥그렇게 에워싸고 그들을 지키고 있었다.

 

 

 

“어이! 거 강해보이는 친구! 조금만 비켜서지?”

“안 된다.”

“자네가 너무 커서 안 보여서 그래! 좀만 비켜주구려!”

“안 된다.”

“…야박하구려. 저 강한 친구.”

 

 

말을 걸던 사람은 쯧쯧 혀를 차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강직한 정국과 그 외 무사들의 보호 아래 놀이판이 시작되었다. 소문처럼 입이 떠억 벌어지는 무리들이 민사당패를 따르고 있었다. 뭇 사람들은 민사당패 뒤를 쫓는 그들을 더억후라고 불렀다. 입이 떠억 벌어지는 무리들이 뒤를 따른다, 하여 더억후!

 

 

“우와아아아아!”

“민윤기! 김석진! 김남준! 정호석! 박지민! 돌아와줘서 고마워요!”

“언제나 함께할 거야!”

“기다렸어요!”

 

 

우레와 같은 함성과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인기에 어안이 벙벙할 법도 한데 태형은 좀체 긴장하지 않았다. 이미 더억후들 사이에서도 새 일원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외국인에 집안이 좋다는 소문 정도만 돌았다.

 

 

“가자!”

 

 

다함께 손을 모으고 기합을 넣은 민사당패가 드디어 무대에 나섰다. 첫 무대인 살판은 지민과 태형이 서기로 했다. 가면을 썼지만 보기 좋은 풍채에 더억후들은 박수갈채를 쏟았다. 둘이 합을 맞춘 안무가 이어지고 가면을 벗으며 얼굴을 드러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면의 좁은 틈을 벗어나 자기 눈으로 수많은 더억후들을 확인한 태형은 그야말로 감격을 했다.

 

물론 우스꽝스러운 가면에서 벗어나 눈이 개안할 정도의 얼굴을 지닌 외국인 일원을 본 더억후들도 함께 감격했다.

 

 

“난생 처음 보는 얼굴일세.”

“나 지금 좀 지린 거 같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야. 이세계의 사람일 거야.”

“심봉사도 눈을 번쩍 뜨게 생겼네.”

 

 

천천히 숨을 고르며 그들을 살피던 태형의 예쁜 눈가로 벌레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그에 놀란 태형이 제 한쪽 눈을 찡긋하였다. 그와 동시에 미친 듯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미쳤어!”

“방금 봤어? 눈을 찡긋하는 애교를 피우지 않았는가!”

“세상에 지금 내 가슴이, 가슴이!”

“지금 누구든 다 덤비라 그래! 다 부수고 말 거야!”

“집에 돌아가면 우리 집 장독부터 깨부술래!”

 

 

어벙벙한 태형을 데리고 지민이 뒤쪽으로 갔다. 이어 중요 무대가 이어졌고 정식 단원이 된 지민도 서둘러 그 무대에 올랐다. 여전히 우레와 같은 환호성을 듣고 있는 태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활짝 웃으며 제 입을 틀어막았다. 짜릿한 희열이 태형의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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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민사당패의 더억후가 되어보시지 않으시렵니까?(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