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뷔민국/랩민] 지민의 역사

 

 

 

W.새벽의덕후

 

 

 

<Ep. 끝나지 않을 우리의 역사 下>

 

 

 

계약이 성사된 후부터 선배와 나는 더 열심히 붙어 다녔다. 만일 김태형에게 전화라도 오면 선배가 대신 받거나 옆에서 떠들어주고 그랬다. 그때마다 김태형이 미치고 팔짝뛰려고 했고 나는 그게 웃겨서 죽을 것 같았다. 통쾌했다. 지난 날 나는 얼마나 많은 김태형의 전 애인, 썸인 등등과 통화를 해야 했는가.

 

 

 

“선배 우리 사진 찍어요.”

“어? 무슨 사진?”

“그냥 아무거나 엄청 다정한 사진이요! 카톡 프사로 해 놔야지.”

“오. 머리 좋은데. 그래 찍자.”

 

 

 

그렇게 선배와 찍은 사진으로 카톡 프사를 하고, 인스타에 올리고, 페이스북에 올리고, 태그하고 난동을 피웠다. 그때마다 김태형이 카톡이나 댓글로 ‘뭔데’ 라고 했지만 씹었다. 지는 맨날 다른 사람들이랑 사진 찍어서 올리고 여기저기 태그당하고 다녔으면서.

 

 

 

“애인이랑은 좀 어때.”

“음. 사이는 아직도 데면데면한데. 제 기분은 좀 나아졌어요.”

“진짜?”

“네. 통쾌하고 막. 너도 당해보니 열 받지? 뭐 그런 기분?”

“기분 좋다니 다행이네.”

 

 

캠퍼스를 거닐면서 남준 선배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선배가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는 그런 선배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때였다.

 

 

“지민아아아!”

 

 

선배와 나의 맞은편에 서 있던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뭐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재빠르게 다가온 사람은 나와 선배의 틈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그리고 나를 감싸 안으며 선배 쪽에서 멀어졌다. 누군지 알만했다. 사실 알고 있었다. 얘의 이목구비는 300미터 밖에서 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짙으니까.

 

 

“놔.”

“지민아….”

“놔라. 김태형. 남준 선배 괜찮아요? 안 다치셨어요?”

“어어. 난 괜찮아. 지민이 너는 괜찮아? 세게 부딪힌 거 같은데.”

“전 괜찮아요. 근데 선배는….”

“지민아! 나. 나 여깄어. 나…. 나 여기 있어.”

 

 

김태형은 나를 꽉 끌어안은 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 품에 매달린 커다란 새끼를 그냥 내버려두고 선배와 대화를 나눴다. 뭐더라, 예전에 어떤 영화에서 이런 거 매달고 다닌 주인공 있었는데. 근심인가, 걱정인가. 아무튼 그런 짐짝의 느낌으로 김태형은 나에게 매달려 있었다. 그 주인공이 걔는 신경 쓰지 않고 살았던 것처럼 나 역시 김태형이 없는 듯 선배를 다독이며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얼마 가진 못했다. 내 품에 달라붙어 있던 김태형이 몸을 확 떼더니 내 얼굴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김태형 얼굴을 마주봤는데. 아씨. 진짜 와, 이건 반칙 아니냐. 순간 눈이 멀 뻔했어. 김태형 존나 잘생겨서. 비 쫄딱 맞은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나 쳐다보는데 솔직히 내가 화만 안 났어도 당장 이 자리에서 야외플 떴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화가 난 상태였기에 나를 붙잡은 김태형의 손을 밀어내고 가만히 팔짱을 낀 채로 삐딱하게 섰다.

 

 

“너 거기 있는데 어쩌라고. 위험하게 달려들면 어떡해. 선배 다쳤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네가 저 사람이랑 그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 달려들어….”

“내가 뭘 했는데. 선배랑 내가 한 게 뭔데. 입이라도 맞췄냐? 부비부비를 했어? 아니면 뭐 너처럼 콘돔이랑 팬티 들어있는 변태 기프트박스를 주고받았냐?”

“지민아….”

“뭔데. 내가 선배랑 뭘 얼마나 했다고 네가 그렇게 불쌍한 척을 하는데.”

 

 

김태형이랑 나누는 대화에 선배가 경악을 하며 입을 틀어막는 게 보였지만 못 본 척 했다. 선배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마세요. 건강에 좋은 얘기들은 아닙니다.

 

어쨌든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태형은 고개를 푹 숙였다. 눈앞에 보인 정수리마저 동그랗고 아름다워서 입을 맞출 뻔했지만 참아냈다. 대견해 박지민. 진짜 많이 컸다. 김태형의 아름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나는…. 나는 지민아.”

“너 뭐.”

“지민아. 나는….”

 

 

숙인 얼굴로 뭐라고 웅얼거렸다. 뭐냐며 툭툭 치면서 되묻자 숨을 깊게 내쉰 김태형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와 잠깐만. 지금 연극영화과 사람들 어디서 뭐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클로즈업신을 찍을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려도 됩니까. 이걸 내 눈에만 담고 세상에 공유할 수가 없다니요. 영화계 종말이 머지않았네 진짜.

 

 

“난 네가 다른 사람이랑 가까이 있는 게 싫어. 그러지 말아주라. 응?”

 

 

완벽한 얼굴로 애원하는 게 진짜 볼만했다. 뭐 비꼬는 게 아니라 동네 사람들과 전 세계인을 다 불러놓고 공연하고 싶을 만큼 끝내주게 볼만했다. 자꾸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웃음을 아예 참기는 불가능한 거 같아서 한쪽 입꼬리만 올려서 웃음을 흘렸다. 웃음을 비웃음으로 대체해버렸다.

 

 

“넌 다른 사람들 틈에 섞여 살잖아. 근데 나는 왜 다른 사람이랑 가까이 지내면 안 되는데?”

“지민아 그건….”

“됐어. 너 저리 가. 선배가 지금 얼마나 곤란하시겠어. 나 선배랑 밥 먹으러 갈 거니까 이거 놔.”

 

 

나를 다시 붙잡고 한껏 슬픈 표정을 짓는 김태형을 보니 속이 좀 쓰리기도 했다. 얘는 여러 가지로 날 속상하게 한다. 계속 그랬다. 김태형은 나에게 참 많은 상처를 줘왔다. 그래서 나도 얘에게 상처를 좀 줘보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얘가 속상해하고 슬퍼하는 걸 보면서 통쾌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게 오래가는 건 아니었다. 누구에게 상처를 내고 있는지 헷갈렸다. 상처를 줘야만 하는 건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그렇다고 나 혼자서 모든 것을 참아내기만 할 수는 없었다.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다. 김태형을 사랑하는 감정만으로는 견뎌내기 힘든 거였다. 나에게도, 김태형에게도 어떤 자극이 필요했다. 어딘가 갇혀있는 우리 사이를 환기시킬 만한 게.

 

 

놓으라는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김태형은 내 팔을 더 세게 붙잡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붙잡힌 팔을 세게 휘둘렀다.

 

 

“놓으라고 했잖아!”

 

 

나도 놀랐고, 김태형도 놀랐다. 크고 예쁜 손이 가만히 허공에 떠 있다가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까보다도 더 서러운 눈을 하고 김태형은 날 쳐다봤다.

 

 

“내가 널 어떻게 놔. 지민아.”

“잘 하잖아 그런 거. 나 아니어도 되잖아. 너는.”

 

 

김태형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 뭐야. 얘는 눈을 이렇게 지나치게 크게 떠도 잘생겼냐. 받았던 열이 다 식게. 날 멍하니 바라보던 김태형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곧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진짜 안 돼. 말도 안 돼 지민아. 응? 응? 나는 너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웃기네. 너는 나 아니라도 좋아해주는 사람 많잖아. 너도 사람 좋아하고.”

“아닌데. 진짜 아니야. 나는 박지민만 사랑해. 지민아. 사랑해. 응? 나한테 이러지 마. 나 버리지 마. 지민아 제발.”

 

 

나를 붙들고 애원하더니 이내 김태형은 날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엉엉 소리를 내며 훌쩍였다. 나는 흘깃거리며 남준 선배를 쳐다봤다. 우리 사이에서 이 싸움을 구경하고 있던 선배는 온화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정도면 됐다는 신호 같았다.

 

 

 

“앞으로 네가 알아서 처신 잘 할 거야?”

“당연하지!”

“어떻게 할 건데.”

“지민이만 보고, 지민이만 듣고, 지민이만 사랑할 거야. 다, 다! 전부 다 지민이하고만 할 거야.”

 

 

몸을 떼어내고 내 얼굴을 붙잡은 채 들뜬 표정으로 말하는 김태형을 보다가 결국 웃어버렸다. 내 웃음에 김태형도 함박웃음을 지었고 대뜸 입을 맞춰왔다.

 

 

“야, 야. 야! 미친. 돌았냐? 여기 학교야!”

“짐나. 우리 안 한 지 너무 오래 됐잖아.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

“넌 무슨 그런 말을. 선배. 오해하지 마세요. 그러니까 이건.”

“괜찮아. 뭐 어때.”

 

 

금세 김태형을 떼어내긴 했지만 붉어진 얼굴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나도 반가웠다. 김태형의 입술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맘 같아선 이 자리에 눕혀서 팬티까지 벗기고 싶은데 나는 오픈게이가 아닌지라 의연하게 참아냈다. 반면 김태형은 당장이라도 한판 하고 싶은 것처럼 낑낑댔다. 선배 보기 부끄러워지고 있었다. 내가 자꾸 선배 눈치를 보니까 날 가만히 보고 있던 김태형도 시선을 선배 쪽으로 돌렸다. 얘는 이제야 선배의 존재를 느낀 거 같았다.

 

 

“아 맞아! 그쪽!”

“야! 김태형. 버릇없게 그쪽이 뭐야! 우리 선배님한테!”

“우리…. 하, 알겠어. 지민아. 선배님 씨. 지금 지민이 있으니까 뭐라고 더 하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이러지 마세요!”

 

 

김태형이 나를 품에 꼭 안으며 선배를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 버르장머리 없는 손을 툭 치니 다시 아, 하는 소리를 낸 김태형은 손목을 돌리고 손가락을 전부 펴서 나름 공손하게 손을 뻗었다. 세기말 아이돌의 자기소개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포즈인가 싶었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이품에서 좀 벗어나려는데 김태형은 날 세게 붙잡고 좀처럼 놓아주지 않았다. 그런 우리를 가만히 쳐다보던 선배는 예의 다정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뭐 노력은 해 볼게요. 근데 알다시피 지민이가 워낙 예쁘잖아요. 제 마음이 언제 또 흔들릴지는 모르는 거고.”

“이거 봐! 이거 봐. 지민이한테 마음 있었어. 박지민 진짜. 이렇게 예뻐가지고.”

 

 

선배의 능글거림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래 김태형한테도 저런 긴장감이 필요해. 정국이만으로는 좀 모자랐을 수도 있어. 나는 잘생긴 김태형 때문에 그런 긴장을 매일 매순간 매달고 사느라 시달렸는데. 김태형도 좀 그래봐야지! 나 박지민 이렇게 잘생긴 연상 연하가 눈독 들이는 존섹 게이다! 알아달란 말이야.

 

김태형은 제 품의 나를 쳐다보며 내 얼굴을 슥슥 쓰다듬었다. 이러다 얼굴에 손독이 오를 것만 같았다.

 

 

“…근데. 목소리가 많이 낯익네요. 통화할 때도 느끼긴 했는데.”

 

 

그때 선배가 먼저 김태형에게 말을 걸었고, 나를 도자기 닦아내듯 쓰다듬던 김태형도 어? 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선배를 쳐다봤다. 두 사람이 미묘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뭔데. 지금 이거 뭔데. 왜 둘이 그렇고 그런 눈빛 주고받는데. 뭐야. 지금 나 두고 둘이 뭐 해보겠다는 거야 뭐야!

 

 

“그쵸? 나도 이상하게 목소리가 낯익다 싶었는데.”

“혹시. 민원 넣는 게 취미세요?”

“헐. 그 프렌차이즈 고객 상담실 직원이세요?”

“이었죠.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에 잠깐.”

 

 

김태형은 입을 틀어막았고 남준 선배도 허탈하다는 듯 웃으며 머리를 조금 쓸어 넘겼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인상을 찌푸렸다. 머리를 쓸어 넘기던 선배가 김태형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와. 세상 진짜 좁네.”

“진짜 그 형이에요? 그, 나 민원 받아준?”

“그 사람이구나. 미친 새, 아니 민원인. 그때 그 사람 잘렸어요?”

“네. 잘렸죠. 덕분이에요. 와. 형 진짜 반가워요. 형이랑은 술 한 잔 꼭 해보고 싶었는데.”

 

 

아까 선배를 대할 때와는 다르게 발랄하고 반가운 목소리였다. 평생 안 놓을 것처럼 품어두던 나를 떼어낸 김태형은 선배에게 다가가서 먼저 악수를 청했다. 남준 선배도 거리낌 없이 웃으며 김태형의 손을 맞잡았다. 커다란 손 두 개가 꽤 단단히 붙들렸다.

 

그러니까 설마, 저 두 사람. 나 예전에 알바 했을 때 지점장 잘렸던 거랑 관련 있는 사람들인 거야? 그, 민윤기를 쫓겨나게 한 사람들? 남준 선배 말마따나 세상 진짜 좁네. 저 두 사람이 반가울 만하네.

 

 

“처음부터 이렇게 만났으면 우리 사이가 조금은 달랐을 뻔했네요. 나도 반가워요. 다시 인사하죠. 김남준입니다.”

“김태형이요! 형. 술 드시러 갈래요?”

 

 

철천지원수에서 느닷없이 한민족 공동체가 된 두 사람은 허허 하고 웃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정문을 향해 걸었다. 많이 갑작스러웠지만 어쨌든 결말이 행복하게 났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근데 쟤들 나는 안 보이나 봐.

 

 

“저기요? 나 좀 데려가지! 둘 다 키 크다고 유세해? 나도 가자고!”

 

긴 다리로 멀리도 갔던 두 사람이 급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서 연행당하는 듯 끌려가고 있었다. 왠지 두 사람을 불러 세운 게 후회됐다. 그냥 둘이 가게 내버려 둘걸. 이게 웬 땅에 달라붙은 모양새냐고. 존섹 게이의 멋짐이 다 죽네, 그냥.

 

 

 

 

+) 김남준 선배님

 

 

여자를 만났던 건 언제나 그래왔기 때문이다. 당연했다. 딱히 어떤 자각이 없으면 이 나라에서 태어난 다수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성과 교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나는 사람 있어?’ 따위의 질문이 아니라 꼭 ‘남친 있어?’ 혹은 ‘여친 있어?’하고 성별을 확정지어 묻는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이성을 사귀어야 했다. 이성이 아닌 성별을 사귀면 누군가와 교제를 하고 있어도 질문에 긍정할 수가 없으니까.

 

지민이는 처음엔 그저 귀여운 후배 정도였다. 신입생 환영회 때 긴장을 많이 했는지 말도 없고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그래서 과대 된 도리로 먼저 다가가 말을 붙여주고 이것저것 챙겨줬었다. 그랬더니 금방 경계를 풀고 생글생글 웃는데 요놈 참 귀엽다, 싶었다. 그 정도였다. 처음에만.

 

이상하게 더 신경 쓰이긴 했다. 좀 더 챙겨주고 싶고, 괜히 둘이서만 같이 밥 먹고 싶고, 괜히 학교 밖에서 만나고 싶고. 그저 바로 밑 학번 후배였고, 처음 친해진 후배라 이러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알고 있었다. 내가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다는 걸. 그건 지민이가 깨우쳐준 거나 다름없었다.

 

 

“아깝다. 좀만 더 용기 있었으면. 그냥 선배한테 고백해 보는 건데.”

“어?”

“선배 좋아했거든요. 잘생기고, 멋있고, 든든하고.”

 

 

나에게 커밍아웃을 끝낸 지민이가 이제야 하는 말에 후회가 밀려왔다. 그때 나에게 여자친구가 없었더라면 지민이와 지금은 조금 다른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점령했다.

 

그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좋은 사람에 속했다. 입학하자마자 엠티 때 내가 좀 챙겨줬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친구와 나 사이에 이상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 분위기가 주는 압박에 휩쓸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사귀고 있었다. 서로에게 맞춰주고 배려해주다보니 자연스럽게 꽤 오래 만났다. 이유 없이 사귀었지만, 이유 없이 헤어지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지민이에게 더 다가가지 못했다. 용기가 없기도 했다.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지민이에게 고백했는데 만일 지민이가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날 혐오하게 된다면. 두려웠다. 지금 보니 참 가치 없는 고민이었지만, 그때의 난 꽤 심각했다.

 

 

내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날 좋아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니 날 향한 지민이의 마음은 이미 떠도 한참 뜬 거 같았다. 씁쓸했다. 제대하고 나서 지민이와 함께 술을 마시던 날이 떠올랐다.

 

 

 

 

“우리 태형이…. 태형이 진짜.”

“태형이? 여자친구 이름이 태형이야?”

“남자친구요. 제 남자친구우.”

“남자, 친구?”

“네! 남자친구! 내 남자친구! 김태형! 남자 중의 남자! 키도 크지, 눈도 크지, 코도, 입도, 거시기도. 다 커! 다아!”

 

 

꾸벅꾸벅 졸던 지민이가 거의 다 감긴 눈으로 웅얼거리다 고개를 번쩍 드는 탓에 깜짝 놀랐다. 이 술집에서 자꾸 공개 커밍아웃을 하려드는 탓에 앞으로 쭉 나온 입술을 틀어막았다. 한 번 만져보고 싶다는 변태 같은 생각은 줄곧 해왔지만 이런 식으로 만지게 될 줄은 몰랐다. 틀어 막힌 입으로 뭐라고 웅얼웅얼 말도 많은 탓에 손바닥에 자꾸 말랑거리는 게 닿았다. 말랑거리고, 촉촉하고. 그 감촉에 손바닥도, 손가락도, 팔꿈치와 등줄기까지 움찔거렸다.

 

웅웅대며 뭐라고 한탄을 하던 지민이는 조금씩 잠잠해지더니 다시 테이블 위에 머리를 박으려 들었다. 그 머리통을 잘 잡아서 조심스럽게 뉘여 놓고 가만히 바라봤다.

 

 

“남자 좋아했구나.”

 

 

한탄과도 같은 말이 나왔다. 잔에 술을 채우고 털어 넣었다. 뒷맛이 씁쓸한 게 내 마음인가 싶었다. 워낙 밝고 발랄했던 지민이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보여지는 성격과 다르게 사람과 깊게 친해지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민이가 늘 ‘선배!’하고 날 따라다녔어도 이상하게 거리를 느껴야 했다.

 

그제야 알았다. 그동안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지민이는 숱한 상처를 받았을 거였다. 그 경험들은 어떤 가치관을 만들어냈고, 결국 지민이가 자신의 선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단단한 벽을 치게 만들었을 거다. 그 예전의 나에게 조금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그 벽을 허물 생각을 해봤을 텐데.

 

 

 

 

씁쓸한 그날의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때처럼 앞에 놓인 잔을 들었다. 잔을 집어 드는 날 보더니 지민이도 잽싸게 자기 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예쁘게 웃고 ‘짠’ 하고 말하며 잔을 부딪혀왔다. 입에 털어 넣은 술이 전보다 쓰지 않았다. 예전과 다르게 쓰지 않은 술 덕인지, 전에 없던 용기도 조금 생겼다.

 

 

“지금은? 나 안 멋있냐?”

“에? 아, 선배 뭘 그런 걸 물어요.”

“왜. 궁금하잖아. 지금은 어떤데. 별로야? 좀 맛이 간 거 같아?”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선배 지금도 엄청 멋있어요. 제대하고 온 거 보고 다시 반할 뻔했다니까요.”

 

 

여전히 발랄한 미소를 매달고 내 잔을 채워주는 지민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술병을 넘겨받으려 했는데 지민이가 내 손을 제지하며 자기 잔을 채웠다. 내가 기억하는 지민이는 한참 어린 애였는데. 어느새 혼자 술을 따르는 폼도 자연스러운, 꽤나 어른이 되어 있었다.

 

지민이는 자기 잔을 들었고 나도 내 잔을 들었다. 맑은 소리를 내며 맞부딪히는 잔에 머리가 다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래. 지금 당장 어쩔 수 없으면 뭐 어때. 기회가 당장 이 순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 언젠가를 노려보기로 했다. 지민이가 나를 멋있게 봐준다면, 언제라도.

 

 

 

***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졸업공연 준비를 하러 학교에 온 김태형이랑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근데 공연 준비가 늦어지는지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카톡과 함께 김태형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냥 서 있기에는 다리도 저리고 뻘쭘해서 정문 앞에 가있겠다는 카톡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한숨은 좀처럼 멎을 줄 몰랐다.

 

 

“형!”

“엄마야. 놀래라. 정국아.”

“뭐예요. 무슨 생각하길래 그렇게 놀라요.”

“어?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그 형이랑 또 싸웠어요?”

 

 

내 어깨를 붙잡으며 갑자기 나타난 정국이에게 웃어주면서 고개를 저었다. 김태형과는 한창 사랑싸움을 한 뒤로 다시 괜찮아졌다. 우리 사이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못한 키스도, 섹스도 신명나게 해댔고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근데 표정이 왜 그래요. 그 얼굴은 무슨 일 있는 사람인데.”

“그냥.”

“그냥이면 말 해주면 안 돼요? 생각보다 털어놓고 나면 맘 편해지는 문제들이 많거든요.”

 

 

땅을 쳐다보며 숨을 폭 쉬다가 정국이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가만히 바라보니 정국이도 참 많이 자라있었다. 고등학생 때랑 변한 게 없다고 느꼈는데 생김새며, 골격이며 여러 가지로 앳된 티를 많이 벗어났다. 지금 보니 외적인 거뿐만 아니라 내적인 것까지 어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군대 때문에.”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웃으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어디든 털어놓고 싶은 얘기긴 했다. 남준 선배한테 물어볼까 했지만 정국이의 영입으로 바빠진 동아리 활동 탓에 선배를 잘 만날 수가 없었다. 이 고민 상담에 굉장히 적격인 사람이었지만, 바쁜 사람을 괜히 귀찮게 하기 싫었다. 그런 와중에 때마침 정국이가 곁에 있었다. 내 말에 정국이가 날 빤히 바라봤다.

 

 

“형 군대 가요?”

“가야지. 이제. 이 이상 미루는 것도 싫고. 미리 갔다 올걸 그랬나.”

“왜요. 그 형이 안 기다려줄 거 같아서 그래요? 고무신 거꾸로 신을까 봐?”

“어?”

 

 

정국이의 뜬금없는 소리에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고무신 거꾸로 신는 김태형이라. 여러 가지로 웃긴 얘기였다. 내가 웃으니 정국이도 슬쩍 따라 웃었다. 정국이는 늘 그랬다.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곤 했다.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하네. 좀 무섭기도 하고.”

“뭐가 무서워요?”

“잘 모르겠어. 많은 게. 군대 갔다 오면 이 년이 훅 지나가잖아. 그것도 무섭고. 군대 가서 벌어질 일들도 왠지 모르게 무섭고.”

 

 

어린 생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두려운 건 두려운 거였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게 많을 나인데 군대 때문에 많은 게 미뤄지고 늦어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미루던 군대에 갈 마음을 먹고 나니 자꾸 군대에 관련한 안 좋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본 이야기들이 떠올라서 다시 한숨이 나왔다.

 

 

“그럼 나랑 같이 가요. 군대.”

“어?”

“동반입대 해요. 요새는 동기 생활관이라고 해서 생활관에 선임도 없대요. 다들 많아야 입대가 한 달 차이밖에 안 나고 그런대요. 나랑 같이 가요. 군대. 계속 붙어있어요.”

 

 

정국이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동반입대라니. 꽤 무겁게 나를 짓누르던 고민들이 이상하게 가볍게 뜨는 기분이었다.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정국이의 표정이 진지해서 더 웃겼다. 날 가만히 보던 정국이가 내 머리 위에 손을 얹더니 살살 쓰다듬었다.

 

 

“걱정 말아요. 동반입대 하고! 같이 군대 가서 힘든 거 함께 이겨내고 그럽시다!”

“정국이 너 진짜.”

 

 

머리를 쓰다듬는 정국이를 바라보며 그저 웃어버렸다. 정국이도 날 쳐다보며 예쁘게 웃었다. 뭐, 동반입대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정국이도 그렇고, 김태형도 그렇고. 이 나라의 남자로 태어났으면 어떻게든 가야 하는 거였으니까. 왠지 가벼워진 마음으로 정국이를 보며 편히 웃었다.

 

 

 

“야! 전정국! 내 남자한테서 손 떼라.”

“싫은데요.”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김태형이 씩씩대며 나와 정국이 쪽으로 걸어왔다. 우리 둘 다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머리를 쓰다듬던 정국이의 손은 내 머리통 위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김태형은 그 손을 떼려고 정국이의 손목을 붙잡았고 정국이는 자기 손에 힘을 줬다. 머리가 무거웠다. 개새끼들. 안 그래도 키 작은데 나를 아예 땅에 심으려고 하는구나.

 

 

“야.”

 

 

지들끼리 신경전을 하느라 내 뒷머리를 지지대삼아 힘을 받쳤고 힘겨루기를 하던 손은 힘을 이기지 못하고 내 얼굴로 내려왔다. 그러면서 너의 손을 몸통에서 떼겠느니, 다른 데다 붙여주겠다느니 소리를 하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근데 얘들아 제발 부탁인데 작고 앙증맞고 수줍은 내 코는 그만 좀 눌러줄래? 이 코 뚱땡이들아.

 

 

“지민이 얼굴 눌린 거 안 보여요?”

“네가 누른 거잖아. 안 보이냐? 이 작은 얼굴에 넙적한 손바닥 대고 있는 건 너잖아.”

“그쪽이 괜히 시비만 걸지 않았어도 안 이랬죠.”

“그쪼옥? 허, 야.”

“그리고 이제 취업하실 때 아니신가? 이렇게 한가하셔도 돼요?”

“오. 정정극. 그겅 종 쎄따.”

 

 

코가 눌린 탓에 맹맹한 소리가 났지만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말했다. 기꺼이 손을 들어 올려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이제 곧 졸업을 앞둔 김태형의 최고 스트레스는 취업이었다. 중요한 건 남들과 비슷한 이유로 취업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었다. 어디에 취업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왜? 내가 어디 취직할지 모르니까. 이 스토커 새끼.

 

눈앞이 가려진 탓에 김태형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전정국의 멘트에 열이 받았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콧김이 내 귓구멍에 잔뜩 들어왔거든. 이왕 숨을 불어넣을 거라면 입김으로 하지 콧김이 뭐냐, 콧김이.

 

 

“좀 쉬다 할 거거든? 지민이 졸업하면 그때!”

“에? 뭐야. 너 진짜 나랑 같은 데 취직하려고 그러고 있는 거야?”

 

 

예상은 했지만 진짜였을 줄 몰랐던 김태형의 미래설계가 공개되어버리자 당황하고 말았다. 얼굴에 닿아있던 커다란 손 두 개를 한꺼번에 끌어 내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김태형을 쳐다봤다. 정국이와 눈싸움을 하며 으르렁거리던 사나운 눈이 날 내려다보면서 온순하게 바뀌었다.

 

세상만세 때형이는 찜니바께 멀라염. 하는 눈빛을 하고 그 두꺼운 입술을 앞으로 쭉 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야, 왜 저래.

 

 

“웅. 맞는뎅.”

“왜? 너랑 나는 학과도 심각하게 다른데.”

“때형이는 나의 찌민이랑 헤어지기 싫엉!”

 

 

크다란 어깨가 좌우로 빙빙 흔들렸다. 아무래도 시원한 바람이라도 불게해 줄 모양이었다.

 

 

“변태 스토커가 따로 없네. 정신건강의학과에 상담이라도 받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지민이 앞에서 험한 말 나오게 하지 마라.”

 

 

귀염둥이 때형이 모멘트도 잠시였다. 다시 정국이 쪽에서 날아든 한 방에 김태형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나도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국이를 쳐다봤다. 내 시선이 닿자 한쪽 눈썹을 까딱대며 불량하게 떠져있던 정국이의 눈이 똥그랗게 변하면서 순하디 순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그 눈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와. 시발. 양쪽에서 존나 잘생긴 애들이 나 내려다보면서 위협함. 이거 경찰에 신고 가능한가. 집단 구타당하는 중인데. 경찰 아조씨 얘들이 저 폭행해요. 심장 폭행이요. 타격도 엄청 센데 방어가 불가능해요. 잘생긴 얼굴은 무엇으로 방어해야 하나요.

 

 

“형. 이런 변태 스토커 말고 나 만나요. 그냥.”

“야! 전정국!”

“저기는 장르가 스릴런데 저는 순정 멜로 쪽이라. 내가 좀 더 낫지 않아요?”

“안 나아! 지민이 스릴러 좋, 아는 안 하지만! 지민이는 날 사랑하거든!”

“지민이 형. 저도 형 사랑해요.”

“전정구욱!”

 

 

고개를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재밌는 싸움 구경을 하다 보니 언젠가는 테크노를 통달하고 말 것 같았다. 어질한 기분에 귀를 틀어막고 두 사람 사이에서 빠져나와 걸었다. 내 뒤에 있던 두 사람은 마치 배우 박성웅 씨 팬클럽인 것마냥 웅성웅성대며 날 쫓아왔다.

 

 

“찜나. 내가 더 사랑해! 내가 너를 더 오래 사랑했어!”

“형. 저는 누구처럼 집착이나 속박은 안 해요. 형에게 자유를 드릴게요. 절 다시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헤어져놓고 여태 이러는 게 집착이거든? 그리고 지민이 너 안 사랑해! 아니라고 했잖아!”

“지민이 형이 아니라고 한 적은 없잖아요.”

 

 

귀를 더 꽉 틀어막았다.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쟤들을 따돌릴 수는 없었다. 잰걸음으로 내달려도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다가온 애들이 옆에서 쨍알쨍알 떠들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이 줄곧 이럴 거 같았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도 결국 쟤들 틈에서 테크노나 추고 있는 뭐 그런 거.

 

 

“찌민아! 사랑해!”

“지민이 형! 사랑해요!”

 

 

우리의 역사가 끝나기엔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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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민의 역사>가 끝이 났습니다. 늘 그랬듯 투닥거리며 끝났네요.

<지민의 역사>의 시작이 핫했던 그런 거(..)라서 결말도 그래볼까 했지만

말았습니다. 저는 그런 거(..)엔 딱히 재능이 없는 거 같아요.



1년 넘게 함께 한 <지민의 역사>가 끝나니 시원섭섭하네요.

어거지로 붙드는 것보다는 끝내는 게 이 글에게도 더 나은 선택인 거 같아서

완결을 택했습니다.



<지민의 역사>로 뷔민/뷔민국에 입덕해주신 분들도 꽤 있었어요.

방명록이나 댓글로 그런 이야기를 남겨주실 때마다 괜히 기쁘고 반갑고 그랬답니다.

첫 시리즈였고, 제대로 연재를 택한 첫 글이라 미숙한 것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귀엽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지민의 역사> 덕분의 '새벽의덕후의 역사'도 생겨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의 역사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여러분들의 삶도 하이라이트만 모아서 보면 그 무엇보다도 재밌고 슬프고 아름다운 역사일 거예요. 전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살고 만들어내는 역사 속에서 <지민의 역사>라는 글이 재미있는 기억으로 아련하게 남았으면 좋겠어요. 제목도, 작가도, 제대로 된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그런 게 있었지'하는 아련함만 남았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거 같아요.



그동안 <지민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지민의 역사>와 관련한 기억으로 오래오래 행복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