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뷔민] 지민의 역사

 

 

W.새벽의덕후

 

 

 

<Ep. 너와 나의 현대사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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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발 개새끼가.”

 

 

핸드폰 알람이 미친 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이젠 이 알람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기세였다. 김태형은 자기가 말한 걸 잘 지키긴 했다. 매일같이 내 사진을 올린다던 그 약속은 정말 바로 그다음 날부터 지켰다. 다만 하루에 한두 번 정도를 생각했던 나와 달리 김태형은 변태 스토커다운 양으로 게시글을 업로드해댔다.

 

 

zzimnaS2tea @king_zimin 지민이랑 점심 먹었다!♥ #우리 #지민이랑 #맛있는 #점심 #럽스타 #예쁜커플 #커플 #커플점심 #태찜커플 #태찜스타그램

 

zzimnaS2tea @king_zimin 다들 조용! 우리 지민이 숙면 중♥ #우리 #지민이는 #자는것도 #완전예쁨 #내사랑 #언제부터이렇게예뻤나 #그건 #바로 #태어날때부터 #내가앎 #인증가능 #예쁜커플 #커플 #태찜커플 #태찜스타그램

 

zzimnaS2tea @king_zimin 이건 지민이 보고 싶어서 터는 옛날 사진♥ #우리 #지민이 #10살때도 #나보다 작음 #ㅋㅋㅋ #언제클래 #과거사진 #과사 #사랑해 #럽스타그램 #태찜커플 #태찜스타그램

 

 

진짜. 진짜 뻥 안 치고 김태형을 죽이고 싶었다. 게다가 사진마다 일일이 나를 태그해대는 탓에 알람이 미친 듯이 울렸다. 알람을 꺼두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김태형은

 

‘찜나. 이제 내가 귀찮아? 귀찮구나…. 그런 거였어….’

 

하고 불쌍한 척을 해대는 탓에 알람을 끄지도 못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김태형은 인스타 병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안타까웠다. 밥을 먹을 때도 꼭 사진을 찍어야 했고, 그냥 숨을 쉬는 순간에도 사진을 찍어서 올려야 했다. 같이 찍은 게 없으면 예전에 찍어 놓은 걸 풀었다. 아니 내가 아이돌도 아닌데 대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졸업사진은 왜 터는 거냐고. 그 사진 때문에 동기들한테 받은 놀림만 오조 육십억 정도는 됐다. -인스타 팔로워는 내 성 지향성을 아는 동기들과만 해서 럽스타그램은 상관없었다-

 

인스타 스타에서 인스타 병자로 진화해버린 안타까운 김태형은 얼굴에 다크써클까지 매달고 다녔다. 눈을 뜨면서 인스타를 했고, 자기 전까지 인스타를 했다. 왠지 자면서도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는 게 꿈에서도 하는 거 같았다. 웃긴 건, 김태형이 인스타 병자가 되면서 팔로워는 더 늘었다는 거다. 아예 저 ‘#태찜커플’과 ‘#태찜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가 유명해지면서 인스타 게이 커플로 은근하게 뜨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건 나만을 향한 관심이었지 내 성향에 대한 관심은 아니었다. 존나 조용한 게이 라이프를 원했는데. 그건 김태형 때문에 다 텄다.

 

뭐 아무튼 김태형은 인스타 병자이긴 했지만 댓글이나 하트 수에는 별로 관심 같지 않았다. 그런 줄 알았다. 근데 전에 한 번 어떤 사람이 [어 이분 전스타그램에서 봤는데]하고 댓글을 달았다가 순식간에 차단을 당했다. -전스타그램은 인스타스타 전정국의 인스타를 말한다. 존나 별명도 있음. 부럽다.- 김태형은 그 어떤 반응에도 관대했지만 전정국과 관련된 것만큼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래놓고 막상 전정국 계정은 차단하지 않았다. 전정국은 무조건 자기 인스타를 꼭 봐야만 한다고 했다.

 

김태형이 인스타 병자가 된 이후로 우리는 화해는커녕, 다시 개처럼 싸워대고 있었다. 오늘도. 인스타 때문에 미친놈들처럼 싸웠다.

 

 

 

“아! 망했어!”

“뭐. 뭔데. 뭐가!”

“지민아.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사진을 찍지도 않았는데 음식에 손을 대?”

“야.”

“이거 봐. 데코 다 망가졌잖아. 이거는 어떻게 살릴 수도 없어. 카메라 각도로도 못 숨긴다고 이건.”

 

 

시발 서러워서 살겠나. 아니 허니브레드에 있는 휘핑크림이 좀 뭉개질 수도 있지. 그거 좀 건드렸다고 남친을 있는 대로 잡냐, 잡기를. 나는 그저 눈앞의 허니브레드가 먹고 싶었을 뿐이고, 그래서 포크를 가져다 댄 것뿐이었는데. 올려진 휘핑크림이 전부 망가졌다며 김태형은 진짜 엄청 삐졌다. 인스타에 올릴 사진이 사라졌다며 눈물이라도 흘릴 기세였고, 나랑은 말도 제대로 섞지 않았다.

 

와, 허니브레드 때문에 삐진 남친 달래려고 기를 쓰고 애를 쓰고 용을 썼는데 아무리 해도 안 됐다. 하루 종일 어르고 달래도 달래지지가 않았다. 계속 ‘휘핑크림 그거 하나 못 참고 진짜 너무 하네’따위를 지껄이는 김태형을 가만히 보다가 결국 결심했다. 입을 대빨 내밀고 중얼중얼 툴툴대는 인스타 병자 새끼를 끌고 모텔로 향했다.

 

 

“여긴 왜.”

“너 여기 딱 기다리고 있어.”

 

 

김태형을 모텔에 앉혀두고 곧장 꽤 큰 마트로 가서 휘핑크림 하나를 집어 들었다. 휘핑크림 하나 사려고 마트에 간 거였는데, 그 길 내내 핸드폰이 징징 울려댔다. 슬쩍 확인하니 김태형이 좆같은 감성 인스타를 올려대고 있는 거 같았다. 인스타 병 중에서 가장 무섭다는 감성병에 걸려버린 김태형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재빠르게 휘핑크림을 사서 곧장 모텔로 돌아갔다. 김태형은 모텔 침대에 기대앉아 허망한 표정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들기고 있었다.

 

한심한 감성병자 새끼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일단 화장실로 향했다. 분노의 샤워를 끝내고 대충 몸을 말리고 나왔다. 모텔 가운도 입지도 않고 맨몸으로 대뜸 나온 나를 보며 김태형은 적잖이 당황한 눈빛을 했다. 나는 아주 당당하게 김태형을 향해 걸어갔고, 근처에 둔 휘핑크림을 꺼내서 존나 흔들었다. 그리고 그걸 그대로 몸에 뿌리기 시작했다.

 

 

“짐나. 뭐 해?”

“야. 니가 그렇게도 찾고 중얼거리던 그 휘핑크림이다.”

“어?”

 

 

눈에 보이는 곳 여기저기에 휘핑크림을 쭉쭉 짜서 뿌려놓고 가벼워진 통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김태형은 줄곧 들고 있던 핸드폰을 옆에 내려놨다.

 

 

“됐지. 이거 너 다 먹어라.”

“정말? 진짜? 진심이야?”

“어. 대신 기분 풀어라 진짜. 짜증 나니까. 쭝얼거리지도 말고.”

“…일단 먹어보고 생각할게.”

 

 

방금 전까지 기력 없던 새끼가 맞는지, 존나 박력 있게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난 김태형은 자기 윗옷을 훌러덩 벗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윗옷이야 휘핑크림을 먹다가 묻을 수도 있으니 벗는 건 이해하겠는데, 대체 왜 바지랑 팬티까지 벗으며 다가오는 거야? 김태형아?

 

 

“야, 야. 김태. 흣.”

“짐나. 너 진짜 달아.”

“미친, 야. 지금 뭐 하는. 거기 휘핑크림 안 묻혔거든?”

“아냐. 좀 묻어있어.”

 

 

아니 왜 좀 묻어있는 걸 먹냐고. 그렇게 종일 휘핑크림, 휘핑크림 했으면 많이 묻은 걸 먹지. 김태형은 대뜸 내 목부터 핥기 시작했다. 내가 목엔 묻힌 적이 없는데 뭐가 묻어있다는 거야. 그렇게 목부터 핥던 김태형은 입을 내 몸에 그대로 올려두고 천천히 입술을 움직였다. 옮겨간 입술은 어깨에 닿았고 곧 김태형이 이를 세워 어깨를 물기 시작했다. 원래 휘핑크림을 이로 먹나요? 하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내버려 뒀다. 그래, 어떻게 처먹든 네 맘대로 다 처먹어라.

 

애초에 이걸 계획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묘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진짜 좀, 그랬다. 김태형은 내 몸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혀를 쓰면서 나를 한 곳으로 밀기 시작했다. 그 기운찬 움직임에 그대로 뒷걸음질 쳤고, 곧 침대 위로 쓰러졌다.

 

 

“야, 야. 이거 이불에 묻, 흐읏. 너…. 이씨. 자꾸 이 세울 거야?”

“쉿. 음식은 말하는 거 아니야.”

“지랄하네. 진짜. 야, 너, 아응…. 읏, 진짜. 짜증 나.”

 

 

어깨 위의 휘핑크림을 처리한 김태형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가슴과 배에 잔뜩 뿌려놓은 휘핑크림을 먹기 시작했다. 얘가 평소에도 혀를 잘 쓰고, 온몸을 존나 잘 빨아주긴 했는데 이건 또 느낌이 달랐다. 몸에 혀가 달라붙고, 달라붙은 혀가 끈적하게 살결을 훑어 올리는데 그때마다 허리가 뒤틀렸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김태형은 내 어깨를 강하게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켰다.

 

 

“지민아. 이불에 묻어.”

“시발 그럼 좀, 얌전히. 야, 야! 김태형! 아흣, 샹. 진짜! 거기다 안 묻, 혔다고!”

 

 

저기 태형아. 내 말이 들리지 않니?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니? 이 새끼는 몸을 섞을 때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걸 모르고 떡칠 때마다 이렇게 귀 닫고 지하고 싶은 대로 한다. 물론 김태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존나 좋다. 지금처럼.

 

이 새끼는 내가 묻힌 적도 없는, 내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부위에 혀를 가져다 댔다. 이미 김태형의 농염하고 달콤한 혀 놀림으로 열이 잔뜩 오른 그 부위를 손으로 살살 쓸더니 곧장 삼켜버렸다. 내가 시발 휘핑크림을 처먹으랬지, 그걸 먹으랬냐고.

 

 

“태형아, 좀…. 좀 할 거면 살살해. 읏, 야. 이 좀….”

 

 

이거 봐. 내 말에 또 대꾸 없지. 김태형 덕에 내 거시기가 태형이 입속 대탐험을 신나게 하고 있었다. 아, 돌겠다. 진짜. 김태형이 뿌리부터 천천히 핥아 올리다가 끝을 입술로 감아버리는데, 혀의 뜨거운 기운이 그대로 잔상처럼 남았고, 끝을 감아오는 두툼한 입술의 끈적이는 감촉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입술로 감았다 뗄 때마다 들리는 질척거리는 소리가 몸에 피를 끓게 했다.

 

입속 대탐험 시간이 끝났나 싶었더니, 이젠 허벅지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시발 거기다가도 휘핑크림 묻힌 적 없는데. 김태형 존나 먹으라는 건 안 먹고 다른 것만 알차게 처먹는 중.

 

 

“짐나.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생각을 다 했어?”

“…존나 내 거 물고 그렇게, 얘기하지 마. 개새끼야. 흐응, 존나, 시발….”

“자기. 욕이랑 콧소리랑 너무 잘 어울려.”

“흐읏, 잠깐, 잠깐만. 태형아. 아…. 아읏.”

 

 

마치 내가 처음에 휘핑크림을 신나게 쉐킷했던 것마냥 김태형은 내 걸 손에 쥐고 빠르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배에 묻어있던, 이젠 거의 사라진 휘핑크림을 찾아 열심히 입을 움직였다. 이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시발. 존나 다 하네. 다 해. 그래 김태형 너 하고 싶은 거 잔뜩 해라. 시발. 졸라 좋으니까. 결국 김태형의 완벽한 혀 놀림과 손놀림에 내 몸이 요동쳤고,

 

 

“하아…. 하, 진짜. 너.”

“우리 지민이 엄청 달콤하네.”

“별걸 다 처먹어…. 존나. 김태형 새끼.”

“짐나. 너 사정하고 욕할 때 제일 섹시한 거 알아?”

“…모를 리가.”

 

 

뻔뻔하게 말해놓고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옆으로 트는데 김태형이 곧장 내 얼굴을 붙잡아 그대로 입을 맞춰왔다. 휘핑크림을 잔뜩 처먹은 입술은 진짜 달았다. 숨을 색색거리다가도 달콤한 게 와서 닿자마자 김태형의 목덜미를 감고 그대로 입술을 핥기 시작했다. 이래서 김태형이 아까 내 몸을 그렇게 핥아댔나. 달았다. 자꾸 먹고 싶고 맛보고 싶었다.

 

진득하게 서로의 달콤한 혀를 옭아매고 있는데 김태형의 손이 허리를 훑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렇게 은근하게 만져올 줄 몰라서 놀라 입술을 뗐는데, 곧장 뒷머리를 단단하게 잡아 미는 손길에 다시금 입이 맞닿았다. 좀 더 깊게 입을 맞춰오면서 김태형의 손은 내 둔부로 향했다. 그 커다란 손이 슬금슬금 내 엉덩이에 안착하더니, 이젠 손으로도 엉덩이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으읏, 야…. 너!”

“아까 다 먹으라고 한 건 너야.”

“뭐? 야, 야!”

 

 

엉덩이골 안까지 손을 깊이 밀어 넣은 김태형은 그대로 나를 뒤집었고, 크림이 묻지도 않은 등줄기를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뭐, 이 새끼는 아주 야무지게 날 처먹었지. 뼈까지 발라낼 기세였다. 그렇게 달콤하고 정신없고, 뭐가 먹히고 뭐를 먹는지 모를 한바탕이 끝나고 나는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꽤 오랜만에 한 거라 기운이 쭉 빠졌다. 게다가 뭐에 꼴렸는지 -물론 존나 꼴릴 만한 상황이었다는 걸 안다. 존섹 박지민의 휘핑크림 이벤트라니.- 기운 센 천하장사가 된 김태형은 수차례나 다시 주니어를 세웠다.

 

휘핑크림 맛 잠을 푹 자고 나서 꽤 개운하게 깼다. 몸은 뻐근했지만 기분이 썩 괜찮았다. 근데 자꾸 근처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졸음이 붙어있는 눈으로 핸드폰을 찾아 헤맸고, 겨우 손에 쥔 핸드폰을 들어 알람을 확인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욕을 뱉을 수밖에 없었다.

 

 

“시발! 이 김태형! 존나 몰카충 새끼!”

 

 

zzimnaS2tea @king_zimin 달아♥ #우리 #지민이는 #휘핑크림을 #닮은듯 #달달 #사랑해 #허니브레드 #깜짝이벤트 #사랑둥이 #럽스타그램 #태찜커플 #태찜스타그램

 

 

이 시발새끼가 모텔에서 상반신 누드로 엎어져 자고 있는 내 사진을 찍어다 인스타에 올렸다. 물론 내가 옆으로 웅크리고 자고 있었고 이불도 어깨까지 덮여있어서 얼핏 보면 누드인지 아닌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암튼 나 자는 새에 내 사진을 찍어다 올린 거다.

 

 

“이 미친! 변태새끼! 이걸 올려? 이걸? 어? 뭐? 깜짝이벤트? 휘핑크림을 닮아?”

“억, 지민아. 그게 아니, 자고 있는 네가 너무 예뻐서. 지민아. 잠시만, 잠깐만.”

 

 

누워서 잘 자고 있는 김태형 위에 올라타 멱살을 잡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베개로 미친 것처럼 팼다. 그 격렬한 움직임에 잠에서 깬 김태형은 대뜸 변명을 해댔다. 기껏 화해의 섹스를 해놓고, 모텔에서 다시 싸웠다. 내가 진짜 기를 쓰고 용을 쓰고 애를 써도 안 되는 걸 좆을 써서 겨우겨우 달래고 화해했는데. 그 화해의 섹스는 별 의미 없이 그저 달콤하게만 남았다. 나는 김태형을 남겨두고 먼저 모텔에서 빠져나왔다.

 

김태형 진짜. 그래, 애초에 인스타를 시작한 내 잘못이지. 내 탓이 크지. 열이 잔뜩 오른 머리를 식히려 아무 카페에나 들어갔고, 아이스 음료를 시켜 쭉쭉 빨며 화를 식혔다. 그러고 있는데 또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행여 인스타 알람일까 지레 겁을 먹었지만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정국이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형 싸웠어요?]

 

 

[?]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 형이 인스타에 뭐 올렸던데.]

[좀 자제시켜요]

[혹시 그 형]

[사춘기 지금 겪는 중?]

[그런 거면 헤어지고 나한테 와요.]

[저 사춘기 다 지나감 ㅇㅇ]

 

 

정국이의 카톡에 마치 빨아먹던 아이스 음료가 등줄기로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친, 뭐야. 아이스 음료가 흐르는 느낌을 상상했는데 왜 그게 김태형의 혀로 이어지는 거지. 아까 김태형이 죽 훑던 그 느낌이 되살아나서 조금 갑작스럽네.

 

괜히 몸을 부르르 떨고 난 후에 불길한 마음으로 인스타를 켰다. 그리고 거기엔 존나 아련한 김태형의 감성 눈물 셀카 몇 장이 올라와 있었다. 다음과 같은, 좆같은 감성 문구와 함께.

 

 

zzimnaS2tea 아마 이런 게 #아픔 인가 봐 #벌써 #그리워 #감성스타그램 #이별은안돼 #돌아와 #오늘 #태찜스타그램 은 #쉬어요

 

zzimnaS2tea 너는 언제 올까. 나는 널 하염없이 #기다림 #언제나 #이자리에 #있을거야 #보고싶어 #너만을 #사랑해 #태태가 #너에게

 

 

“…하. 진짜.”

 

 

나는 김태형이 이런 애인 줄 몰랐다. 이 정도면 시위를 하는 게 분명했다. 진짜 인스타 괜히 시켰어. 맨날 맨날 인스타에 내 사진을 올리고, 럽스타로 만들겠다던 김태형의 다짐을 허락하면 안 되는 거였다.

 

중요한 건, 이 와중에도 저 좆같은 감성 인스타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겨대는 새끼들이 넘쳐났다는 거다. [무슨 있어요?ㅠㅠ] [찜씨랑 싸웠어요? 어떡해. 얼른 화해하길 바라요. 토닥토닥.] [헉. 태님 아프지 말아요ㅠㅠ 태님 아프면 내 마음 찢어짐ㅠㅠ 찜님 얼른 태님에게 가라ㅠㅠㅠ]

 

 

그리고 그 댓글들 틈으로 김태형이 답글을 달았다.

 

 

zzimnaS2tea 지민이는 돌아올 거예요. 전 지민이를 믿으니까요. 괜찮아요. 이런 게 다 #사랑의아픔 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거죠.

zzimnaS2tea 그렇지만 조금 #아프네요...

 

 

 

“아, 나 진짜. 김태형 이 새끼를 어떡하지.”

 

 

손에 들린 테이크아웃 잔 뚜껑을 열어서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입으로 얼음이 밀려 들어왔고, 그것들을 빠득빠득 씹었다. 허, 언제나 이 자리에 있을 거라고? 모텔에? 거기 숙박 아니고 대실로 끊은 건데? 평생 거기 있을 거라고? 지랄 똥을 싸서 처먹네 진짜.

 

갑자기 훅 뻗친 열에 잔을 테이블 위에 세게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잔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일으킨 몸을 그대로 움직여 다시 모텔로 향했다. 아직 퇴실 시간까지는 조금 남아 있었다.

 

 

 

*

“야! 김태.”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 뭘 따지려고 했는데 입이 막혔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언제부터 문 앞에 있었는지 김태형이 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붙잡아 그대로 입을 맞췄다.

 

 

“야. 너 뭐야. 장난치냐?”

“와줄 줄 알았어.”

“니가 인스타에다 그 지랄을 해놓으니까 그렇지.”

“미안해. 나는 지민이 네가 그렇게 화날 줄 몰랐어. 진짜 미안.”

“…뭘 또 그렇게 되게 진지하고 사려 깊게 사과하고 난리야.”

 

 

뭐. 작년에 대판 싸우고 달라진 게 있다면 김태형이 금방금방 사과하는 버릇을 들였다는 거다. 그때 사과 한 번 늦게 했다가 진짜 얘랑 사이가 쫑 날 뻔했는데. 그때 많이 놀랐는지 그 뒤로는 사과도 곧잘 했다. 지금처럼. 김태형은 날 가만히 보다가 그대로 날 품에 넣었다.

 

 

“뭔데.”

“사과도 못 하고, 그냥 보내는 줄 알고.”

“그런 거면 쫓아 나와서 붙잡든가. 아니면 전화를 하든가. 왜 인스타에 그런 걸 올려.”

“…미안. 아직도 화났어?”

“몰라.”

 

 

사실 풀렸다. 좀 됐다. 김태형이 박력 있게 입을 맞춰오자마자 나는 남은 대실 시간을 계산했고, 이 새끼의 거시기를 쥐어도 되는지 아닌지를 빠르게 고민했다. 안타깝게도 한바탕 할 시간은 안 됐다. 아무튼 그 입맞춤에 가슴속에서 타오르던 분노의 불길은 불씨도 남기지 않고 전부 꺼진 지 오래였다.

 

 

“화 풀어줘. 응?”

“…잘해. 그렇게 관종처럼 굴지 말고.”

“알겠어. 그럴게 지민아.”

 

 

김태형이 그윽하게 날 쳐다봤고, 한 손으로 내 얼굴을 잡더니 그대로 입을 맞췄다. 아무래도 우리는 화해하려면 섹스를 하든, 키스를 하든 일단 몸에 어느 부분을 섞어야 하는 거 같았다.

 

 

그리고, 여전히 이 새끼랑은 인스타 때문에 싸워야 했다.

 

 

zzimnaS2tea @king_zimin 우리 이제 #화해 했어요 #화해의 #뽀뽀 #우리 #지민이 #입술이달아 #여전히달아 #다시맛본 #너의입술 #행복해 #이런게 #행복인가봐 #사랑해 #커플 #예쁜커플 #태찜커플 #태찜스타그램

 

 

 

“이 미친, 김태형 이 새끼 이거 언제 찍었어!”

 

 

인스타 병자를 치료하는 명의를 찾습니다. 증세가 심합니다. 제발 누가 저 좀, 아니 저 새끼 좀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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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민의 역사가 돌아왔습니다! 예에!

이게 얼마 만인가요.. 하하..죄송합니다ㅠㅠ 더 빨리 들고오고 싶었는데 겨를이 없어서..

사실 이 하(下)편이 좀 그렇고 그런 장면이 있어서 비밀글을 걸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렇게 뭐 엄청 야한 거 같지 않아서(...제 기준) 그냥 전체공개 해버렸서여~!


....비밀글을 달아야 할까요..? 그래야 한다고 생각되시면! 알려주세요! 

냉큼 달아놓겠습니다!



오랜만의 지민의 역사 낯설지 않게,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