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더] 트위터는 @Rather_0613 (舊 새벽의덕후)


안녕하세요. 새벽의덕후 입니다.


제 첫! 처엇! 장편이자, 연재물인 <길 위에서 전해지는>이 완결을 맞았네요.

우선 힘겨웠을 그 길을 함께 다녀주셨던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못했을 거 같아요.



사실 후기를 쓰는 것도 좀 웃긴 거 같긴 한데, 제 첫 완결작! 이라서 꼭 써보고 싶었습니다. ...사실은 원래 후기라는 거 꼭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히힣

(후기임에도 길어요...이놈의 분량늘리미...정말 심심할 때 보세요...)



우선, 알아채셨을까 모르겠지만 길,전의 각 장은 길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골목길, 에움길, 진창길, 두름길, 외곬길. 

각각 의미를 두어가며 장의 이름을 붙였는데 잘 와닿았는지 모르겠어요.


'제1장 골목'의 경우 인물의 등장과 주요 만남이 골목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골목'으로 지었답니다. 하마터면 '골목 어쩌고~'하는 제목이 나올 뻔하기도 했어요.


'제2장 에움'과 '제4장 두름'은 같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둘 다 '빙 둘러서 돌아오는' 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길전의 가장 긴 부분을 담당했던 두 장은 이름과 딱 맞는 역할을 수행해줬어요. 예 그렇습니다. 완전히 삽질의 도가니였죠. 이 글의 제목을 '삽질 고전물'이라고 해도 될 뻔했어요. 각 인물들의 삽질로 괴로우셨을 분들께 이자리를 통해 사과의 말씀드립니다. 죄송해요...저도 많이 괴로웠답니다...빨리 이어져라...이어져라..그치만 아직 안 돼...이러면서 이중인격인 듯 굴었답니다.


'제3장 진창'은 다른 의미로 감정소모가 컸던 부분이에요. '땅이 질어서 질퍽질퍽한 곳'이라는 뜻을 가진 진창은 그만큼 힘들었던 사건을 몰아넣은 부분이었어요. 아마 그래서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도 고통스러우셨을 거 같아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딱 이 부분의 내용을 처음에 떠올리면서 시작했던 글이라 저에겐 참 의미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힘겨운 부분까지 읽어주시고 제 글을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5장 외곬' 은 길,전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고 봐도 될 거 같아요. 외곬은 '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 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어쩌면 결말을 미리 알려준 장의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번외 샛길'에서는 석진이의 이야기를 좀 담고 싶었어요. 아예 석진이 외전처럼 만들까, 했다가 참았습니다. 다만 석진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조금이나마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길,전에서 모든 인물을 사랑하지만 그 중 윤기에 애착이 많이 가요. 왜냐, 저를 참 많이 괴롭혔던 인물입니다. 윤기에 대해 전달해드리고 싶은 건 많은데 제대로 정할 방식을 찾느라 애를 많이 먹었어요. 꽤 길었던 잠적기(..)는 윤기의 인물성 때문이었다는 것을....이 자리에서 밝힙니다(..) 물론 잠적기만큼 여러분들께 윤기를 잘 설명하진 못한 거 같아요. 제 부족함 때문에 윤기와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힘드셨을 거 같아요. 죄송합니다ㅠㅠ


아셨을까 모르겠지만, 정국이와 지민이 사이에서는 '사랑'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아요. 두 사람의 감정은 다 다른 단어로 대체했습니다. 아주 의도한 건 아닌데, 굳이 '사랑'이라는 말 없이 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던 저의 실험적인 시도(..)였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 없이도 두 사람이 '사랑했음'이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간혹 지민이가 대단하다, 하는 의견들도 있었는데 맞습니다. 그에 관한 건 이름 뜻에 비추어 이해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제1장에서 각각 인물이 나올 때마다 주요 인물들에는 이름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 중 지민이는 '굳세게 지탱하다'라는 이름 뜻을 가지고 있지요. 사실 뭐 성명학 같은 건 잘 모릅니다. 그냥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찾았어요...혹시 성명학을 잘 알고 계시는 분들... 제 이름짓기에 오류가 있었다면 모른 척 눈감아주세요...


~이쯤에서 다시 보는 인물의 이름 뜻!~

정국(挺㩴; 빼어날 정, 움켜쥘 국) : 빼어난 것을 움켜쥐다.

지민(支暋;지탱할 지, 굳셀 민) : 굳세게 지탱하다.


남준(南晙; 남녘 남, 밝을 준) : 남쪽의 밝은 것.

호석(熩惜; 빛날 호, 아낄 석) : 빛나는 것을 아끼다.


태형(娧馨; 아름다울 태, 꽃다울 형) : 꽃답게 아름답다.

석진(惜陳; 소중히 여길 석, 베풀 진) : 소중히 여기어 베푼다.


윤기(昀氣; 햇빛 윤, 기운 기)(昀企; 햇빛 윤, 바랄 기) : 햇빛의 기운, 햇빛을 바라다.



나름 이름에 걸맞는 삶을 주려고 애써봤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목이 '길 위에서 전해지는' 인 이유는 글을 읽으시면서도 아시겠지만, 길 위를 다니는 내용이 많아요. 진짜 고민 많이 했습니다.. 대체로 제목을 지을 때 무리 없이 짓는 편인데, 길전은 정말 힘들었어요. 초기에는 '길 위에서 전해지는 것'이라고 딱 떨어지는 명사형이었는데 '것'을 빼버렸어요. 너무 구려서...(..) 그 전에도 제목 후보들이 있긴 했지만 이젠 기억도 나질 않네요. 잘 지은 거 같아요! 만족합니다! 



음 궁금한 것들을 질문해주실까, 했는데 생각보다! 궁금한 게 없으시더라구요!

'왜 글을 이렇게 쓰셨죠?'하는 질문도 괜찮았는데!

그럼에도! 질문을 남겨주신 분이 계셔서! 답해보려고 합니다! 

나름의 Q&A랄까요..? 허허, 부끄럽네요. 그래도 시작해보겠습니다!

(질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ㅠ 외로운 후기가 될 뻔 했는데 구해주셨어요..)



Q. 어떤 계기로 길전을 구상하게 되셨나요?

A. 사실 길전은 꽤 오랫동안 생각했던 작품입니다. 글을 써온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뭐가 오래 되었냐, 싶으실 수도 있겠네요. 예전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어요. 다만 어디 올리거나 하는 일이 드물었을 뿐. 늘 머릿속을 떠돌며 꼭 쓰고 싶다, 하고 열렬히 들끓는 소재들이 있는데 길전이 그것들 중 하나였답니다. 


원래 사극을 굉장히 좋아해요. 역사도 좋아하고. 역사에서 좋아하는 시기, 왕, 사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광해와 병자호란입니다. 언제나, 이 부분을 배우고 알아갈 때마다 이 시대와 관련한 글을 꼭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음 길전에 가장 영향을 끼쳤던 건 영화 <최종병기 활>의 혼례식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서 목에 밧줄이 걸린 채 엇갈리는 신랑신부의 장면이 되게 깊게 남았고, 그런 분위기를 가진 글을 쓰고 싶었어요.


다만 늘 저렇게 헌신적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뒷받침되는 바람에 땅굴에 숨어버린 정국이가 나오게 된 것이죠. 전쟁이 터지고, 땅굴에 숨고, 거기서 끌려가는 정인과 눈을 마주치고, 외면하고. 딱 이 장면을 떠올린 후 구상하게 된 작품이랍니다. 



Q. 쓰면서 특별히 애착이 간 장면이 있나요?

A. 대체로 굵직한 사건들의 경우 (거의 대다수의 장면이 그랬지만) 정말 열심히 쓰곤 한답니다. 그래서 다들 하나하나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굳이 꼽아보자면! 일단 이 글을 쓰게 해준 '전쟁나던 날'의 장면을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굉장히 오래 구상했고, 늘 쓰고 싶었고, 결국 써낸 장면이니까요!


그리고 또 꼽자면, '제2장 에움 - 8' 마지막쯤 나왔던 남준이와 호석이의 장면이 생각나네요. 물가에서 수련을 마친 호석이의 옷을 입혀주던 남준이! 그 뭔가 간질거리고 떨리는 장면은 쓰면서도 함께 떨려했던 거 같아요. 


사실 정국이와 지민이가 폐허가 되어버린 옛집에서 각자 예전 일을 떠올리는 장면도 좋아해요.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있던 자리에서 상대의 시선을 상상하며 추억하던 그 장면이요! 꽤 최근의 장면인데, 저는 그 장면을 쓰면서 참 좋았습니다. 왜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힘드네요ㅠㅠ 그냥...좋습니다!!!


좋은 장면별로, 슬픈 장면별로, 힘들었던 장면별로 꼽자면 한없이 꼽힐 거 같아서 더 뽑을 수 없을 거 같아요ㅠㅠ 질문을 통해 많이 생각해봤는데, 온갖 장면들이 머리를 푱푱 지나다니는 탓에 후기가 본 글의 분량보다 길어질 것 같았어요. 


아, 생각보다 길전에서 정국이와 기생 분장한 지민이의 에피소드, 그 장면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제2장 에움 -9, 10'편에 걸쳐 나왔던 장면이죠! 기생 분장을 하고, 집 뒷문에서 애정을 확인하던! 그러고 보면 2장에서는 꽤 설레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던 거 같아요. 나머지 장들에선 힘겨운 이야기들이 많았어서..ㅠㅠ


사실 굳이 꼽아봤지만 거의 모든 장면들이 다 애정이 가고, 아낄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질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되짚으면서 되게 행복했어요.



Q. 앞으로도 고전물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해요!


A. 네. 있습니다. 아주 많이 있어요. 사실 이미 구상에 들어간 작품이 몇 가지 있긴 한데, 언제 풀릴지는 몰라요! 그 중에서도 꽤 진지하게, 역시나 오랫동안 구상해 온 작품 하나는 시대극은 시대극인데 길전처럼 분명한 역사적 시기를 갖고 오진 않을 거 같아요. 사실 이 작품 쓰고 싶어서 애타 죽겠는데 스케일도 꽤 크고(...) 길어질 거 같아서 구상을 좀 탄탄하게 하느라 작업이 늦어지고 있답니다. 얼른 보여드릴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이 새로운 작품은 초기부터 제목까지 정해놨는데...제목에 쓰인 단어가 묘하게 유명해져서(?) 고민이 많습니다...만! 정해둔 제목으로 갈 거 같아요. 뭐 연재나 시작해야겠지요....ㅋㅋㅋㅋㅋ 그것 외에도 간간이 시대극을 짤막하게 들고올 거 같아요.


왜냐면 저 역시 시대극, 고전물에 환장한 사람이니까요! 이왕 생산러가 된 이상 원없이 생산! 하고 싶다!!!! 진짜 현생 다 사라졌으면!! 제발 아무나 날 골방에 가둬두고 글만 쓰게 해주세요! 대신 생활비도 주세요! 하...



질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답변이 되었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정주행을 하시면서 다시금 읽어주시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시면 언제든 댓글, 방명록, 에스크, 트위터 디엠 등등으로 무엇이든 물어봐주셔도 됩니다!

저는 다 좋아요! 언제 남겨주시든, 언제나 답 달아들이겠습니다! 


(*참고로 제 티스토리가 이상한 건지, 가끔 정성껏 달아주신 댓글이 [비밀글입니다.]라는 형태로 바뀌어 보이는 경우가 있어요ㅠㅠ 보통 비밀글 달아주시면 제가 볼 수 있는데, 몇 개의 댓글이 저런 형태가 되어서 볼 수 없게 되어버리고 있답니다. 너무 속상해요...만일 제가 답글을 달지 않았다면 댓글이 저에게도 보이지 않고, [비밀글입니다.]하는 형태로 유지되었기 때문임을 알아주세요ㅠㅠㅠ)



결말을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어요. 마음에 안 드실 수도, 또 마음에 드셨을 수도 있겠죠? 애초에 이런 결말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던 작품이라 저는 후회가 없어요. 음 처음 쓰는 후기라 뭐 잘 썼는지 모르겠네요. 의식의 흐름 같기도 하고 허허..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참 애썼던 글이라 그런지 완결을 낼 때 좀 속상해하기도 하고, 괜히 완(完)자를 적으며 울컥하기도 했네요. 좀 주책맞아서...ㅎㅎ 



참 서툰 길잡이였던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응원해주시고, 함께 글 속 감정 따라가주시고, 제가 전하고자 했던 것보다도 많은 것들을 전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 드립니다. 덕분에 처음 가는 서툰 길이었지만, 든든하고 행복했어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